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장 들어선 뉴욕증시···월가선 '스태그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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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가 수치상 황소장(bull market·강세장)에 접어들었지만 시장은 환호하기보다 바짝 경계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술주가 오른 덕분에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언제든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통상 주가지수가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하면 강세장, 고점 대비 20% 하락할 경우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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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대감에 대형 기술주 강세
경제 불안에 '오리 시장' 분석도
골드만 회장 "부진 장기화 대비를"
뉴욕 증시가 수치상 황소장(bull market·강세장)에 접어들었지만 시장은 환호하기보다 바짝 경계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술주가 오른 덕분에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언제든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오히려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경고를 자주 내보내고 있다.
8일(현지 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2% 상승한 4293.93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8월 16일 이후 최고치이자 저점이었던 지난해 10월 12일(3577.03)보다 20% 높은 수준이다. 월가에서는 통상 주가지수가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하면 강세장, 고점 대비 20% 하락할 경우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S&P500은 이날 강세장 영역에 들어갔다.
대형 기술주가 지난해 생성형 AI ‘챗GPT’ 공개 이후 관련 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급상승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AI용 반도체로 주목받은 엔비디아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113.38%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애플과 구글알파벳은 각각 44.38%, 37.05% 뛰었다.
이에 현재의 강세장이 기술주의 호조에 따른 일종의 착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테크 종목은 S&P500 내 비중이 높아 일부 종목의 상승이 전체 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P500지수는 11.8% 올랐지만 모든 종목의 비중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는 S&P500 동일가중지수(Equal Weight Index) 상승률은 같은 기간 2.5%에 그쳤다. 경제 전문 매체 배런스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알파벳·아마존·메타·테슬라를 이른바 ‘선택받은 7개 종목(select seven)’이라고 표현하며 “이들 7개 종목이 없었다면 S&P500은 올 들어 5월까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리사 섈럿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특정 종목에 편중된 협소한 상승 위에 새로운 강세장이 펼쳐질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달 들어 빅테크만 상승하던 추세 자체가 변하면서 온기가 다른 업종으로 퍼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부채한도 문제도 타결되면서 증시를 짓누르던 주요 요인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은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1749.65로 연초 수준(1750.73)을 밑돌았지만 이달 들어 급상승해 현재 연초 대비 7%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현 상황을 강세장과 약세장이라는 이분법으로 가르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케빈 고든 찰스슈와브 수석투자전략가는 현 증시 상황을 수면 위에서는 침착하지만 물밑에서는 발길질을 하는 오리에 빗대며 “지금 증시는 (황소도 곰도 아닌) 오리 시장(duck market)”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경제 불안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존 월드론 골드만삭스 회장 및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침체를 피한다 하더라도 경기 부진은 장기화할 것”이라며 “성장률은 낮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경미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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