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내 손에 달린 자석
스마트폰과 '안전거리' 두기
적절한 거리를 두어야만
비로소 그 유용함 알 수 있어
나의 오른손에는 스마트폰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라도 있는지, 쉽사리 떼어놓을 수 없다. 모든 자석에는 끌어당기는 힘인 인력과 밀어내는 척력이 양극으로 있기 마련인데, 스마트폰을 향한 내 손의 자력은 한 가지 힘만 작용하는 듯하다. 화면을 누르는 손가락의 터치는 점점 더 빨라지고, 마치 배 아래 도약기로 풀 사이를 점프하는 톡토기처럼 인터넷의 무한한 그물망 속을 뛰어다닌다. 그러다 보면 가만히 앉아 엄지와 검지만 꼼지락거리는 몸과 오감을 사로잡는 이미지의 홍수 사이에 간극이 커져서 아끼고 아껴야 할 내 안의 고요나 집중력이 그 틈으로 추락해 갉아먹히는 느낌이다.
언제부터 스마트폰과 나 사이가 한몸처럼 가까워졌을까. 돌이켜보면 이 눈부신 성능의 기계를 사용한 지 십 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왜 평생을 함께 살아온 것처럼 없으면 초조하고 불안한 걸까. 어디를 가든 애착 담요처럼 스마트폰을 꼭 쥐고 있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옅은 불안이 몰려오며 난데없이 신경질이 솟는다면 집착을 넘어 중독 증상이 아닐까.
잠들기 전까지 스크롤바를 끌어당겨 새로 올라온 영상을 찾다가 거세게 쏟아지는 빗소리나 책의 낭독 영상을 자장가처럼 들으며 잠에 빠진다. 깨어나면 베개 주변을 더듬어 스마트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하니 그야말로 내 하루의 끝과 시작이 스마트폰에 붙들려 있다.
나와 스마트폰 사이에 안전거리가 필요한 순간이다. 허겁지겁 삼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세상의 잡다한 이슈들에 더는 휩쓸리지 않고, 상쾌한 바람이 오갈 수 있도록 머리와 가슴에 여백을 만들 시간. 우선 책상 옆 선반에 스마트폰 자리를 만든다. 아무리 편해도 신발을 신은 채 잠을 자지 않고, 그 어떤 대식가라도 숟가락을 든 채 화장실에 가지 않듯이 휴대전화 역시 신발장이나 수저통처럼 자신의 자리가 필요하다. 인터넷은 책상에 앉아 작업에 필요할 때만 컴퓨터로 접속하고, 즐겨찾기 해놓은 사이트를 강팔진 수금원처럼 돌아다니는 일도 멈춘다. 작업에 관련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휴대전화의 메모장 기능 대신 종이에 펜으로 적는다. 디지털 활자 입력에 푹 빠져 살았던 몇 년 사이 나의 손글씨가 더 못생겨져 있다. 펜을 움직여 자음과 모음으로 쌓아가는 글자의 속도가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메시지 알람이라도 울리면 눈을 반짝이며 스마트폰을 쥐었다가 그걸 핑계 삼아 다시 달콤한 인터넷 세상을 기웃거린다.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손의 허전함이다. 강한 자력으로 내 손바닥과 끈끈하게 붙어 있던 네모난 기계가 없으니 늘 끼고 있던 반지를 잃어버린 것처럼 빈자리가 어색하다. 일하다 쉴 때 잠자코 앉아 눈만 깜박이고 있으면 졸음이 몰려온다. 스마트폰 없이 밤에 잠들기는 나에게 넘기 힘든 장벽이었는데, 이삼일이 지나자 다행히 몸이 적응해간다. 이부자리에 누워 외부의 소리가 아닌 내 안에 저장된 장면들을 떠올린다. 즐거운 기억을 되살리는 입면 몽상은 어느 새 새로운 습관이 되어 나를 더 깊은 잠으로 이끈다.
그렇게 며칠간 휴대전화를 붙드는 내 손의 힘을 조절하니 오히려 그 기계에 고마움이 싹튼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툰드라의 유목민과 멸치 떼를 쫓는 먼바다의 바다사자를 만날 수 있었고, 목소리로 전하는 오디오북의 매력을 깨달았다. 귀로 듣는 문장의 감각을 일깨워줬으니 소설가인 내게는 스마트폰이 또 하나의 선생님이다. 무엇보다 지금도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이 기사를 읽을지 모른다. 그러니 무작정 단절하고 척력으로 밀어낼 수만은 없다. 다만 그 좋은 도구를 잘 사용할 기준을 갖춰야 할 뿐. 내 안의 중심을 바로 해 스마트폰이라는 날개로 인터넷의 영토를 여행하는 것은 이제 나의 몫이다.
[김멜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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