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시론] 공영방송의 어리석고 미련한 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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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 장악'을 획책하고 있다는 비난이 난무한다.
언론노조, 그리고 언론노조가 장악한 공영방송에 대한 평가는 윤 정권에 대한 평가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셋째, 윤 정권 방송 담당 인사들의 거친 발언은 자신들의 통제권을 벗어난 공영방송에 대한 무력감과 좌절감의 표현이건만 공영방송은 그마저 '방송 장악' 또는 '방송 탄압' 시도라고 우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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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 장악'을 획책하고 있다는 비난이 난무한다. 야당과 언론노조가 공영방송과 관련해 입만 열면 외치는 말이다. "국민의힘은 한마디로 방송 장악에 있어서는 전과 집단"이며 "군사독재 시절부터 수많은 언론인을 감방에 보내고 온갖 탄압을 일삼았던 DNA를 가진 게 국민의힘"이라는 비방도 나온다. 정당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자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30년이 훨씬 지난 옛 이야기를 자꾸 주워섬기는 속내가 궁금하다.
나는 33년 전인 1990년 《한국방송민주화운동사》란 책을 출간했다. 당시 방송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방송인들에게 뜨거운 지지와 존경을 보낸 사람으로서 뭐라도 도울 일이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었다. 당시 투쟁의 중심 세력은 언론노조였기에 나는 언론노조를 적극 지지했으며, 전국을 다니며 노조 강연도 꽤 했다.
나는 그때의 생각과 마음을 여전히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노조에 대한 지지와 존경은 철회했다. 내가 달라진 건가, 언론노조가 달라진 건가? 나는 언론노조가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언론노조는 내가 달라졌다고 말할 게 뻔하다. 전반적인 여론 지형, 즉 '머릿수 대결'로 보자면 언론노조가 더 유리한 것 같다. 언론노조, 그리고 언론노조가 장악한 공영방송에 대한 평가는 윤 정권에 대한 평가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윤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내내 30%대에 머무르고 있다. 야권 세력이 우습게 볼 만하다. 그래서 나는 MBC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정치적으로 정치권력과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야당처럼 맞짱을 뜨겠다고 달려드는 공영방송을 가진 나라가 한국 이외에 이 지구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나는 '방송 장악'이니 '방송 탄압'이니 하는 30년 이상 묵은 상투어를 수시로 꺼내드는 공영방송과 언론노조에 이렇게 묻고 싶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아니면 30%대 정권을 더욱 고립시키기 위한 정치공세인가?"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불허' 사건이 말해 주듯이, 윤 정권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미련하고 충동적이다. 그래서 빈발하는 윤 정권의 그런 일탈을 '방송 장악'이나 '방송 탄압'과 연결시켜 공격하면 먹혀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윤 정권에 대한 대중의 광범위한 증오와 혐오 때문에 윤 정권과 대립 관계에 있는 공영방송이 단기적으론 이익을 보겠지만, 장기적으론 공영방송의 자해(自害)라는 게 내 생각이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스스로 '제 무덤 파기'다. 왜 그런가? 세 가지 이유를 들겠다.
첫째, 공영방송은 자신들이 떠들어대는 '방송 장악'이나 '방송 탄압' 이전의 공영방송이 공정했는지에 대해선 침묵한다. 둘째, 공영방송은 진보적(정파적) 색깔을 방송 민주화로 착각하거나 고집하는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있다. 셋째, 윤 정권 방송 담당 인사들의 거친 발언은 자신들의 통제권을 벗어난 공영방송에 대한 무력감과 좌절감의 표현이건만 공영방송은 그마저 '방송 장악' 또는 '방송 탄압' 시도라고 우기고 있다.
이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공영방송은 윤 정권과 맞짱 뜨는 일에선 성공을 거둘망정 중도파를 포함한 많은 국민의 눈엔 정당과 다를 바 없는 집단으로 각인될 것이다. 길도 없고 답도 없다고 느낀 윤 정권은 그런 여론을 업고 'MBC 민영화'와 'KBS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카드를 쓸 것이며, 공영방송은 놀랍게도 윤 정권을 사실상 그런 길로 몰아가고 있다. 나는 이렇게 어리석고 미련한 자해를 일삼는 사람들을 이전에 본 적이 없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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