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절제의 성공학
'15분 모래시계'를 샀다. 쇼핑몰 홍보 문구를 보니 초등학생 독해 연습용으로 판매하고 있는 듯했다.
15분에 꽂힌 것은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근황이 담긴 기사를 읽고서였다. 허 교수는 1년 전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 '필즈상'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마흔 살에 세계 최고로 인정받은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는데, 극도로 절제된 일상을 살고 있었다. 오전 3시에 일어나 명상이나 조깅을 하고 오전 9시에 학교에 도착해 연구와 수업을 한다. 오후 5시에 퇴근한 뒤 오후 9시에 잠드는 게 하루 일과다.
연구실에는 노트 뭉치, 샤프펜슬, 모래시계, 그리고 바닥에 깔린 요가 매트만 있다고 한다. '새로운 자극'으로 정신을 흩뜨리기 싫어서 매일 똑같은 점심 메뉴를 먹는다는 이야기에는 할 말을 잃었다. 수도승처럼, 도인처럼,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단순화한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15분 모래시계는 허 교수가 깊은 생각이 필요할 때 집중하기 위해 쓰는 도구다. 1분 동영상 쇼츠도 모자라 몇 초짜리 릴스가 판치는 세상, 온전히 15분을 집중해 본 게 언제였던가. 늘 정확한 시간에 산책을 나가서 '시계 철학자'로 불렸다던 이마누엘 칸트나 커다란 스탠드 아래 가부좌를 틀고 명상하던 스티브 잡스도 이렇게 살지 않았을까.
조용히 많이 읽히는 자기계발서 중에 '절제의 성공학'이라는 책이 있다. 200년 전 일본 최고 관상가였던 미즈노 남보쿠가 썼다. 저자는 '개운(開運)'과 성공의 비결로 절식과 소식, 검소함을 꼽는다. 한마디로 '절제'다. 특히 책의 대부분은 절식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사람은 평생 먹을 분량을 받고 태어나는데, 많이 먹으면 그만큼 빨리 죽는단다. 200년 전 먹고살기 어려웠던 옛날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지금 읽어봐도 맞는 말이 많다.
요는 이렇다. 너무 많이 먹고, 너무 많이 사고, 너무 많이 봐서 불행한 것이다. 삶을 단순화하고 일상을 절제하는 사람이 이긴다. 일단 입단속부터 시작해봐야겠다. 이미 너무 많이 먹은 것 같긴 하지만.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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