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최선을 다했잖아
이탈리아의 거친 파울에 한국 선수들이 여러 차례 주저앉았다. 상대를 물고 늘어졌지만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허탈한 마음에 고개를 떨궜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 4강전에서 이탈리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9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4강전에서 한국은 이탈리아에 1대2로 패했다. 2019년에 이어 이 대회 2연속 결승 진출을 노렸던 한국은 3·4위전으로 밀려났다. 한국은 우루과이에 0대1로 패한 이스라엘과 12일 오전 2시 30분에 3·4위전을 치른다.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 선수비·후역습 전략을 통한 '실리축구'를 구사한 김은중호는 이탈리아를 상대해서도 변함없는 기조로 나섰다. 한국은 볼 점유율 30%로 이탈리아(48%)에 밀렸고 슈팅(7개-19개), 유효슈팅(3개-9개)도 열세였다.
특히 김은중호는 경기 내내 이탈리아의 거친 플레이와 싸워야 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전반부터 팔꿈치를 사용하면서 한국 선수들을 가격했다. 거친 태클은 물론 손을 쓰면서 유니폼을 잡아당겼다. 이날 이탈리아의 반칙 수는 26개였다. 한국(12개)보다 2배 넘는 수치였다. 그러나 이탈리아 선수가 옐로카드를 받은 건 단 3장뿐. 한국(2장)과 비슷했다. 주심의 관대한 판정과도 싸울 수밖에 없었다.
악조건에서도 한국은 이탈리아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2선 공격수 이승원(강원FC)과 배준호(대전)는 영리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패스로 이탈리아 수비를 지치게 했다. 원톱 공격수로 선 이영준(김천)은 키 190㎝를 앞세운 힘과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의 빈틈을 노렸다.
전반 14분 이탈리아 스트라이커 체사레 카사데이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전반 23분에 첫 기회가 왔다. 배준호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에게 밀려 넘어졌고, 비디오판독시스템(VAR) 판정 끝에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이승원은 오른발로 골문 왼쪽 구석을 향해 찼고, 골망을 흔들어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 6번째 공격포인트(2골·4도움)를 올린 이승원의 침착함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후반에도 이승원과 이영준이 이탈리아 골문을 위협하면서 역전을 노렸다. 그러나 후반 41분 프리킥 한 방에 무너졌다.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이탈리아 팀 17세 막내 시모네 파푼디에게 왼발 프리킥 골을 내줬다.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한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누워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끝까지 맞선 김은중호를 향해 적장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카르미네 눈치아타 이탈리아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우리의 경기 리듬을 깨뜨리며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고 박수를 보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본인들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100% 이상을 쏟아냈다"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김은중호 선수들은 다시 힘을 냈다. 스타 플레이어 없이 '원팀'으로 이뤄낸 4강 진출의 의미를 되새겼다. 대표팀 주장 이승원은 "아직 우리 대회가 끝난 게 아니다. 다음 경기(3·4위전)가 남았으니 동료들에게 고개를 들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U-20 대표팀의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시민 1000여 명이 모여 거리 응원을 펼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은중 감독의 리더십, 선수 여러분의 투혼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 여러분이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라며 격려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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