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당신, 결혼식 전날을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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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어서 <결혼식 전날> 이라는 책 제목이 눈에 꽂혔다. 결혼식>
결혼식 전날, 나는 뭘 했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혼식 전날> 에 실린 여섯개의 단편은 모두 긴장으로 팽팽해진 기억의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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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에 작은 아파트를 전세 내서 살고 있는 선배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선배는 은퇴한 남편과 경치 좋고 물 맑은 곳에서 한두해씩 사는 계획을 시작했다. 어떤 매력이, 그들을 고성으로 초대했을까? 궁금증을 안고 출발했다. 아내와 함께 출발하면서 깨달았다. 둘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얼마 만인가?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아이들을 떼어놓고 둘이 어디를 간 적이 없다. 아이들을 어디 맡기고 떠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아들은 작업실에서, 딸은 기숙사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게 되니 비로소 둘이 떠날 수 있었다.
운전을 하고 가는 동안, 뒷자리에서 떠들던 녀석들이 없으니 허전하다. 선배 부부와 맛있는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다시 차린 술상에서 안주는 멀리 있는 녀석들 이야기가 절반이 넘는다. 그리고 전화로 녀석들은 안녕한지 묻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 둘이서 여행하는 것이 이렇게 어색할 일인가? 이제 아이들 말고, 우리 이야기를 다시 찾아야 할 때가 되었구나. 우린, 이 녀석들이 없었던 시절엔 무얼 하고 놀았었지? 우리가 떠난 이후에 부모님은 무엇을 하면서 긴 시간을 보내셨던 것일까? 이런 당혹감은 모두가 겪는 일이겠지? 둘이서만 보내도 시간이 꽉 찼던 시절을 떠올려본다. 아내와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어서 <결혼식 전날>이라는 책 제목이 눈에 꽂혔다. 결혼식 전날, 나는 뭘 했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구석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지 않았을까 짐작은 하지만. 결혼식은 가족을 뒤로하고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일의 시작. 애틋한 마음이 싹틀 법도 한데, 애잔한 분위기는 떠들썩한 잔치 소음에 씻겨 내려갔다. 그저 기억이 나는 건 결혼식 당일. 무척 더웠다. 손님을 맞고 인사를 하느라 땀 흘리면서 돌아다니다 바로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비행기 안에서 아내의 머리카락에 꽂힌 실핀을 수십개 뽑아내면서 번거로운 형식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안도했던 기억은 또렷하다. 둘 사이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고 고단함에 머리를 기대고 잠에 빠져도 즐거운 꿈을 꿨다.
<결혼식 전날>에 실린 여섯개의 단편은 모두 긴장으로 팽팽해진 기억의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탓에 함께 자란 동생과 ‘결혼식 전날’을 보내는 누나. 키우다시피 한 동생을 두고 가는 마음. 새로운 만남을 향해 가지만 두고 가는 동생에 대한 서운함. “하객들 좌석 배치 이대로 괜찮을까?” 서러운 마음을 사소한 분주함으로 지운다. “잘 웃어야 돼, 내일….” “울면 내일 얼굴 붓는다.” “시끄러 이 바보야.” ‘꿈꾸는 허수아비’에선 내일 결혼하는 동생을 바라보는 오빠. 웨딩드레스를 입고 생글거리고 있는 동생을 보면서 나직이 되뇐다. 얼른 행복해지기나 해라. 어린 시절 남매가 함께 겪었던 어려움 때문에 늘 지키겠다고 애를 썼던 마음이 더 애틋해지는 순간이다.
기숙사에 있는 딸이 결혼하는 것을 상상하면, 서운함에 눈물짓지 않을 자신이 없다. 어느 훌륭한 녀석이 배필이라도 애틋한 마음이 가실까? 하지만 더 시급한 건 결혼식 전날 나와 아내 사이에 가득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찾는 일이다. 같이 여행 떠날 곳의 책을 한 무더기 사들여 함께 보면서 기대를 높여본다. 같이 책을 만들어보자며 자료를 찾아 곁에 두고 틈나는 대로 들척인다. 누가 알겠는가? 손만 잡고 잘 줄 알았는데 뽀뽀라도 하게 될지.
만화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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