무조건 이코노미석 탄다는 국회의원들…“한국과는 천지차이네”
스웨덴의 올레 토렐(Olle Thorell) 의원이 9일 매일경제를 만나 ‘섬기는 리더십’을 설명하며 강조한 말이다. 그는 스웨덴에서는 미국의 케네디가(家) 같은 정치명가가 존재할 수 없다며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자식의 성취는 이름값으로 얻은 무임승차로 바라본다”며 “이들은 오히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일반인보다 몇 배의 공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사단법인 이태석 재단의 초청으로 지난 8일 한국을 방문한 토렐 의원은 스웨덴 사회민주노동자당 소속으로 무려 18년간 국회의원직을 이어온 5선 의원이다. 스웨덴에서는 왕을 제외하고는 누구든 이름으로 불린다며 자신을 올레라고 소개하는 그에게 ‘세계에서 가장 특권이 없고 격무에 시달리는 국회의원’인 스웨덴 국회의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고향 마을의 학교 선생님에서 5선 의원이 된 그는 임기가 끝날 때마다 재출마 여부가 고민이라고 말한다. 365일 휴가가 없는 스웨덴 국회의원을 하다 보면 가족과, 친구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의원은 해외에서 식사를 대접받으면 식대를 반납해야 하고 출장 시 이코노미석만 타야 하는 등 특권과는 거리가 멀다. 망가진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토렐 의원은 “4년 임기가 끝날 때마다 ‘동기가 충분한지’, ‘정당과 유권자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지’, ‘충분히 의원직에 매력을 느끼는지’ 스스로 질문해왔다”며 “의원직이 정말 힘들기 때문에 지금도 다음 재출마 여부를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100%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스웨덴에서는 공천 방법도 독특하다. 토렐 의원이 속한 사회민주노동자당에서는 마치 ‘얼룩말 무늬’처럼 성별을 번갈아 가면서 비례대표 순번을 정한다. 비례대표 1번이 남자라면 2번은 무조건 여자 후보가 받는 식이다. 연령별 할당제도 운용하고 있어서 비례대표 후보 목록의 4분의 1은 35세 미만 후보로 채운다. 토렐 의원은 “우리는 엘리트주의적인 지표 보다는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기 위한 다양성을 중심으로 둔다”며 “법으로 강제하는 게 아니라 정치권의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토렐 의원은 한국 청소년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그는 “사람 혼자서도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스웨덴 국회 앞에서 매주 시위를 하며 시작한 그레타 툰베리가 그 예시”라고 강조했다.
오는 9일과 10일 한국-스웨덴 의원 친선협회장이기도 한 그는 이태석 리더십 아카데미의 첫 강연자로 나서 한국 학생들에게 스웨덴 민주주의 모델과 섬기는 리더십을 가르칠 예정이다. 이태석 리더십 아카데미의 구진성 대표는 “교육 현장에서는 만날 수 없는 경험을 하도록 해주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봉사와 섬김의 삶을 실천하는 토렐의원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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