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이건용, 그와 나의 이야기'展
평택시 오성면 신리의 푸른 들녘을 걷다보면 ‘공간미학(米學)’에 다다른다. 경기도와 평택시, 경기문화재단이 방치된 창고건물을 문화시설로 전환해 지난 3월 개관한 복합농업체험공간이다. 오는 18일까지 이 곳에선 조금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지난 5일 개막한 ‘이건용, 그와 나의 이야기’展이다.
경기문화재단과 평택 공간미학이 특별기획전으로 마련한 전시는 이건용 작가와 그의 작품을 소장한 22명의 팬들이 애장품 50점을 전시에 내걸었다. 작가와 작가의 작품을 애정하는 소장가들이 뜻을 모아 마련한 만큼, 작가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지녔다.
국내에서 살아있는 작가를 위한 헌정 전시가 열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 전시에는 이건용 작가가 크게 알려지기 전인 30여년 전 소장한 작품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작가의 세월과 흔적이 나열됐다.
올해 나이 여든하나의 이건용 작가는 국내 1세대 행위예술가다. 1970년대부터 퍼포먼스, 조각, 설치, 영상을 넘나들며 작업해 왔으며, 자신의 몸을 움직여 만들어 낸 작품은 ‘달팽이 걸음’ 등 둘도 없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꾸준한 ‘신체 드로잉’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국내는 물론 해외 미술시장을 휘어잡았다. 그에게 몸은 단순히 신체를 넘어서 예술의 변주곡을 만들어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전시는 단순히 이건용의 예술세계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가에 대한 ‘헌정’ 전시에만 머무르지도 않는다.
관람객들은 소장가들이 직접 전시에 걸어 놓은 작품을 통해 왜 이건용 작가와 그의 작품을 애정하게 됐는지, 이를 통해 이건용의 예술세계가 어떻게 확대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예술가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그를 애정하는 소장가, 또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함께 할 때 예술적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또 예술가는 어느 먼 곳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며 우리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는 것을 다시금 알 수 있다. 결국 전시는 예술가와 나, 너,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최기영 경기문화재단 수석학예연구사는 "이건용 작가도 자신의 일대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은 물론 작품을 통해 작가 스스로 예술작업의 변곡점을 보게 되어 매우 뜻깊고 의미있다고 평가를 했다"며 "작가가 성장하는 것을 오랜 시간 팬들이 지켜보고 작품을 소장하며 서로 끈끈하게 함께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가 열린 공간에 대한 특별한 바람도 담겼다. 지난 3월 새롭게 탄생한 공간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주변이 활성화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장태영 화가는 “소장가들은 이건용 작가에게 매료돼 작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예술가의 든든한 지원자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며 “이건용이라는 작가의 예술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뜻을 모아 전시를 마련했다. 그의 예술세계를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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