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싱하이밍·이재명 싸잡아 비판···“내정간섭” “사대주의”

정대연·조문희 기자 2023. 6. 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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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싱 대사 초치해 도발적 언행 엄중 경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부와 여당은 9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윤석열 정부 대중 외교를 비판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싱 대사와 이 대표에 대해 각각 “내정간섭” “사대주의”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에서 “싱 대사는 한·중 간 관계 악화 책임을 대한민국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고, 대한민국을 향해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하는 등 노골적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며 “이는 명백한 내정간섭일 뿐더러 외교적으로도 심각한 결례”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싱 대사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싱 대사는 전날 저녁 대사관저에서 이 대표를 만나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며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를 배팅하는 이들이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싱 대사는 “최근 한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가 확대되는 문제를 우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탈중국화 시도를 중요한 원인으로 설명한다” 등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싱 대사가 준비한 원고를 꺼내들고 작심한 듯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 데도 이 대표는 짝짜꿍하고 백댄서를 자처했다”며 “이 대표는 싱 대사의 무례한 발언을 제지하고 항의하기는커녕 도리어 교지를 받들듯 15분 동안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고 이 대표도 비판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 참모들은 싱 대사의 도를 넘는 오만한 발언을 받아적는 모습까지 보였다”며 “민주당이 대한민국 국익을 지키는 정당인지, 아니면 중국의 꼭두각시인지 의심케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정권 당시 대중국 굴종외교로 일관했던 모습을 재방송하는 것 같아 참으로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민주당과 이 대표가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싱 대사의 만찬 초청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대표실 관계자는 “김 대표가 전날 이 대표와 싱 대사 만찬 회동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본 뒤 만찬 거절 의사를 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 측은 앞서 지난 7일 주한 중국대사관으로부터 만찬 초청 연락을 받았다. 싱 대사 측이 이 대표와 싱 대사의 만찬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김 대표 측에 연락한 것이어서 뒷말을 낳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싱 대사가 구한말 우리나라에 왔던 위안스카이처럼 막말을 했다.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조롱했다”며 “더 놀라운 건 그 자리에 있던 이 대표가 이에 맞장구치며 공동대응까지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스카이는 조선 말 임오군란을 계기로 한반도에 진입, 사실상 ‘조선 총독’ 노릇을 하며 권력을 휘두른 인물이다. 신 의원은 “이 대표의 모습에서 구한말 나라를 망하게 만든 수구봉건 사대부를 연상하는 건 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묻는다. 중화 사대주의가 당신의 본심인가. 어제 처신이 제1당 대표로서 합당했다 생각하는가”라고 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와 싱 대사의 회동 장면은 마치 청나라 앞에 굴복했던 삼전도의 굴욕마저 떠올리게 할 정도”라며 “국익이 최우선이어야 할 외교마저 정쟁에 이용하고 중국에 대해 사대주의적 태도로 일관하며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민 얼굴에 먹칠을 한 야당 대표를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이 대표가 중국 대사와 면담을 갖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공동대응을 논의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중국의 55개 원전은 대부분 우리 서해와 맞닿아 있는 중국 동쪽 연안에 몰려 있고 여기서 배출되는 삼중수소의 양은 후쿠시마 배출량의 50배에 이른다. 민주당은 중국에 먼저 대책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이 대표와 싱 대사를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싱 대사의 협박성 발언에는 최근 중국의 외교행태가 고스란히 녹아있다”며 “중국이 아직도 전 세계의 중심이라 여기고 한국을 마치 조공 관계의 신하국으로 여기는 것 같아 지켜보기 안타깝다”고 밝혔다. 송언석 의원은 “사대주의적 태도의 대가로 중국 대사관에서 주는 밥 먹고 속이 빤히 보이는 계산적인 환대를 받았겠지만, 우리 국민이 받은 모멸감과 자긍심의 상처는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정부도 강경하게 대응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로 싱 대사를 불러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외교부는 싱 대사의 발언이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 개소 1주년 기념 포럼 참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교 관례라는 게 있고 대사의 역할은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지 오해를 확산하면 안 된다”며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분야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국립외교원·통일연구원·한국국방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 주관 공동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국가 간 관계는 상호 존중이 기본이 돼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당한 외교를 통해 건강한 한·중 관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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