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를 위해 딸을 버린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가 보내온 청구서

이은지 2023. 6. 9. 18: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YTN라디오(FM 94.5)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3년 6월 9일 (금요일)

□ 진행 : 조인섭 변호사

□ 출연자 : 유혜진 변호사

- 이혼시 친권자 지정, 부모가 협의이혼하면 합의로 지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합의할 수 없거나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한 경우 가정법원 직권·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지정

- 친권은 성질상 포기하지 못하는 권리로 보는 것이 일반적, 다만 가정법원이 허가를 하면 재산관리권이나 대리권은 사퇴할 수 있어

- 따라서 수행생활을 위해 출가를 한 친권자라고 할지라도 친권포기 청구는 인정이 안 될 걸로 보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인섭 변호사(이하 조인섭): "저는 부잣집 외아들과 결혼해서 딸을 낳고 7년간 살았습니다. 저를 많이 닮은 딸이 얼마나 예쁜지, 정말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하지만 남편과 사이는 좋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성격 차이로 많이 다퉜고 결국 협의 이혼을 했는데요, 저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남편이 딸을 잘 키워줄 거라 믿고, 딸의 친권자로 남편을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딸에게 좋은 아빠가 아니었습니다. 이혼한 이후 방황을 하더니 절에 들어가면서 딸을 시어머니에게 맡겼다고 하더라고요. 절에서 수행하던 남편은 급기야 출가를 결정했습니다. 교단에 스님으로 정식 등록을 하려고 알아봤다고 합니다. 출가자 등록 자격이 있다고 하는데요,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어머니께서 저와 남편을 상대로 친권 포기 청구를 하셨다고 하던데요, 이 모든 일들이 황당하기만 합니다. 저는 친권자로 지정받지 못한 것도 서러운데 이대로 친권까지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조담소에서 '친권'이라고 하는 용어를 자주 접하고 있는데요. 친권이라고 하는 것이 뭔지, 다시 한 번 정리해 주세요.

◆ 유혜진 변호사(이하 유혜진):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자녀를 보호·양육하고 그 재산을 관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의무를 통틀어서 친권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친권은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권리'로 이해되며 부모가 미성년자인 자녀의 친권자가 됩니다. 민법은 자녀가 성년이 되면 친권자는 그 친권을 잃는다고 보고 있으며, 친권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법원의 허가를 얻어 법률행위의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사퇴할 수도 있습니다.

◇ 조인섭: 자녀를 보호·양육하고 재산을 관리하는 법적인 권리·의무를 통틀어서 친권이라고 하고, 양육권은 아이를 실제로 양육하는 권리가 되겠네요. 그러면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에 친권자는 어떻게 정하나요?

◆ 유혜진: 부모가 협의이혼하면 합의해서 친권자를 지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합의할 수 없거나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서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친권자를 지정하게 됩니다. 또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는 가정법원에서 직권으로 친권자를 정합니다.

◇ 조인섭: 그러면 이러한 친권은 포기할 수도 있는 건가요?

◆ 유혜진: 친권은 성질상 포기하지 못하는 권리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친권의 밑바탕이 되는 혈연을 소송 등을 통하여 끊을 수 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죠. 다만 가정법원이 허가를 하면 재산관리권이나 대리권을 사퇴할 수는 있습니다.

◇ 조인섭: 하지만 이혼하는 부부들 가운데 친권포기각서를 쓰는 경우가 좀 있거든요. 그러면 이때 쓰는 친권포기각서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요?

◆ 유혜진: 친권포기각서란 미성년자 자녀의 법정대리인 자격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각서인데, 말씀드렸다시피 친권은 성질상 포기할 수 없는 권리이므로 이러한 각서를 쓴다고 한더라도 법적인 효력은 없습니다. 따라서 친권포기각서는 단순히 부부 간에 이루어진 각서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조인섭: 그러면 친권포기각서는 나중에 이혼하는 경우에 친권 행사를 포기하겠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네요. 그러면 사연자분은 이혼할 때 친권을 남편에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 시어머니가 사연자분과 남편을 상대로 친권포기 청구를 하신 상황이세요. 그러면 사연자분은 이대로 친권 포기를 해야 되는 걸까요?

◆ 유혜진: 민법상 친권상실 선고의 심판은 그 친권자를 상대로 청구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사연자 분의 경우에는 남편과 이혼할 때 딸의 친권자로 남편을 지정하였기 때문에, 사연자 분에게는 당사자적격이 없습니다. 따라서 청구 자체를 할 수 없고 하더라도 청구가 각하될 것입니다.

◇ 조인섭: 법률 용어가 나왔는데 '당사자적격'이란 뭔지, 그리고 '청구 각하'는 뭔지 알려주세요.

◆ 유혜진: '당사자적격'이란 일정한 권리 및 법률관계에 있어서 소송 당사자로서 유효하게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을 받기 위하여 필요한 자격을 말합니다. 구체적인 소송에 있어서 어떤 자를 당사자로 하여야 분쟁 해결이 유효하고 적절할 것이냐는 관점에서 인정되고 있어서 '소송수행권'이라고도 하는데요. 그 자만이 적법하게 당사자로서의 자격을 갖는다는 의미에서 정당한 당사자라고도 합니다.

◇ 조인섭: 그러니까 결국은 소송을 아무나 제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소송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겠죠. 그러면 청구 각하는요?

◆ 유혜진: 청구 각하란 청구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사연자 분의 경우에는 친권자가 아닌데 친권자가 아닌 사연자분을 상대로 친권 포기 청구를 하였으니 다른 주장은 살펴볼 필요도 없이 그 청구는 부적법합니다. 따라서 시어머니의 청구는 각하될 것입니다.

◇ 조인섭: 그렇다면 남편에 대한 친권포기 청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 유혜진: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친권은 성질상 포기할 수 없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민법은 친권을 남용하여 자녀의 복리를 해야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친권상실의 사유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우려'란 행위자의 과거 행태나 현재 성향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예측되는 우려를 말하는 것이어서, 남편분과 같이 장래의 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을 주관적인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해서 이러한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남편분은 절에 들어가 수행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수행생활을 한다는 사정이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라고 보기도 어렵고, 오히려 수행을 통한 인격의 공양은 친권남용의 우려를 줄이는 사유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남편에 대한 청구는 그 이유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 조인섭: 그렇다면 전 시어머니가 제기한 친권포기 청구 결과는 어떻게 나오게 될까요?

◆ 유혜진: 법원에 대한 청구가 이유가 없다면 법원은 법적 근거가 인정되지 않아 그 청구를 배척하는 청구 기각 판결을 하게 됩니다.

◇ 조인섭: 전 남편분이 수행을 한다고 절에 들어가면서 입적을 위한 절차 때문에 이런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 같기는 한데요. 잘 해결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상담 내용을 정리를 해보면요. 사연자분은 남편과 이혼하면서 전 남편을 딸의 친권자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전 남편이 출가를 결정했고 출가자 등록 절차 때문에 전 시어머님이 사연자분과 전 남편을 상대로 친권포기 청구를 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친권은 일반적으로 포기하지 못하는 권리입니다. 전 남편이 절에 들어가서 수행생활을 한다고 해서 친권을 포기할 수 있는 거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친권포기 청구는 인정이 안 될 걸로 보인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유혜진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