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달라야 산다
작금의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는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급변하는 환경에 따라 변화해야 살기 때문이다. 오늘의 성공 신화에 만족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내일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오늘의 성공 요인이 오히려 내일의 실패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민국도 살려면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변화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성공 신화를 만든 '빠른 추격자' 모델은 이제 잊어야 한다. 저비용 고효율 국가에서 고비용 저효율 국가로 급속도로 변화하며 이 성공 신화를 만든 핵심 요소를 거의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빠른 추격자'로 남고 싶어도 남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그 성공 요소를 이해해야 한다. '빠른 추격자'의 성공 요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빠른 추격자'는 추격할 목표가 분명하기에 벤치마킹과 모방으로 접근하고 원가, 생산성, 품질, 납기 등 효율성이 핵심 요소다. 효율성을 높이려면 일사불란하고 동질적인 조직 문화가 효과적이다. 반면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는 벤치마킹하거나 모방할 대상이 없어 창조와 혁신, 전략적 방향성이 핵심 요소다. 창조와 혁신은 다양성과 이질성이 높은 조직 문화에서 나온다.
'퍼스트 무버'의 성공 요소를 이해하면 이를 위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빠른 추격자' 문화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다름'을 용인하지 않는 일사불란한 상명하복 문화가 여전하다.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해 공격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다름', 즉 생각, 사상, 경험, 관점의 다양성이야말로 문제 해결과 혁신, 신성장동력 창출을 통해 세상을 바꿀 힘의 원천이라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올해 초 세계 최대 기술전시회인 CES에서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실망스럽게도 26위를 차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구개발(R&D) 투자, 특허, 제조업 부가가치 등 정량적 지표 중심의 블룸버그나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혁신지수에서는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한 바 있지만 다양성, 사이버 보안, 세제친화도 등 정성적 지표 중심의 CES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낙제점을 받은 다양성 부문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우리 기업, 정부 등 모든 조직이 한국인, 남성, 학연, 지연 중심의 낮은 다양성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퍼스트 무버' 도약의 큰 걸림돌이다. '다름'을 촉진하는 다양성이 큰 사회가 되어야 창조와 혁신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도 인종, 젠더(남녀), 나이, 출신, 사상 등 모든 면에서 다양성을 극대화해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같음'을 추구해온 대한민국이 '다름'을 키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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