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 추진, 시간 걸리더라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소장섭 기자 2023. 6. 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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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가 만난 사람] 김애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김애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은 유보통합 추진에 대해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돌다리도 두드려가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육이라는 것은 정말 먼 미래를 보고 하는 거잖아요. 준비 과정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유보통합이 너무 졸속으로 돼 버리거나, 강제적으로 될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김애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은 유보통합 추진에 대해서 신중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내가 이사장이 되자마자 유보통합 정책이 발표되고, 곧바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굉장히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유보통합이 이렇게까지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보니, 너무 당황스럽고 긴장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는 유보통합의 어떤 모형을 만든다고 한다면 민주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유아교육계와 보육계, 두 그룹이 각각 자신들이 생각하는 유보통합의 모형을 만들어서 검토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겁니다. 지금은 추진단이 구성돼서 모형안을 하나만 딱 만들어서 추진위에서 검토하는 형식으로 돼 있어요. 그것보다는, 열어놓고 진행하는 게 좋다고 봐요. 양쪽의 의견을 들어서 합리적으로 절충도 해보고 서로 토론도 해보고 하면서 만들어지는 안이 가장 최상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 이사장은 정부가 구성한 '영유아교육·보육통합 추진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된 후 첫 회의를 갖는 자리에서 유보통합 모형 구성에 대해 이렇게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치원이 완벽하다는 건 아니지만 격차로 볼 때는 우위에 있다"면서도 "한쪽에 의해 일방적으로 준비된다면 하향 평준화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정말 공평하고 바람직하게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열어놔야 한다. 쏠림 현상이 있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한 모든 구성원이 행복한 유보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유치원 기본계획에 아침 8시부터 유치원 교육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두고, 부모의 사회활동 보장을 위한 취지로 이해하지만 어린이나 교원의 입장에서는 결코 행복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모두가 행복해야 하는 건데, 어떤 집단만 행복한 교육 현장으로 만드는 걸 반대합니다. 저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게 진정한 유보통합의 가치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 부분들에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김 이사장은 유보통합으로 가는 과정에서 유치원의 행정인력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이야기했다. 정부가 유치원에도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김 이사장은 나이스를 도입할 여력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항변했다.

"'반대한다'는 말은 안 쓰겠어요. 행정인력이 전혀 없는 환경 속에서는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나이스가 교육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문제를 발생시켜요. 유치원에 행정인력이 따로 없기 때문에, 교직원을 투입시킬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그만큼 유아의 교육에 할애할 시간들을 전부 줄여야 하니까요. 그것은 어찌 보면 유치원 교육의 자율권을 방해하고 제한하는 겁니다."

김 이사장은 유치원 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나라에서도 돈을 쓸 때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가장 적게 쓰고 큰 효과를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바로 유치원 교육이 가장 돈을 적게 들이면서 가장 큰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교육은 출발점입니다.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릴 때, 밑그림이 어떻게 그려져지냐에 따라서 그림의 완성도가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이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유치원 시절은 정말 밑그림을 그리기에 좋은 시기라는 거예요."

김 이사장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첫 직선제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성균관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으며, 1991년부터 동화나라유치원 설립자 및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유총 홍보이사(2004년), 재정이사(2006년), 서울지회장(2010년)을 엮임했으며, 2016년부터 한유총 부이사장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12월 첫 직선제 선거에서 당선됐으며, 올해 3월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정부가 '영유아교육·보육통합 추진위원회' 첫 회의(4월 4일)를 가진 직후인 지난 4월 12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베이비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김애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은 유보통합 추진에 대해서 "유보통합이 이렇게까지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보니, 너무 당황스럽고 긴장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소장섭: 김애순 이사장님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이사장님께서는 평생을 유아교육 발전을 위해서 헌신해오셨는데요. 우선 이사장님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애순: 저는 유치원을 1992년도부터 설립해서 지금까지 운영해 온 유치원 원장입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시간이 이제 30년이 넘었네요. 인생의 황금기를 유아들과 함께 지내온 것입니다.

유치원은 120년 역사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120년 역사를 주도해 온 곳은 바로 사립유치원입니다. 120년 전에는 공립 유치원이라는 게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립유치원이 그 척박한 환경에서부터 120년 동안 지금까지 발전된 유치원 환경을 만들기까지 노력은 정말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습니다. 또 그 중심에는 한유총도 있었어요. 

2004년 유아교육법이 제정되면서 자발적으로, 자생적으로 생겨진 유치원이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역사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유치원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유치원의 환경이 굉장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유치원이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공교육으로 가는 과정 속에서 사립유치원의 수고와 노력이 오늘날의 사립유치원의 위상을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한국의 유치원 교육은 명품 유치원 교육이라고 저는 감히 말합니다. 그것도 바로 사립유치원의 수고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도권으로 들어가면서, 그전에 보장되던 자유권이라는 것이 조금씩 약해졌습니다. 자유권이 약해지면서 유치원 교육 발전에 오히려 방해가 됐던 점은 안타깝기도 합니다. 유치원 교육이 잘 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그것이 막히고 어려워지는 상황이 됐던 것입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도 유치원 교육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던 유치원 교육의 동참자로서, 저는 앞으로 유치원이 지속 발전할 수 있는 길을 가게 해야 한다는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고요. 그러한 사명감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소장섭: 이번 한유총 이사장님 선거가 처음으로 직선제로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고, 이사장님께서는 직선제 초대 이사장님이 되셨는데, 그 소감이 어떠신지요?

김애순: 제가 한유총에서 임원으로 섬긴 시간은 사실 19년째입니다. 중앙이사를 계속 역임하다가, 부이사장까지 하다가 이번에 이사장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저한테 한유총의 이사장이라는 것은 어떤 새로운 기분은 없었어요. 단지 이제 직선제로 선출되었다는 것이 의미가 조금은 다르지만, 뭐 특별한 소감은 없습니다. 

소장섭: 이사장님께서는, 지난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하셨는데요. 임기 동안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과 꼭 하고 싶은 것들을 한 한 가지씩만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애순: 직선제 선거를 치르는 과정 속에서, 자기의 생각들을 전부 드러내야 되잖아요? 그게 바로 공약이잖아요. 그 공약이 다섯 가지 정도 되는데, 제가 약속한 그 공약을 지켜내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꼭 해내고 싶어요. 그중에서 꼭 하고 싶은 것, 하나를 딱 말하라고 한다면, 저는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이사장이 되자마자 유보통합 정책이 발표되고, 곧바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굉장히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유보통합이 이렇게까지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보니, 너무 당황스럽고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소장섭: 유보통합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보통합은 이제 유아교육계나 보육계, 우리 아이 부모님들한테도 가장 큰 핫이슈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지난 취임식에서 "유치원 중심의 유보통합을 추진함으로써 유아교육 발전을 견인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유치원 중심의 유보통합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애순: 그렇죠. 그러니까 유치원 정책을 발표할 때 유보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었는지 정부는 알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격차 해소'라는 단어를 썼어요. 이 격차 해소라는 것은 격차라는 단어 속에는 우열이 분명히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렇다면 '우'는 어디고, '열'은 어디냐? 이렇게 생각해 볼 때 저는 분명히 '우'는 유치원 쪽이었을 것이라고 봐요. 그리고 '열'이라고 한다면은 어린이집 쪽이 아닌가 싶어요. 이건 어린이집을 폄하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격차 해소를 가장 우선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격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치원 쪽이 아니라 어린이집이었다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저는 그러면 유치원 중심으로 한다는 것에, 단서를 붙이자면 정말 바람직하고 모두가 만족하는 유보통합이라는 표현을 쓰고, 교육 중심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 모든 것을 보면 '격차의 우위에 있는 것은 유치원'이라고 감히 단정 지을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유치원은 교육 중심의 기관이거든요. 

그렇다면 '유치원 중심이 된다는 것은 유치원이 모델이 돼야 하고, 유치원의 모든 기준에 맞춰 진행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래서 유치원 중심의 유보통합이 이뤄진다는 표현을 쓰게 된 거예요. 유보통합을 하면서 하향 평준화가 되면 절대 안 되잖아요. 우열을 봤을 때도 유치원이 훨씬 낫고, 실제로 학부모들에게 여쭤봐도 그래요.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거쳐서, 만 3세가 되면 유치원으로 오게 되잖아요. 유치원에 오게 되면 대부분 학부형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게 '유치원에 오니까 너무 좋아요' '너무 달라졌어요' '환경이 달라졌어요' '선생님이 좋아졌어요' '아이들이 많이 성장해요' '교육적으로 프로그램이 좋아요' 이런 얘기들을 너무 많이 해요. 

소장섭: 유보통합 쟁점 중의 하나가 바로, 만 0~2세 영아에 대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현재 가정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문제인데요. 정부에서는 만 0~5세 모두를 유보통합의 대상으로 발표했는데요. 이와 관련, 이사장님 혹은 유치원 측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김애순: 제가 유치원만 지속적으로 경영해왔고, 유치원 쪽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만 어린이집은 잘 몰라요. 특히 만 0~2세는 전혀 모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러운데, 놀랍게도 정부가 교육 중심이라는 단어를 썼어요. 유보통합의 전제로요. 그렇다면 '만 0~2세에게 과연 교육 중심이라는 단어가 맞을까?'라는 생각을 해봐요. 제가 생각할 때는 만 0~2세는 돌봄이 좀 더 강화되고, 만 3~5세는 교육이 중심이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만 0~2세와 만 3~5세는 발달의 단계에 따라서 맞춤형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님들의 입장도 그럴 거예요. 그래서 아이의 발달에 적합한 기준으로 해서, 분리해서 진행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교육에서도 아이가 행복한 것이 중요하잖아요.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환경이라 하면 시설 환경도 있지만, 거기에는 교사도 있잖아요. 그런 모든 조건들이 맞춤형으로 잘 돼야 부모들이 마음의 안심을 가질 수 있어요. 만 0~2세의 환경과 만 3~5세의 환경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만 0~2세도 전문적인 돌봄이 강화된 기관의 환경 구성이 된다면,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기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애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은 유보통합 통합 모델에 대해서 유치원 측과 어린이집 측이 각각 모델을 만들어서 서로 비교한 뒤, 토론을 거쳐 최상의 안이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소장섭: 잘 알겠습니다. 지금 얼마 전에 유보통합 추진위원회가 구성이 됐고 이사장님께서도 위원으로 위촉이 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주호 장관님이 위원장이신 걸로 알고 있고, 첫 회의가 열렸고 다녀오셨는데 어떠셨습니까?

김애순: 굉장히 예민한 얘기인데요. 첫 회의에서는 첫 만남이 진행됐고, 인사를 하는 자리였어요. 지금 기본계획의 1차 계획안이 발표된 정도인데, 저는 거기서 유보통합의 어떤 모형을 만든다고 한다면 민주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유아교육계와 보육계, 두 그룹이 각각 자신들이 생각하는 유보통합의 모형을 만들어서 검토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겁니다. 지금은 추진단이 구성돼서 모형안을 하나만 딱 만들어서 추진위에서 검토하는 형식으로 돼 있어요. 그것보다는, 열어놓고 진행하는 게 좋다고 봐요. 양쪽의 의견을 들어서 합리적으로 절충도 해보고 서로 토론도 해보고 하면서 만들어지는 안이 가장 최상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소장섭: 그렇게 첫 회의가 끝나고 또 이렇게 추진위원들의 명단도 공개되고 나서 굉장히 많은 여러 기관들에서 성명도 나오고 논평도 나오고 했었는데 위원 구성을 두고서도 말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저희도 쟁점을 정리했는데, 거의 한 10가지 가까이 되더라고요. 혹시 추진위 구성에 대해 하시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애순: 제가 조금 전에 유아교육계의 모형과 보육계 모형을 같이 올리자고 제안한 이유가 바로 그런 점 때문이에요. 유보통합을 두고 회의를 할 때, 무조건적으로 찬성하는 의견도 있고, 하나하나씩 짚어가면서 검토하자는 의견도 있어요.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제대로 하자'라는 쪽은 아무래도 유아교육계 쪽이고. '잘한다', '좋다'라는 쪽은 보육계 쪽이었던 것 같아요. 위원 구성을 두고 나온 지적들이 정확하다고 봐요. 한쪽으로 편중되거나, 무조건 좋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봐요. 돌다리도 두드려가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육이라는 것은 정말 먼 미래를 보고 하는 거잖아요. 준비 과정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유보통합이 너무 졸속으로 돼 버리거나, 강제적으로 될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아까 유치원 중심이라는 말도 나왔잖아요. 유치원이 완벽하다는 건 아니지만 격차로 볼 때는 우위에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한쪽에 의해 일방적으로 준비된다면 하향 평준화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저는 채택이 되지 않더라도, 제안을 하는 거예요. 정말 공평하고 바람직하게 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열어놔야 한다고요. 이렇게 이야기한 취지도, 한쪽에 쏠림 현상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소장섭: 유보통합 이야기가 나온 지 한 30년이 벌써 흘렀고, 역대 정부들이 계속 유보통합을  과제로 내세우고 실제 추진도 해봤는데 실현이 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지난 대선 과정을 되돌아보면 유보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현장에서 많이 올라왔고 실제 각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받았고, 실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는 로드맵도 발표가 됐고, 2025년부터는 실제 유보통합이 시작된다라는 발표도 있었고, 추진단과 추진위까지 꾸려져서 스타트를 걸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보면 역대 정부보다 굉장히 스피디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이 되는 것 같은데, 이사장님 보시기에 이게 이번 정부 임기 내에서 실제 실현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떻게 실현 가능성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애순: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런데 역대 정부가 유보통합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그때그때마다 준비해 왔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있다고 봐요. 처음에 누리과정으로 교육과정을 통합한 것도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건 아니에요. 그전에부터 이미 준비해 오던 과정이 있었어요. 그러면 유보통합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뤄지고, 늦춰지고, 결국 실현을 못 시킨 이유가 뭔지가 궁금하잖아요. 실현시키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어떻게 한순간에 다 없애가면서, 문제점들을 다 개선하면서 할 수 있을지, 과연 2년이라는 시간 안에 가능할지 저도 궁금해요. 

사실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서로가 개선 의지를 가지고, 현장에 와서 지속적인 소통을 하면서 한다고 한다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현장과 소통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과 시간을 충분히 가진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그러나 강제적으로 밀어붙이기식으로 한다면 불협화음은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봅니다.

소장섭: 제가 보기에는 좀 달라진 것이 있다고 봐요. 물론 문재인 정부 때는 격차 완화에 초점을 뒀고, 유보통합이라는 용어는 사라졌습니다. 그전에 박근혜 정부 때는 국무총리 산하에 추진단까지 만들어서 진행하려고 했으나 임기 후반부로 가면서 힘이 빠졌죠. 부처를 일원화하는 게 굉장히 큰 과제였는데요. 지금 정부에서는 교육부 중심으로 유보통합을 추진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못을 박고 가고 있잖아요. 이것이 이전 정부하고는 많이 달라지는 달라진 점이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애순: 유보통합을 한다면 교육부 중심이 바람직하죠. 교육부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것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더 큰 과제입니다. 열악한 기관들을 시집 보내듯 교육부로 보내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잖아요. 그런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저는 교육부 중심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장섭: 누리과정이 도입된 지 벌써 10년은 된 것 같아요. 아무튼 보육 과정과 교육 과정은 이미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들은 이미 통합이 이뤄졌다고 봐요. 물론 실제 시행하는 기관마다 좀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산의 관점에서 보면, 교육부가 사실 누리과정 비용을 이미 지원을 해왔잖아요. 실제 관리는 복지부에서 하지만요. 그래서 당연히 이제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수순이 밟아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김애순: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마 그렇게 돼서 자연스럽게 된 것 같습니다.

소장섭: 아까 격차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는데, '왜 우리가 왜 유보통합을 해야 하나?' 이런 근본적인 질문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해 주시는 게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가든, 어린이집에 가든 똑같은 수준 이상의 퀄리티 있는 서비스를 받아야 된다는 겁니다. 급간식비에 대해서도 어느 기관에 가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게 우리 현실인데 , 아이 중심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 유보통합은 꼭 필요하지 않느냐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하세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애순: 지금 유보통합의 계획과 로드맵을 보면 지금 지적하신 부분을 많이 감안한 것 같이 느껴집니다. 유치원 환경을 보면, 사실은 유치원 기관이 있고, 그 다음에 학부모도 있고 아이도 있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유보통합의 정책 방향이 학부모 편의를 도모하는 것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느낌이 듭니다.

아이 중심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이는 바로 이런 환경을 좋아할까?' '아이는 이런 교육을 받는 걸 좋아할까?' 이렇게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하는 유보통합이어야 합니다. 모든 교육과정도 맞춤형으로 해야 하는 것이고요. 

학부모들은, 학부모 부담금이 없으면 좋다고 느끼고, 사회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좀 더 많이 데리고 있어 주면 좋다는 입장입니다. 대부분의 정책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어요. 얼마 전에 유치원 기본계획이 발표가 됐는데, '아침 8시부터 유아들을 교육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이미 허용돼서 하고 있는데도 마치 새로운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부모가 아이를 기관에 맡기는 것에 대한 시간 연장을 해주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에요. 누구를 위해서일까요? 이것도 학부모를 위한 겁니다.

사실 유치원 기관에서 아이들을 그 시간부터 교육하기 위해서는 기관은 문을 훨씬 일찍 열어야 하고 선생님은 6시 30분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지금 현장에 있는 교원들은 불행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교육이라는 것은, 학부모도 행복하고 유아도 행복하고 유치원도 행복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교원 입장에서는 행복하지 않은 거예요. 

어린이 입장에서도 생각해 봐요.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아침에 나와서 밤 8시까지 있는 것을 허용한다면 몇 시간을 유치원에 있는 걸까요? 우리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느끼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겁니다. 행복할까요? 아이의 행복을 너무 무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렇게 아이들이 기관에 있는 시간을 길게 연장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저는 역으로 질문하고 싶어요.

소장섭: 부모의 사회활동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김애순: 그렇죠. 모두가 행복해야 하는 건데, 어떤 집단만 행복한 교육 현장으로 만드는 걸 반대합니다. 저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게 진정한 유보통합의 가치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 부분들에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래서 유아 발달에 관심을 가지고 유아의 행복을 관심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유아교육계에서 생각하는 유보통합의 모형을 만들어서 비교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것도 참고해야 하고, 그걸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야 바른 유보통합의 정신이라고 봅니다.

소장섭: 제가 너무 궁금해서 한 가지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그러니까 이제 어린이집을 보면 행정 인력들이 없어요.

김애순: 유치원도 마찬가지예요.

소장섭: 아, 유치원도 없나요? 선생님들만 있나요?

김애순: 유치원은 교사죠. 행정 직원에 대한 지원이 없기 때문에 원장이 1인 몇 역을 하고 있는 거죠. 행정인력이 없어요.

소장섭: 초등학교를 보더라도, 선생님만 있는 게 아니라 행정인력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해야 할 일도 많이 있을 텐데, 그런데 행정 인력이 전혀 없습니까?

김애순: 인력이 없어요.

소장섭: 행정인력 지원 체계가 없습니까?

김애순: 지원 체계가 없습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도 행정 업무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행정 업무를 거부하는 거예요. '반대한다'는 말은 안 쓰겠어요. 행정인력이 전혀 없는 환경 속에서는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정부가 발표한 유아교육 기본계획을 보면, '유치원의 자율권을 확대해 준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요. 자율권이 뭔가요? 설립자나 원장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따라서 , 또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서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것이 자율권의 일부이겠죠. 자율권이라면 그런 것이 다 포함돼 있어요.

그렇다면 이 나이스 같은 프로그램은 자율권을 굉장히 제한하고 있어요. 교육 서비스의 질을 완전히 반감시키고, 서비스 질을 확실히 낮추는 문제를 발생시켜요. 왜냐하면 행정직원이 따로 없잖아요. 그런데 그걸 하게 되면 어떨까요? 거기에 누가 투입이 돼요? 모든 교직원이 다 투입이 된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교직원을 투입하면, 그게 바로 교육의 서비스 질을 저하시키는 거예요. 유아의 교육에 할애할 시간들을 전부 줄여야 하니까요.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고, 그것이 어찌 보면 유치원 교육의 자율권을 방해하고 제한하는 겁니다.

김애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은 유보통합 추진에 앞서서 법에 의해서 유치원 원비를 물가 상승률에 훨씬 못 미치는 1% 제한을 두고 있는 문제부터 해결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소장섭: 어린이집 원장님들이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십니다. 어린이집 평가 인증제도를 준비하려고 하면 서류 작업도 엄청 많은데, 물론 정부에서 지원금이 들어오니까 자료도 갖추고 평가 체계를 해야 되는 건 맞는 것 같긴 한데, 그런데 그걸 떠나서라도 뭔가 조직이 운영이 되려면 조직원들의 각자 역할들이 정해져 있고, 체계를 갖춰야만 더 잘 굴러가고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급식을 담당하는 조리원들은 있는 거고요. 행정 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할 텐데, 그런 체계가 없다는 게 정말 의아스럽습니다.

김애순: 유치원에 재정 여력이 없는 거예요. 법에 의해서 유치원 원비를 물가 상승률에 훨씬 못 미치는 1%라는 제한을 두고 있어요. 1% 이내에서 인상하라는 겁니다. 현장의 환경은 매우매우 달라지고 있는데, 그 재정으로는 맞춤형 대응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행정 인력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죠. 그러다 보니까 그것을 누가 다 감당해야 할까요? 원장이 다 감당할 수밖에 없죠.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어요. 

그러니까 유보통합을 추진할 때도 그런 문제들이 먼저 해결되지 않은 채, 통합을 강요한다면 현장은 정말 이중고에 시달릴 겁니다. 그런 것들이 자꾸 보완돼야 하겠죠.

소장섭: 그렇군요. 그래서 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에 대해서 거부 입장이 있으신 거군요.

김애순: 저희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거죠. 그건 안 된다는 거예요. 환경이 안 돼 있기 때문에요.

소장섭: 나이스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되시는 상황이라는 점을 잘 알겠습니다. 충분히 잘 설명을 해주신 것 같고요. 이사장님의 공약 중에는, 표준교육비를 국·공립 수준으로 인상시켜 현실성 있는 무상교육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공약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애순: 유아학비 지원에 대해서는 유아교육법에 분명히 무상교육을 하게 돼 있어요. 법으로 제정이 돼 있는 것이죠. 그러면 무상 교육비를 책정한다면 어느 기준에 맞춰야 할까요? 교육비는 유치원마다 다 달라요. 그러면 어떤 기준으로 맞출까가 이제 가장 큰 관건이잖아요. 거기서 표준교육비라는 말이 나와요. 아무래도 표준교육비는 평균이라는 의미가 많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지금 현재는 그 표준교육비가 엄밀히 말하면 공립하고 사립하고 분할이 되어 있어요. 공립은 표준교육비를 굳이 안 내도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표준교육비에 해당이 안 되는 기관이 돼 버렸으니까요. 지금도 공립은 거의 무상이잖아요. 

그러면 사립을 위해서 표준교육비라는 것도 아마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사립유치원의 원비는 공립유치원의 반값이라고 이야기해요. 공립유치원의 운영비의 반값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저는 교육부에 그것을 좀 검토하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어요. '문제가 없는가?' '연구해야 하지 않는가?' '반값 운영이 왜 나오냐?'라고 말이에요. 사립유치원은 반값 운영을 하는데, 학부모 부담금이라는 것이 있어서 따로 받잖아요. 그래야지만 반값이에요. 반값의 이유와 원인을 분석하고, 이 원인을 없애주고 그 다음에 계산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거에요. 

그러면 공립유치원의 표준값을 가져가면 정확하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에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사립유치원은 행정직원이 없어요. 그러면 인건비가 반이 줄어버리는 거예요. 공립 유치원은 애들이 몇 명 되지 않아도 행정 직원이 교사 수만큼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인건비에서부터 확실히 줄어버리는 거예요.

두 번째는 안전사고를 비롯해 유치원에서 다양하면서도 소소하게 발생하는 계산되지 않은 비용들이라는 게 있어요. 그런 비용들은 누구 책임일까요? 원장이나 설립자 책임이에요. 국가가 책임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런 비용은 또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그냥 유치원 원장이나 설립자들이 그냥 내야 하는 비용이에요. 그런 비용이 빠졌어요. 

그다음에 또, 유치원은 유아 수라는 게 있어요. 유아수에 원비를 곱하기해서 운영비가 나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느 해는 정원을 못 채운단 말이에요. 표준교육비는 정원을 기준으로 했을 거예요. 어쩔 수 없어요. 그런데 어느 해에 원아수가 반토막이 나면, 모든 비용이 적자잖아요. 적자는 또 누가 메워야 할까요? 설립자나 원장이 또 넣어야 됩니다. 그런 비용들이 다 없어요. 

그 다음에 유치원 건물이 있는데, 유치원 건물은 설립자의 재산이잖아요. 말하자면 이 재산을 고스란히 무상으로 내놓은 상태입니다. 섭립자들은 그거 하나 딱 있는데, 생계 보장이 하나도 안 돼요. 설립자에게 어떤 보상을 해주는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소유권을 일방적으로 무상으로 제공하는 형국입니다. 공적으로 유치원 교육을 위해서, 유아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냥 무상 제공한 것이에요. 그런 비용이 빠졌어요.

소장섭: 제가 말씀을 들어보니, 이제 국공립하고 사립하고 지원 체계가 완전히 지금 다르다는 말씀이시죠?

김애순: 당연히 다르죠.

소장섭: 그러니까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 국공립이 훨씬 더 크고 사립은 적다는 말씀이시죠?

김애순: 정부는 국공립은 지원해 줬다는 말을 우리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국공립은.

소장섭: 학부모가 국민행복카드로 결제하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있을 텐데 그것은 똑같이 지원되죠?

김애순: 누리과정비는 똑같죠. 국공립은 그러니까 학부모 부담금 없어요.

소장섭: 그러면 학부모 부담금에 해당되는 예산이 국공립 측에는 별도로 들어가는 것이죠?

김애순: 그렇죠. 정부가 무상으로 교육을 하는 거니까요.

소장섭: 무상교육이기 때문에 학부모 지원금에 해당하는 예산들을 국공립에는 지원해 주는 것이군요.

김애순: 다 지원되는 거죠.

소장섭: 사립은 그걸 학부모에게 걷는 것이고요?

김애순: 그렇죠. 그래도 반값이라는 거예요. 전부 합해도. 반값인 이유가 바로 그런 비용들이 전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행정직원이 없으니 인건비부터 반값이고, 그다음에 설립자가 무상으로 지원하는 유치원 건물 등이 다 빠져 있는 거예요.

소장섭: 그러면 우리가 유보통합을 하면서 상향 평준화를 하려면, 정부의 지원 규모는 국공립 유치원 수준으로 가야겠네요?

김애순: 좋은 말씀 하셨어요. 그 수준으로 모든 것이 조정이 돼야 바람직합니다.

소장섭: 지금 무상교육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게 실질적으로 가능하려면 그렇게 해야 되겠네요.

김애순: 그렇죠. 그러니까 저희가 주장하는 것은 표준교육비도 공립의 표준교육비를 한번 적용해보자는 겁니다. 그렇게 지원을 한다면 정말 바람직하게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소장섭: 사립유치원의 재산권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많이 됐었는데요. 지금 사립유치원 설립자의 경우에는 개인 사업자인 건가요?

김애순: 제가 묻고 싶어요. 개인 사업자인가요?

소장섭: 사업자 등록증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김애순: 아니, 사업자등록증에는 그렇게 나와는 있지만...

소장섭: 개인 사업자로 돼 있는데, 이 건물 공간의 임대료를 정부한테 받지는 않는 것이죠?

김애순: 받는 것도 아니에요. 무상 제공이죠.

소장섭: 공적인 교육을 위해서 제공되고 있는 것이고, 만약에 더 이상 유치원을 운영할 수 없게 돼서 이제 문을 닫는다고 하면 이 건물에 대해서는?

김애순: 아무것도 보상이 없어요.

소장섭: 소유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김애순: 소유권은 달라지지 않지만, 그동안 쓰고 사용한 것에 대한 보상은 없어요. 무상으로 쓴 거에 대한 것이요. 그래도 그런 건 있어야 하잖아요? 실제 예로 들어보면 몇 년 전에 상도유치원이 단설 공립유치원인데 무너진 적이 있어요. 사후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공립유치원이 세워지니 그 옆에 있는 사립유치원은 아이들이 없었어요. 정부가 그 유치원을 한 달에 5000만 원씩 임대료를 내고, 임대해서 들어갔어요. 공립 유치원이 무너지니까 그 옆에 있는 사립유치원을 임대해서 임대료를 내고 들어가서 교육을 시킨 거에요. 

이런 예로, 사립유치원이 지금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규모가 얼마나 큰가 생각해 보시면 되잖아요. 그런데 유치원을 하는 동안에는 그냥 무상 제공인 거예요. 폐원하면 그냥 폐원인 거예요. 그리고 유치원을 운영하는 동안에는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 폐원도 함부로 하면 안 돼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좀 이상하지 않아요? 불합리하다고 생각지 않으세요?

소장섭: 저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정보가 제대로 알려져서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보육도 마찬가지고, 교육도 마찬가지고 지금 보면 정부가 사실은 해야 할 일을 민간이 주도적으로 일을 해왔는데, 정부에서 무상교육이라는 기치를 내걸면서 예산 지원을 시작하다 보니 감시와 감독이 강화되고 있고, 자율성들은 사라지고 있고, 그동안 열심히 해오시면서 보육이나 교육의 바탕을 일궈오신 부분들에 대한 공로나 헌신들은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을 때, 민간이 역할을 했던 것인데, 이제 자꾸 국공립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공교육의 문제이다 보니까, 계속해서 정부 자원은 투입이 되고 있고, 그런 과정 속에서 이런 문제들이 좀 생겨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사재를 털어서 건물을 마련하고, 그 공간에서 우리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로와 헌신을 인정을 해줘야 된다라는 게 이제 사립유치원 측에서 이야기하고 계신 것들이고요.

김애순: 뭐 그렇다고 상도유치원에 5000만 원씩 줬다고 해서 매달 이걸 원하는 게 아닙니다. 나라에서 어떻게 그렇게 하겠어요. 그런 것보다도 자기의 모든 재산을 거기다 투자한 사람은 그것만 바라보고 있었던 사람이 만약에 있다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는 보장을 해줘야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러니까 어찌 보면 유치원이 원래 법이 만들어져서 시작된 곳이 아니잖아요. 제가 유치원을 설립해서 운영한 지가 33년 됐단 말이에요. 그런데 유아교육법은 언제 생겼어요? 2004년도잖아요. 얼마 안 됐단 말이에요. 그러니까는 유치원이 먼저 생긴 거예요. 

2004년에 법이 제정될 때는 분명히 법에는 그렇게 나와 있었어요. 사립유치원의 설립비용을 보전할 수 있게 돼 있었어요. 그러면 그 뒤로 그렇게 했느냐? 그렇지도 않아요. 그건 없었어요. 법에 있지만 전혀 안 했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 법 이전부터 유지하고 있는 유치원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와서 그러는 것은 참 아니지 않는가라고 자꾸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이의제기를 하는 데도 지난번에 박용진 국회의원이 제기해 유치원 3법이 생길 때 얼마나 큰 마녀사냥을 당했잖아요. 비리 집단으로 몰려가지고요. 말하자면 굉장히 좀 억울한 부분이 많아요.

소장섭: 지금 그러면 거의 대부분은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하시는 거죠? 주식회사 이런 개념은 없고요?

김애순: 없어요. 사인이 경영하는 유치원이에요. 그러니까 법인이 아니에요.

소장섭: 그럼 종합소득세를 내시겠네요. 세금으로 보면? 아, 면세인가요?

김애순: 그거는 안 내요. 면세죠. 그러니까 세금 부분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는 건 아니고요. 우리가 세금을 안 낸다고 해서 무상 제공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세금 면제를 받았다고 무상을 적용한다는 것은 아닌 건 같아요. 그렇잖아요. 그거에 대한 보상을 받으면 우리도 세금을 내겠다는 거예요.

김애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은 "유아교육에 대한 투자는 바로 우리나라의 비전"이라며 "유아교육 발전에 힘을 쓴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교육은 발전적이고 희망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장섭: 잘 알겠습니다. 지금 저출생으로 인해서 인구가 많이 줄었고,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지금 통계를 보면 어린이집은 굉장히 많이 없어지고 있거든요. 유치원은 지금 어떻습니까?

김애순: 유치원도 비슷하죠.

소장섭: 지금 유치원이 8600개 정도 있나요? 지금?

김애순: 사립은 4000개를 훨씬 밑돌아요. 공립하고 사립이 말하자면 거의 비슷해졌어요. 제가 정확한 수치는 잘 모르겠는데, 사립유치원은 그 중에서도 4000개가 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 정도로 많이 줄었죠.

소장섭: 그러면 사립 유치원이 줄고 국공립 유치원이 늘어나는 상황인가요?

김애순: 그렇게 됐죠. 지금까지.

소장섭: 그럼, 폐원하는 곳도 많이 생기는 건가요?

김애순: 사립 유치원 경영이 악화되니까 폐원을 많이 하죠. 그리고, 저출생 문제가 더 커요.

소장섭: 저출생의 영향도 받아서 절대적인 유치원 숫자는 줄어들고 있군요.

김애순: 줄어들고 있고요. 지금 상황은 그렇습니다.

소장섭: 그렇군요. 그래서 지금 그러면 교원의 숫자로 보면 어느 정도 되나요?

김애순: 아무래도 유치원 수가 줄어들면 교원 숫자도 줄어들게 되죠. 그런데 사실은 사립유치원과 국공립 유치원이 숫자 비교를 하면 거의 비슷한 것 같아도 사립유치원이 원아 수, 학급 수가 많고, 규모가 크니까 원아 수로 보면 지금도 한 60~70%가 이제 사립유치원 소식이에요.

소장섭: 그러면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사립유치원만을 대변하시는 건가요?

김애순: 네, 그렇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설립 당시에는 정말 사립유치원이 거의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니까 공립 유치원이 생겨도 거의 미미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유치원이면 그냥 사립 유치원이었던 때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태동했어요. 그래서 그때도 사립유치원총연합회라는 표현을 안 썼어요.

소장섭: 오늘 여러 가지 쟁점들과 현안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이사장님께서는 평생을 유아교육 발전을 위해서 헌신을 해오셨잖아요. 대한민국 교육을 바라보셨을 때 우리 교육이 얼마만큼 발전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애순: '로버트 풀검'이라는 작가가 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있어요. 그게 정답이에요. 유치원 교육은 출발점이거든요. 그러니까 유치원 교육이 그만큼 중요하고, 그래서 나라도 유치원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자부심이 있는 게 뭐냐면, 우리나라 교육 발전에 가장 공헌을 한 곳이 바로 우리 사립유치원이었다라는 점입니다. 

저는 오늘날에 BTS가 나온 배경에는 '그 준비를 사립유치원에서 다 해왔다'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라에서 관심 갖고, 유아교육 발전에 힘을 쓴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교육은 발전적이고 희망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전 세계를 주도하는 국민의 자질을 다 갖출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유아교육에 지원하는 것이 바로 미래, 우리나라의 비전과 그 모든 것을 성취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즉, 유아교육에 대한 투자는 바로 우리나라의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소장섭: 고맙습니다. 이제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아직도 입시 위주의 교육, 좋은 대학 보내는 것에 매몰돼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베이비뉴스의 편집국장으로 14년 동안 일을 하다 보니까, 어렸을 때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어렸을 때 많은 것들이 결정되고, 그 시기를 잘 보내야만 그게 바탕이 돼서 잘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데, 그런 측면에서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사회가 좀 더 알아줘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유치원 선생님들도 비교를 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선생님들 같은 경우 더 많은 대우를 받는 것에 비해서 대우가 부족하거나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이 부족한 부분들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김애순: 좀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나라에서도 돈을 쓸 때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가장 적게 쓰고 큰 효과를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바로 유치원 교육이 가장 돈을 적게 들이면서 가장 큰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유치원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유치원 교육은 출발점입니다.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릴 때, 밑그림이 어떻게 그려져지냐에 따라서 그림의 완성도가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이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유치원 시절은 정말 밑그림을 그리기에 좋은 시기라는 거예요. 

그 '로버트 풀검'이라는 작가가 그 책을 쓴 이유가 바로 거기서 오는 거예요. 그 다음에 그 구글의 창업자가 유치원 교육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구글이라는 회사를 자꾸 특별하게 만들고 특별하게 운영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하게 됐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유치원에서 하던 대로 했는데요'라는 표현을 씁니다. 답이 거기서 다 나오는 것 같아요. 유치원에서 어떤 환경을 어떻게 그들에게 제공했느냐가 그만큼 그들의 마음속에 어떤 동기 부여의 씨앗을 심어준 거잖아요. 그리고, 훗날 그들의 입에서 '나는 유치원에서 하던 것처럼 했어요'라는 말이 나왔단 말이에요. 그만큼 중요한 거죠. 

그래서 나라가 유치원 교육에, 유아교육에 재정을 쓰는 것이 훗날 놀라운 결과로 이어지고, 그런 역사가 일어난다는 거죠. 그래서 출발점 학교에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바로 유치원 교사가 하는 것이고, 유치원 교육이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나 다른 학교에 비해서 유치원 교육은 그만큼 열려있기도 하고, 아이들한테 행복감을 주는 교육의 터전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환경이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유치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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