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역주행으로 14명 다쳤는데…영상 유출 조사 나선 코레일

시민들 “관리나 잘하지” “사고 수습부터 해야”
법조계 “소방 당국에 법적 책임 묻기 어려울 것”

지난 8일 오전 경기 성남시 지하철 수인분당선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 당시가 찍힌 CCTV 화면 [사진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지난 8일 역주행 사고가 발생한 수인분당선 수내역 에스컬레이터 운영 주체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사고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외부로 유출된 경위를 조사 중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앞서 전날 오전 8시 2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에 설치된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으로 올라가다 갑자기 멈춘 뒤 몇 초간 거꾸로 역주행해 시민들이 밀려 넘어져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사고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은 이날 오후 언론에 보도됐다. 49초 분량의 이 영상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제공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던 시민들이 갑자기 균형을 잃고 줄줄이 넘어져 굴러 떨어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재난본부 구급대원들이 사고 상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역무실 내 CCTV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코레일은 공식 사과문을 내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가 CCTV 영상이 언론에 보도되자 소방재난본부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왜 우리 허락 없이 언론에 제공했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코레일은 이날 철도안전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 사안으로 보인다며 유출 경위 조사에 착수했는데 소방 관계자가 동의도 받지 않고 CCTV 영상을 재촬영해 외부로 유출했다는 것이다.

코레일의 CCTV 유출 경위 조사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사고 수습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에스컬레이터 관리나 잘하지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코레일 측은 “지금은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게 우선”리라며 “영상 유출은 그 뒤에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법적 조치 검토는 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영상 유출과 관련 “소방 당국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공민의 알권리 차원인데다 공개된 영상이 흐려 사고 피해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