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에어퍼스트 지분 인수한 블랙록…승기 잡은 비결은

김근우 2023. 6. 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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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KKR·브룩필드 등 유력 후보 제쳐
세계 최대 운용사 국내 첫 PEF 성격 투자
경영 관여 의도 적어 IMM 지배력 유지 가능
태그얼롱 감안 비교적 높은 가격 써낸 듯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간 경쟁이 치열했던 산업용 가스 제조 업체 에어퍼스트 소수 지분 인수전에서 블랙록이 승기를 거머쥐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래가 원만히 마무리된다면 블랙록이 국내에서 성사시킨 첫 번째 PEF 성격의 딜이 될 전망이다.
에어퍼스트 서산 공장 전경(사진=에어퍼스트)
9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IMM PE(프라이빗에쿼티)는 전날 에어퍼스트 지분 30%를 블랙록에 약 1조50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양측은 올 연말 혹은 내년 초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지분율만큼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합의했다. 블랙록은 유상증자에 참여해 600억원을 더 출자하면 총 1조1100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지분 100%에 대한 기업가치는 3조7000억원 가량으로 책정됐다. IMM PE는 이번 거래로 IRR(내부수익률) 39%, MOIC(투자원금대비수익률) 3.5배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블랙록은 현재 결성 중인 인프라 펀드인 ‘BlackRock Global Infrastructure Fund IV’를 통해 자금을 충당한다.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투자는 해당 펀드의 마수걸이 투자가 될 전망이다. 블랙록은 여기에 4000억원대 인수금융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금융 주선은 신한투자증권이 맡아 신한은행과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등이 함께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인수전에는 블랙록 이외에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브룩필드자산운용 등 쟁쟁한 글로벌 PEF 운용사들이 경쟁했다. KKR과 브룩필드는 지분 50% 인수를 제안하며 공동경영을 원하는 등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다만 IMM PE 입장에서는 지분 70%를 보유하는 것이 향후 지속적으로 에어퍼스트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블랙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블랙록이 경영에 관여하려는 의도가 크게 없는데다, 비교적 높은 가격을 써낸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록은 대주주가 지분을 팔 때 함께 묶어 팔 수 있는 동반매각청구권(태그얼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가격을 써낸 데에는 태그얼롱 행사 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랙록이 경영 참여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사회 한 석 정도는 보장 받았을 것으로 예상 되는데,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에어퍼스트는 IMM PE가 지난 2019년 4월 글로벌 가스회사 린데(Linde)의 한국 자회사인 린데코리아의 일반산업가스 부문을 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해 출범한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가스 제조회사다. 당시 IMM PE는 에어퍼스트(옛 린데코리아)가 삼성전자·롯데케미탈·한화토탈·현대제철 등 국내 대기업 등과의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창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도체·2차전지 등의 주요 전방산업 분야의 추후 증설 계획, 그리고 국내 산업 고도화로 산업가스의 수요처가 점차 확대돼 향후 국내 산업가스 시장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점도 감안했다. 현재 에어퍼스트는 반도체·석유화학·철강·양극재·자동차·조선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 질소·산소·아르곤 등의 일반산업가스를 공급하며 시장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IMM PE는 에어퍼스트의 이 같은 미래 전망을 바탕으로 인수 이후 조직역량을 강화해 기업의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강도 높은 체질개선을 단행했다. 영업 본부에 영업기획팀 등 신규사업부를 추가하고 영업력을 강화해 고객군을 다변화하는 등 기업의 ‘밸류업’ 활동에 초첨을 맞췄다.

에어퍼스트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에 일반산업가스를 공급하는 대형 공급 계약을 수주를 비롯해, LG화학·현대오일뱅크·세아베스틸 등 국내 다수의 화학, 철강 고객사들과 신규 공급 계약 수주를 지속적으로 체결하며, 최근 3년 기준 12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루는 등 뚜렷한 기업가치 상승을 보였다.

김근우 (roothel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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