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와중 피난민에 총격까지···러-우크라, ‘침수지역 포격’ 공방

선명수 기자 2023. 6. 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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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붕괴 사흘 만에 서울시 면적 침수돼
홍수 대피하는 민간인에게도 포격
젤렌스키 “러 보유 탄저균, 흑해로”
드론에 찍힌 댐 현장, “미사일 흔적 없어”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과 구급대원들이 카호우카댐 붕괴로 발생한 침수 피해 지역에서 거동이 불편한 주민이 보트에서 내리는 것을 돕고 있다. 지난 6일 발생한 원인불명의 댐 폭파로 드니프로강 일대 600㎢ 가 물에 잠겼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에 해당하는 크기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댐 붕괴 원인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였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이번에는 서로 상대방이 구조 활동을 막고 대피 중인 주민을 향해 포격을 퍼부었다며 공방을 벌였다. 주민들은 재난 상황 와중에서도 계속되는 포격으로 인해 대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야간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 대피 지점을 포함해 헤르손 일대 침수 지역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는 러시아를 제외하고 세계의 어떤 테러리스트도 한 적이 없는 악의 징후”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에도 러시아군이 주민 대피를 돕는 우크라이나 구조대에 총격을 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이재민들에게 구호품을 나눠주던 헤르손주 코라벨라광장 인근을 공격해 구급대원과 경찰, 의사, 독일인 자원봉사자 등 9명이 다쳤다. 외신은 포격을 당한 곳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불과 몇시간 전 수해지역 주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했던 장소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러시아군 통제지역 주민들을 구조하려는 민간 구호단체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대형 댐 폭발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헤르손주 수해지역에서 러시아군이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인 수륙양용ATV를 겨냥해 포격을 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통제지역을 공격해 주민들의 대피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맞섰다. 파괴된 카후오카댐이 위치한 드니프로강을 중심으로 서쪽은 우크라이나군이, 동쪽은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구조대원들이 침수 지역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강 동쪽 민간인 대피 지역이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을 받았으며, 이 공격으로 33세 임신부를 포함해 민간인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댐 붕괴 사흘 만에 서울시 면적 침수…“러군 보유한 탄저균, 강물 따라 흑해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댐 붕괴 사흘째인 8일 현재 주민 6000여명이 대피한 상태다. 우크라이나의 헤르손 군사행정부 책임자인 올렉산드르 프로쿠딘은 침수 피해를 입은 헤르손지역 평균 수위가 5.61m에 달하며 약 600㎢가 넘는 지역이 물에 잠겼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에 달하는 크기다. 침수된 지역의 68%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드니프로강 동쪽에 있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댐 붕괴로 인해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남부 헤르손주 침수지역에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드니프로강 카우호카댐 붕괴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헤르손주 일대가 홍수로 물에 잠겨 있다. AP연합뉴스

홍수로 인한 환경 및 보건 우려도 심각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피해 지역에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 확산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이 지역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댐 붕괴로 드니프로강 유역에 매설돼 있던 지뢰가 강 하류 인구 밀집 지역으로 유실됐을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른 위험이 앞으로 수십년간 민간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존에 지뢰 위치를 파악했던 매핑 시스템이 이번 홍수로 완전히 어그러지면서 대인 지뢰는 물론 대전차 지뢰까지도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러시아군 점령지역의 탄저균 매장지가 홍수로 휩쓸리면서 탄저균에 오염된 물이 흑해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환경운동가들과 온라인 좌담에서 “러시아에 일시 점령된 지역에 최소 2개의 탄저균 매장지가 있으며,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댐 붕괴로 홍수가 발생한 헤르손 지역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홍수로 접근이 어려웠던 댐 파괴 현장을 공중에서 촬영한 사진이 공개됐다. AP통신은 댐 붕괴 이틀째인 전날 드론을 띄워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AP통신은 댐 구조물이 대부분 파괴돼 형체만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구조물에서 그을린 자국이나 파편 등 미사일 공격의 전형적인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AP통신이 드론으로 촬영한 카호우카 댐 붕괴 현장. AP통신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만큼 파괴됐지만 미사일 공격의 흔적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그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름반도의 물 공급을 끊기 위해 카호우카댐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댐 구조물을 내부에서 폭파시켰다고 맞서 왔다.


☞ 러시아 점령지 댐 폭발…‘우크라 대반격’ 막으려 터뜨렸나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6072151025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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