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1주기 맞은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사건···"당신들의 희생 기억하겠습니다"
2022년 6월 9일 오전 10시 55분쯤, 대구지방법원 근처에 있는 한 건물에서 불이 났습니다. 민사소송에 패소하자 상대방 변호사에 앙심을 품은 50대 남성이 저지른 방화였습니다. 이 불로 방화범을 포함해 이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던 변호사와 직원 등 7명이 숨졌습니다. 사고 이후 대한변호사협회는 매년 6월 9일을 '법률사무소 안전의 날'로 정했는데요,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사건 1주기를 맞아 열린 '제1주기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이들을 기렸습니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1년 전 오늘 여섯 분의 무고한 변호사와 사무직원들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소중한 이들을 잃은 슬픔은 아직도 헤아릴 수 없습니다. 피해 영령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 및 피해자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러한 참사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피해자 지원 및 실효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강윤구 대구변호사회장
많은 이들은 6.9 방화 참사를 법치주의와 변호사 제도 자체에 대한 반문명적 테러였다고 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것은 우리 사회의 야만과 원시성이 잉태하고 넘쳐나는 분열과 불신이 낳은 공동체 전체에 대한 극단적 폭력 행위였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1년 전 당신들을 떠나보내면서 다짐했습니다. 작게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크게는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법 불신과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더 크게는 분열과 불신, 증오와 폭력이 넘치는 사회를 청산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오늘 빈손으로 돌아와서 당신들의 영령 앞에 서니 참으로 부끄럽고 면목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다짐합니다. 당신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서 좀 더 안전하고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당신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정용달 대구고등법원장
변호사 사무실 방화 테러는 재판 상대방 변호사에 대한 원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사법제도 불신, 변호사 역할에 대한 그릇된 사회적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참사는 개인의 일탈 또는 사고가 아닌 우리 사법제도 전체의 참사로, 법치주의의 위기로 각인되어야 합니다.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법조인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한 다양한 노력, 분쟁 당사자의 승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더 합리적인 설득 과정, 상대방을 포용하는 문화가 확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석화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사랑하는 가족이자 좋은 친구, 좋은 이웃, 동료였던 고 김규석 변호사님, 고 박재수 사무장님, 고 남소라 실장님, 고 김규태 사무장님, 고 엄찬양 실장님, 고 박성식 사무장님, 각자의 자리에서 귀한 사명을 감당하다 뜻하지 않게 소천하신 분들의 이름을 한 분 한 분 다시 새겨봅니다. 이토록 소중하고 값진 분들을 잃은 것은 분명 우리 법조계의 커다란 손실입니다. 어려운 사정을 알고 힘껏 도와주셨는데 황망히 떠났으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던 사고 직후에 장례식장을 찾은 어느 이주 여성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녀의 숙연한 고백이 의로웠던 고인들의 생존 모습과 활동을 가늠하게 합니다.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고인들이 남긴 선하고 향기로운 자취는 남은 우리에게 뚜렷한 삶의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이상봉 대구변호사회 사무직원회 회장
그 순간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요. 얼마나 슬펐을까요. 얼마나 울었을까요. 주마등처럼 스쳐 얼마나 보고 싶어 했을까요. 얼만큼 그리웠을까요. 얼마나 얼만큼이나. 눈시울이 붉어지고 아무리 나의 가슴이 저미어져도 가늠조차 되지 않습니다. 돌아올 수 없는 그곳에서는 지내시기가 어떠하신지요. 우리 그대들이여, 부디 평안하십시오.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불현듯 스쳐 생각이 날 때 그날의 아픔을 오롯이 느낄 수는 없지만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마음 한편이 아려온 것을 느낍니다. 이 세상 사람들에게 부탁하옵건대 법률 사무종사자들의 불안이 해소되고 생명이 존중받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방화 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애도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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