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뉴비에게도 디아4는 재미있을까?

홍수민 기자 2023. 6.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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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을 장점의 매력적인 게임
- 6월 6일 출시된 블리자드 디아블로4

블리자드의 디아블로4, 출시되기 전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게임이다. 그런데 기자는 디아블로4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전작을 안 해봤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디아블로 시리즈는 아저씨들이나 좋아한다는 올드한 이미지가 강했다. 특유의 노가다 플레이도 재미없어 보였다. 그렇다. '노잼유죄, 유잼노죄'인 것이다.  

디아블로4에 흥미가 생긴 것은 베타 테스트를 체험하고 나서였다. 사냥은 들은 바대로 졸렸지만, 메인 스토리는 생각보다 흥미진진했다. 특히 선악 개념이 모호한 릴리트의 캐릭터에 끌렸다. 성역의 인간 입장에서 마냥 악역만은 아닌 그녀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했다.

정식 출시일을 기다리기 힘들어 큰맘 먹고 얼리 억세스 버전을 구입했다. 퇴근 후 배틀넷을 켜는 게 일상이 됐다. 자는 시간을 줄이고 던전을 돌았다. 고유 아이템을 획득한 날은 신나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다. 버거킹과 빽다방에 들렀다. 온 세상이 디아블로였다.

디아블로 안 한 깨끗한 뇌, 뉴비의 입장에서 디아블로4를 푹먹해 봤다. 이 리뷰가 전국의 디아블로 구매를 망설이는 유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장르: 오픈월드 ARPG



출시일: 6월 6일



개발사: 블리자드



플랫폼: PC, 콘솔



■ 다양한 스킬 콘셉트로 차별화된 전투 경험

- 마나 소모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기절 위주 전기 채찍도 나쁘지 않다

디아블로4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스킬이 존재한다. 기자가 육성한 원소술사로 예를 들면 오한과 빙결 상태이상 위주의 냉기, 연소 피해와 소환물을 메인으로 하는 화염, 감전과 기절 위주의 전격, 세 가지 속성으로 나뉜다.

재미있는 점은 같은 속성의 어떤 스킬을 주력으로 하느냐에 따라 스킬 트리와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같은 전격 속성이어도 기본 스킬인 전기 채찍을 메인으로 하는 트리와 핵심 스킬인 연쇄 번개를 메인으로 하는 스킬 트리는 큰 차이가 있다. 

전기 채찍 원소술사는 마나를 사용하지 않아 자원 수급이 상대적으로 편하다. 대신 전기 채찍이 근접 스킬이기 때문에 컨트롤에 호불호가 갈린다. 연쇄 번개 원소술사는 원거리에서 안정적으로 딜링을 넣는 대신 마나를 많이 소모한다. 얼음 방패의 추가 효과와 화염탄 마법부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나를 보충해야 한다.

- 원소술사 중 가장 효율적이라는 얼음 파편 위주 냉기 원소 술사

물론 프리 시즌 기준, 구현된 위상들을 고려했을 때 가장 강하고 효율적인 빌드가 있다. 누구나 가장 사용하기 편하고 강력한 스킬 트리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대다수가 비슷한 빌드를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힙스터 픽이라고 효율 픽에 비해 성능이 그렇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물 갔다는 히드라 주력 화염 원소술사도 여전히 수요가 존재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빌드에 코어 전설 위상 및 고유 아이템이 존재해서, 점지받는 대로 쓰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이렇듯 대부분 고정 스킬트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타 게임에 비해, 비주류 스킬트리를 사용하더라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없다는 점이 디아블로4를 하면서 재밌고 참신하게 느껴졌다. 

 

■ 단순하고 직관적인 파밍과 성장 시스템

- 희귀 장비를 분해하면 업그레이드 재료가 넉넉하게 남는다

성장은 주로 아이템 파밍과 강화로 이뤄진다. 강화 재료는 드롭된 아이템을 분해하거나 지옥 물결 참여 보상으로 얻는다. 아무 던전이나 들어가서 클리어해도 희귀 아이템이 우수수 떨어지기 때문에 강화 재료는 부족하지 않다.

주로 파밍해야 하는 전설 아이템은 던전, 필드 이벤트 보상, 필드 보스, 지옥 물결 등 다양한 경로에서 얻는다. 전설 아이템이 드롭되면 맵에 별 모양으로 표시가 되기 때문에 혹시 놓치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습득하지 못한 전설 아이템은 보관함에서 회수할 수도 있다.

특히 고정 옵션 및 효과가 부여된 고유 아이템은 파밍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유 아이템의 효과는 빌드의 핵심을 담당한다. 기자는 고유 아이템 '얼음 심장 브레이스'를 득템한 김에 연쇄 번개 위주 전격 소서에서 바로 서릿발을 사용하는 냉기 소서로 전향했다.

- 이거 먹자마자 헐레벌떡 냉기 소서로 전환함

디아블로의 꽃은 바로 아이템 루팅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백번 맞는 말이다. 전설 아이템이 떨어지는 영롱한 소리가 들릴 때마다 설렜다. 옵션을 확인하기 전까지의 두근거림, 빌드에 꼭 필요한 옵션의 아이템이 떨어졌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위상 변환도 가능해 현재는 계륵인 전설 아이템이라도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물론 옵션 수치가 낮아 저 레벨 전설 위상은 별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빌드의 핵심 위상이라면 없는 것보다 무조건 낫다.

 

■ 명불허전인 그래픽과 시네마틱, 준수한 연출

- 확실히 시네마틱 맛집다운 퀄리티를 자랑한다

채도가 높지 않은 우중충한 색감의 세피아 톤의 세상은 확실히 망한 것으로 보였다. 설정상 말티엘의 영혼 소각 이후 인류의 대다수가 사망한 세계라는데, 세계관과 잘 어울리는 그래픽이었다. 필드에 널린 시체와 해골도 어색하지 않다. 

스킬 이펙트도 분위기에 걸맞게 수수한 편이다. 그런데도 사운드와 모션으로 타격감 자체는 충실히 챙겼다. 화려하고 번쩍번쩍한 이펙트는 없지만 게임의 분위기와는 잘 어울린다. 

블리자드의 시네마틱 연출에 대해 호평을 많이 들었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인 게임 연출이 많았지만, 드문드문 나오는 시네마틱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웅장하고 장엄했다. 특히 트레일러에서도 등장한 지옥에 도달한 프라바 수녀장과 참회의 기사단이 진격하는 장면, 이나리우스와 릴리트의 대치가 백미였다.

인 게임 연출을 활용한 컷 신도 준수하다. 사실 대부분의 게임에서 익숙한 연출이라 좋다 나쁘다를 가늠하긴 어렵다. 다만 비현실적으로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에 익숙한 눈이 사실적으로 못생긴 내 캐릭터에 적응하지 못해 괴롭긴 했다.

 

■ 아저씨도 가능할 정도로 친절한 전투 난이도

- 냉기 트리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원소술사는 얼음 갑옷으로 생존력을 챙긴다

디아블로4는 타 RPG에 비해 전투가 어렵지 않다. 패턴 자체도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사용하는 스킬 자체가 적다. 위협적인 몬스터나 보스 패턴은 몇 가지로 고정돼 있어 게임을 하다 보면 절로 익숙해진다.

기자에게는 당연히 패턴을 피하면서 딜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다. 맞으면서 딜한다는 개념이 낯설었다. 원소술사의 경우 유리 대포 특성도 있어 얼음 방패 깨지고 취약 상태에서 한 방 더 맞으면 바로 빈사 상태에 처한다. 다른 직업, 특히 야만 용사의 플레이를 보고 '아, 이런 것을 의미하는구나'라고 깨달았다.

그래도 물약을 넉넉하게 주기 때문에 전투가 어렵지 않았다. 액트 보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콘텐츠를 리트라이 없이 수월하게 플레이했다. 주 자원인 마나가 말라 괴롭긴 했지만 어떻게든 기본 기술인 번개 채찍으로 비빌 수 있었다.

진입 장벽이 낮고 반응 속도가 느려도 맞아 가며 순조롭게 클리어할 수 있다는 점, 죽었다 살아나도 내구도가 깎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페널티가 없다는 점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물론 악몽이나 고행 등 고난도 콘텐츠에서는 죽으면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 지나치게 넓기만 한 오픈 월드

- 마을조차 쓸데없이 넓고 동선이 처참하다

물론 불편하거나 고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픈월드가 무대인 디아블로4는 필드가 넓고 몬스터가 띄엄띄엄 있어서 사냥할 때 리듬이 툭툭 끊긴다. 지옥 물결 진행 시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빨리 변종 잉걸불을 모아서 수수께끼의 상자로 바꿔야 하는데, 몬스터가 씨알이 마른 듯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던전도 마찬가지다. 쓸데없이 긴 데다 구조는 몇 가지 동일 패턴이 반복된다. 진행하다 보면 지겹다는 생각까지 든다. 공포 마법진, 공격 범위 제한 등 정예 몬스터의 불쾌한 패턴은 차치하고 신단 효과조차 제대로 활용한 적이 없다. 넓은 던전을 횡단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요하기 때문이다.

디아블로4가 굳이 오픈 월드여야 했을지 의구심이 든다. 물약 개수와 전투 포인트, 스탯 보너스 때문에 필수 수집 요소인 명망도 그렇다. 오픈 월드의 특색인 자유로운 플레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시원한 사냥과 아이템 획득이라는 원초적 재미를 방해했다.

 

■ 장인정신인가 아집인가, 낮은 편의성

- 인간적으로 인벤토리 보석은 다른 곳으로 빼 줄 필요가 있다

디아블로4에서 가장 큰 불만은 편의성 문제였다. 보석은 왜 인벤토리 한 칸을 차지해 시도 때도 없이 마을을 왕복하게 만드는 것이며, 왜 쓸데 없이 마을이 넓고 편의 시설이 사방팔방 분산되어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특히 초반 마을 키요바샤드에서 보관함만 2층으로 따로 빼놓은 데는 모종의 악의가 의심됐다.

가장 궁금한 점은 '왜 탈 것을 빨리 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가뜩이나 필드도 넓은데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자니 화딱지가 난다. 원소술사는 그나마 순간 이동이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다. 베타 테스트에서 드루이드를 육성할 때는 저혈압 치료가 절로 되는 기분이었다.

탈 것을 이르게 해금해도 스토리 진행이나 몰입에 지장이 생길 리 없다. 미니맵은 왜 확대 축소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시야를 전부 가리는 탭키로 현재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 것인가. 필드에 슬로우 디버프를 거는 벌레들을 배치한 것은 유저의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함인가.

기존 시리즈의 감성을 살리기 위함인지는 모르나, 각종 편의성 기능을 자랑하는 최신 게임에 익숙한 신규 유저에게는 그저 짜증날 뿐이다. 편의성 기능은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몰입이 힘든 스토리 전개

- 니가 도대체 왜...?

메인 스토리의 초중반부까지는 흥미로웠다. 선역인지 악역인지 모호한 릴리트, 천사임에도 이기적이고 쪼잔한 이나리우스, 오히려 천사보다 젠틀한 메피스토, 츤데레같은 로라스, 인간적인 도난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이후 행적이 궁금했다. 음울하고 희망 없는 세계, 그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후반부 전개를 너무 성의 없이 날렸다. 영웅적인 대의보다 평범한 보신을 선택한 도난의 선택은 충분히 이해 가능한 범주에 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자괴감과 상실의 우울함에 빠진 상태도 납득할 수 있다. 그렇게 탄탄하게 쌓아 온 캐릭터 빌딩은 무슨 의미였을까. 그의 퇴장에는 허무만 남았다.

방랑자 입장에서야 릴리트나 메피스토와 타협을 해도, 세상이야 망하든 내 알 바 아니라고 방관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특히 릴리트라면 아들 라트마를 애도한 인간적 모습을 볼 때 그녀의 진정한 목적이 어찌 됐든 성역 자체는 온존하고 본인도 존중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자신만의 '옳은 길'을 선택한 방랑자 앞에서, "엄마를 반드시 구할 거예요"라는 개인적인 이유로 영혼석을 들고 도망친 네이렐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녀에게도 모종의 깊은 뜻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관심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을 안 하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 천의무봉은 아니지만 대체불가 '재밌는' 게임

- 후반부 아쉬운 전개만 빼면 스토리도 재미있었다

처음 플레이하는 뉴비 입장에서 디아블로4는 참 묘한 게임이다.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지만 불편하거나 아쉬운 점도 자주 보인다. 장점이 강렬한 만큼 단점의 그늘 또한 짙었다. 

혹자가 "디아블로4 재미있느냐"라고 묻는다면 물론 재미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디아블로4가 고칠 점이 단 하나도 없는 완벽한 게임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세상에 단점 없는 게임이 어디있느냐만서도, 디아블로4는 유독 장점과 단점이 뚜렷이 구분됐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디아블로 시리즈만의 매력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구절절 평가를 늘어놓았지만 오늘도 퇴근 후 디아블로4를 켤 예정이다. 이 게임의 장점이 독보적이기에 단점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다행히도 디아블로4는 라이브 서비스하는 시즌제 온라인 게임이다. 명색이 블리자드 아닌가. 프리 시즌에서 아쉬운 부분을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츰 개선해 나가리라 믿는다.

장점

1. 다양한 스킬 트리와 준수한 타격감의 전투 시스템



2. 세계관과 어울리는 독특한 그래픽과 시네마틱



3. 짜릿한 파밍의 손맛



단점

1. 존재 의의를 모를 오픈 월드



2.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게임 설계 



3. 몰입이 힘든 스토리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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