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외이사 ‘박근혜·MB’ 관료 추천…CEO 자격 ‘ICT 전문성’ 제외

전현우 2023. 6. 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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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신임 대표 선정할' 사외이사 후보 명단 공개

넉 달째 경영공백 사태를 이어온 KT가 신임 대표이사 후보 선임 절차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KT는 새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할 사외이사 후보 7명의 명단과 정관 개정안을 확정해 오늘(7일) 공시했습니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 개발센터장, 김성철 현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현 세계회계사연맹 이사,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이승훈 현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양희 현 한림대 총장입니다.


■ 사외이사 후보 7명 공개...박근혜·MB 정부 시절 장·차관 포함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추천위원회에서 외부 전문기관과 KT 주주들의 추천을 받아 구성했는데, 박근혜·이명박 정부 등 이전 정권 시절 인사들도 여럿 포함됐습니다.

후보자 가운데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냈고,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됐으며 지금은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김성철 고대 교수는 현재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 직속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윤석열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보수 정권에서 공직을 맡거나 정부 위원회에 참여한 인사가 전체 사외이사 후보 7명 가운데 3명입니다.

주주 추천을 받은 인물은 곽우영·조승아·이승훈 후보자 등 3명입니다.

곽우영 전 센터장은 KT의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에서 임원을 역임했고, 2013년엔 산업통산자원부산하 차량 IT융합혁신센터 운영위원장을 지냈습니다.

조승아 서울대 교수는 삼성SDS에서도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이승훈 KCGI 대표 파트너는 SK그룹 임원으로 일하던 2004년 당시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공격에 맞서 주총에서 최태원 회장의 이사 선임안 찬성을 이끌어낸 경력이 있습니다.

이밖에 안영균 이사는 삼일회계법인 등에서 일하며 30여 년간 회계 감사 경력을 쌓은 회계 전문가입니다.


■CEO 자격에 '정보·통신 전문성' 삭제…"낙하산 CEO 위한 사전 작업 우려"

KT는 사외이사 후보 선정과 함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일부 개정한 내용도 발표했습니다.

개정된 정관의 핵심은 대표이사 자격 요건을 바꾸고, 현직 CEO의 연임 우선 심사를 폐지하는 것.

KT 대표이사 후보의 자격 요건으로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4가지 항목이 제시됐고,
기존에 포함됐던 'ICT(정보통신) 분야 지식과 경험' 문구는 삭제됐습니다.

KT는 "정보통신 분야 전문성이 배제된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으로 확대된 것"이라며 "기존 통신뿐만 아니라 금융과 미디어, 부동산 등 그룹 전반 사업에 대한 이해와 유관 경험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보통신 분야의 경력이나 전문성이 없어도 대표이사 후보에 오를 수 있도록 바뀐 정관을 두고, KT 안팎에선 '낙하산 대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KT 전직 임원 출신 모임인 'K-비즈니스 연구포럼'은 최근 발표한 'KT 더 나은 지배구조 제안서'에서 정보통신 전문성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소수 노조인 KT 새노조도 입장문을 통해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자의 자격 요건에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산업 전문성 등으로 변경하는 등 낙하산 CEO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대표이사 후보 60% 찬성 받아야…대주주 입김 강화?

현직 CEO의 연임 우선 심사제가 폐지되면서, 현직 CEO도 신규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와 동일하게 다른 사내외 후보들과 같이 심사 과정을 거치게 됐습니다.

또,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을 기존 보통 결의(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상향했습니다. 선임 정당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KT는 향후 대표이사 선임 때도 이 방식을 적용하며, 연임 후보는 특별 결의(의결 참여 주식의 2/3 이상 찬성)를 통해서만 대표이사로 선임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가 구현모 전 대표 등 대표이사 후보들의 잇따른 낙마로 불거진 '외풍 논란'을 불식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결의 찬성 비율을 높일 경우 국민연금공단 등 KT 대주주의 영향력도 높아지는데, 신임 대표이사 후보는 대주주들의 찬성표를 받지 못하면 이사회를 통과하기가 더 힘들어진 겁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KT의 대표 선출 과정에서 정부·여당 입장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아왔습니다.

연임 도전장을 내밀었던 구현모 전 대표가 국민연금의 반대에 못 이겨 사퇴했고, 이어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된 윤경림 전 사장마저 여권 등의 사퇴 압박을 받다 후보직에서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이후 KT에선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올 1분기 영업이익도 4,86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22.4% 급감해, 경영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여파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신임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개정은 오는 30일 제1차 임시 주주총회에서 마무리될 거로 보입니다.

이 자리에서 신임 사외이사가 확정되면 이사회를 중심으로 이르면 다음 달쯤 새 대표이사 후보를 정해 공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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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우 기자 (kbs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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