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日오염수 논쟁'에 뛰어든 학자…"공포 조장하면 우리가 망한다"
"사회 공포 조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학자 소신걸고 발언"
"심리 공포가 훨씬 더 위협…어민 생계 등 국가 경제에 치명타"
"과학적 문제없어도 정부는 '국민신뢰' 위해 외교적 노력해야"
지난 8일 오후 6시 청주시 오송읍 충북대 약대 건물.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 사무실 전화가 쉼 없이 울렸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를 당장 마셔보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까지 새어 나왔다. 박일영 교수는 여러 욕설 전화에도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일일이 답변했다.
박 교수는 최근 1만자 분량으로 'ALPS로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글을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에 게재했다. 그는 1995년부터 충북대 약대에 재직하며 학장을 지내고, 현재 대한약학회 방사성의약품학 분과학회장을 맡고 있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온 전문가다.
박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박수칠 일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공포를 조장하는 일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섰다"며 "공포를 키워 국가가 갈등하고 망하는 길로 가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공포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 일본은 30년간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것"이라며 "과장된 공포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결국 어민들 생계와 국가 경제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IAEA는 현재 일본이 주장한 대로 ALPS로 처리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해도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원전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 60여종을 ALPS로 처리하고, 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트리튬)는 바다에 방류해 희석해도 된다는 의미다.
현재 오염수 문제는 과학적 사실보다는 진영 논리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박 교수가 '친일파'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논란에 뛰어든 이유는 학자적 소신 때문이다.
그는 "주변 지인들의 만류도 많았고 최근 들어 친일 공세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게 두려웠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교수가 가진 지식은 자신의 것만이 아니고 사회가 필요로 할 때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를 향한 비난보다 오히려 사회에 과장된 공포가 퍼지는 게 더 두려웠다"고도 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오염수를 처리한 뒤 삼중수소를 방류농도인 1ℓ(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하고, 이 물 1ℓ를 마시더라도 인체에 미치는 실효 선량은 0.000027m㏜(밀리시버트)다. 이는 바나나 1개를 먹을 때 바나나에 포함된 칼륨-40 등에 의해 받게 되는 실효선량 0.0001m㏜의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IAEA도 일본도 못 믿겠다고 하는 사회적 인식이 많다"며 "신뢰가 없으면 그때부턴 논리도 과학도 필요가 없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염수 관련 과학적 문제는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정부나 정치권에서 해야 할 일은 바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프랑스·스위스 등이 참여하는 IAEA 검증이 오염수 방류 안전성을 담보했다고 본다. 최근 국내 후쿠시마 시찰단이 현장을 보고왔지만, 국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지속 필요하다고 봤다.
박 교수는 "태평양은 일본만의 바다가 아니므로 주변국에서 요구하는 경우 시료의 직접 채취를 언제든 허용하고 이를 시험해야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일본의 시험 성적 자료의 공개와 시료의 직접 채취를 거듭 요구해 국민 불안을 덜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국민들의 식탁을 안심시키고 수산·요식업계를 위해서라도 ALPS로 처리된 오염수를 희석시킨다면 저는 언제든 마실 수 있다"며 "그 일이 쇼라고 오해받을지언정 오염수 공포는 과장됐으며 안전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송(청주)=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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