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쓰나미…일상이 된 재난에 대비하는법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 당신이 리히터 규모 9.0을 기록한 동일본 대지진을 마주한 인간이라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이미 닥쳐온 재난 앞에서 목숨이라도 겨우 부지하고 있다면 그다음에 할 일은 무엇일까.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차관보를 지내는 등 자연재해부터 테러, 사이버 보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는 국가안보 전문가로 일해온 저자는 재난을 잠들지 않는 악마로 비유한다. 저자는 "위기 자체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그 피해와 손실을 최소화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악마를 피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짚고, 현실적인 대응을 요구한다. "재난의 전과 후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보다 지금, 여기에 대해 적게 얘기한다"는 문제의식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의 말처럼 이제 재난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는 얼마 없을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세계인의 발목을 잡고 생활양식을 바꾸길 강요했던 팬데믹은 물론이고, 얼마 전 새벽에 울린 재난 문자에 잠에서 깨어나 불안해했던 이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비단 전쟁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재난은 곳곳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폭염과 혹한, 산불과 가뭄, 사이버 공격, 테러 등은 언제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예방에 신경 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차피 모든 재난을 막을 수는 없다면 발생한 후에라도 상황을 덜 악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책장을 넘기며 역사 속 수많은 재난 사례를 되짚다 보면 재난은 일순간 터지는 사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이루어진 공공정책과 의사결정이 축적된 결과이고, 각 개인이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적다는 깨달음이 찾아온다.
그래서 최악의 사례뿐만 아니라 덜 나쁜 사례에서 찾아보는 교훈들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후쿠시마 원전보다 진앙에서 더 가까운 곳에 있는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가 방사능 유출 없이 안전하게 가동이 중단됐다는 사실, 인도양 쓰나미의 교훈을 기억하고 대피 프로토콜을 확립해 대비한 끝에 피해를 줄인 인도네시아 지진 등이 그렇다. 애초에 재난 이후의 '뉴 노멀'을 기다리는 대신 일상적인 재난을 인지하는 '나우 노멀'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합한 사례는 그런 것들일 테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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