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쓰는 사람 드문데…편의점은 왜 ATM 늘릴까 [언박싱]

입력 2023. 6. 9. 17:12 수정 2023. 6. 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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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ATM기기를 이용해 돈을 인출하고 있다. 김벼리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1. 직장인 A(32) 씨는 경조사를 챙길 때 주로 편의점 ATM기기에서 돈을 뽑는다. 수수료가 비싸다는 인식이 있긴 하지만, 체크카드 계좌가 있는 은행 점포에 가려면 길을 멀리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ATM)수수료를 감내하고서라도 편리한 근처 편의점을 이용한다”고 털어놨다.

#2. 회사원 B(30) 씨는 은행이든 편의점이든 상관없이 가장 가까운 ATM을 찾아서 돈을 인출한다. 인터넷은행의 체크카드를 쓴다는 그는 “모든 ATM에서 수수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편의점 ATM도 거리낌없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현금 없는 사회’로 전환이 빨라지고 있지만, 편의점에 설치된 ATM 등 금융 자동화 기기는 오히려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에 대한 수요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못지 않게 급속히 통폐합되는 은행 점포의 대체 공간으로서 편의점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세븐일레븐, 2년 새 ATM 1000대↑…GS25, 1만2000대 이상 운영 중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16일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 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1000장씩 묶인 5만원권과 1만원권 등 지폐들은 비닐 등에 묶여 각 지역으로 옮겨진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없음).[사진공동취재단]

9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CU·GS25(가나다순), 편의점 3사 점포에 설치된 CD(현금자동지급기)·ATM(현금자동입출금기) 수는 최근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8900대의 CD·ATM을 운영 중이다. 2021년 7800대에서 약 2년 만에 1000대(13%)가량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년간 CD·ATM 이용 건수도 2021년에 비해 15%가량 증가했다.

CU도 현재 점포 약 9100곳에 CD·ATM을 설치한 상태다. CD·ATM을 설치한 점포는 2021년 8900점에서 연 평균 100개 점포씩 늘고 있다.

GS25는 현재 전국 매장에 1만2000대 이상의 CD·ATM을 운영하고 있다. GS25는 2018년 처음으로 CD·ATM 설치 대수 1만대를 돌파한 뒤 기기를 계속 늘리고 있다. 연간 거래액은 11조원 규모다. 주요 은행·증권사 11곳과 제휴를 맺어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은행 점포, 3일에 1개씩 사라져…ATM 이용객은 편의점서 구매, 매출로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ATM기기 [연합]

편의점업계가 CD·ATM 설치를 계속해서 늘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고객들의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크·신용카드와 간편결제 보급 확대로 현금을 쓰는 사람이 현저히 줄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은행이 점포들을 줄여나가는 탓에 이를 대체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4대 은행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영업점 수는 총 2865곳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점(2900곳)에 비해 35곳(1.2%) 줄었다. 사흘마다 점포가 1개씩 사라진 셈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5대 시중은행들에 설치된 자동화기기는 2만5060개였다. 1년 전에 비해 1501개(5.7%) 줄었다. 특히 ATM은 같은 기간 7.5%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 업계는 역으로 CD·ATM을 늘리며 잠재 고객군을 넓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은행 통폐합의 영향으로 인근 점포에 현금지급기를 설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CD·ATM 이용은 편의점의 직접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GS25에 따르면 CD·ATM 전체 이용자의 절반가량이 현금 인출 직후 편의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 발급서 화상 상담까지…은행 점포 변모하는 동네 편의점
CU의 금융 특화 편의점 2호점 ‘CU 비산자이점’ [CU 제공]

편의점 업계는 CD·ATM에서 더 나아가 사라지는 은행 점포에 대한 대체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DGB대구은행과 손잡고 대구 달서구에 금융특화점포 대구내당역점을 열었고, CU는 2021년 서울 송파구에 금융 특화 편의점 1호점 마천파크점에 이어 지난해애는 2호점인 비산자이점을 경기 안양시에 개점했다. GS25는 2021년 강원 정선군에 첫 금융혁신 매장 고한주공점을 선보인 뒤 현재 3호점까지 점포를 늘렸다.

금융특화 편의점들은 CD·ATM뿐만 아니라 키오스크 등을 통해 입출금통장·체크카드·행복페이·카드형 OTP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각종 신고 업무 처리, 손바닥 정맥 정보 등록, 화상상담 등 서비스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CD·ATM을 늘리는 것은 매출 증대와 고객 편의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편의점이 사라져가는 다양한 분야의 오프라인 거점 역할을 수행해 편의점 브랜드와 업태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이종 업태와 활발한 협업을 통해 차별화 서비스, 상품 출시 등 신성장동력 확보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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