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병원협회 "달빛어린이병원은 전시행정… 진료시스템 개편하라"

최영찬 기자 2023. 6. 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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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달빛어린이병원 제도 폐지 및 어린이 진료 시스템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소아 환자를 위한 진료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창원 서울아동병원 병원장)은 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달빛어린이병원 제도 폐지 및 어린이 진료 시스템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소아 환자와 보호자들이 오픈런, 마감런 등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어린이 진료체계가 붕괴했기 때문이다"며 "이를 바로 잡으려면 조속히 어린이 진료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에 따르면 아동병원 진료 현장은 현재 아비규환인 상태다. 정부가 소아진료를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의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 관계자는 "2시간 이상 대기하는 것에 지친 소아 환자 보호자들이 의료진과 직원들에게 욕설과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면서 이들이 현장에서 그만두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소아진료 중심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아동병원의 진료 차질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소아필수의료 시스템 살릴 컨트롤타워 필요


김근모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동탄 센트럴아동병원 병원장)은 국무총리 산하에 '소아필수의료 살리기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줄 것을 촉구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 소아 청소년과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면서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제도적 지원, 소아청소년과 진료 시스템의 원상복구 등의 종합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 범부처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사고에서 환자와 의료진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의료사고면책 특례법 제정 ▲소아건강을 유지 관리할 수 있는 통합적 입법 '어린이건강기본법'(가칭) 제정 ▲아동건강정책국의 신설과 '1339'(옛 응급의료정보센터) 부활 등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편 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소아 진료비를 정상화할 필요성도 역설했다.

김 부회장은 "일본의 경우 오후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야간 진찰료는 300% 가산하고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심야 진찰료는 500% 가산하고 있다"며 "1,2차 의료기관이 야간과 휴일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수가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도 문제가 많다


조병욱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 진료교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소아전문편의의료센터로 전락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고 비판했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기존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상급종합병원 또는 종합병원급의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이 지정돼 응급 중증 질환 소아환자를 위한 지역별 거점으로 총 10곳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실제 응급 증상으로 내원하는 소아 환자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대부분 경증 환자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칠곡경북대병원의 경우 평일 소아 병원에서 대기시간이 2~3시간 걸린다고 119를 타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내방하는 사례가 매일 1~2건이 있다"며 "다른 병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19에서 응급 환자와 경증 환자를 분류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응급 이송을 거부할 수 있지만 보호자의 민원, 응급에 대한 판단 책임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해 사실상 응급 이송 민원을 거부할 수 없어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경증 환자의 입원 조치로 인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과밀화를 초래해 본래 목적인 중증 소아응급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달빛어린이병원으로는 해결 안돼


이홍준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책이사(김포 아이제일병원 병원장)는 정부가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해 '전시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이사는 "지난 10년 동안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평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수요와 상관없이 하드웨어만 확대하는 정책"이라며 "휴일 및 야간 진료를 하지 않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증가하더라도 응급실 과밀화 현상이 나타나고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됐음에도 야간진료를 하지 않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이사는 "달빛어린이병원에 속고 있다"며 "매일 밤 10시, 11시까지 진료를 해야 함에도 1주에 1번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는 야간진료를 하는 소아과 병원이 많았지만 여러 문제로 인해 소아과 전문의가 소아청소년과를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며 "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유인책이 마련된다면 달빛어린이병원이 없어도 야간진료를 하는 병원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야간 및 휴일 경증 소아 환자가 응급실 대신 방문하면 전문적인 소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소아진료 시스템 개선대책으로 달빛어린이병원을 전국에 100개소까지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소아청소년 비대면진료 초진은 절대 불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서 소아청소년에 한해 비대면진료 상담이 허용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조 교수는 단호한 어조로 "초진 환자에 대해서는 절대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환자의 경우 직접 환자를 보고 특성을 확인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비대면진료를 하게 되면 소아 환자가 아닌 보호자가 얘기하는 환아의 증상만으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규철 코젤의료원장도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청진기 하나면 거의 대부분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며 "비대면진료를 하게 되면 해열제만 처방할 수밖에 없다"고 비대면진료 초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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