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국산 통신 장비 '퇴출' 잰걸음... 화웨이 "기술 문제를 정치화 말라"

조영빈 2023. 6. 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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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 등 중국산 통신·보안 장비 퇴출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유럽의 중국산 보안 장비 퇴출 시도가 잇따르는 건 통신망 장비에 화웨이가 '백도어'를 탑재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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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화웨이 5G 장비 퇴출 강제화' 추진
영국선 '중국산 CCTV 순차적 제거'까지
'백도어 탑재' 의혹 탓... 화웨이는 부인
2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ICT 전시회 'MWC 2023'을 찾은 방문객들이 화웨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바르셀로나=신화 연합뉴스

유럽이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 등 중국산 통신·보안 장비 퇴출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은 "기술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말라"며 발끈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유럽 본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우리의 장비를 몰아내려는) 유럽의 계획은 어느 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사이버 보안 평가의 정치화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비기술적 판단에 근거한 '배제'는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유럽의 디지털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대부분서 화웨이 사용...유럽 전체 안보의 문제"

이 같은 화웨이의 반발은 유럽연합(EU)이 화웨이 장비를 완전히 밀어내려 하는 유럽의 시도에서 비롯됐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EU가 일부 회원국들이 여전히 보안 우려가 제기되는 화웨이 장비를 이용 중이라고 판단해 이 회사의 5G 장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회원국들에 '5G 통신망 구축 시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공급자와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놨다. 그러나 권고 수준의 지침이었던 탓에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만큼, 앞으로는 이를 강제화하겠다는 게 EU의 구상이다. 실제 안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2일 역내 통신장관 회의에서 "회원국의 3분의 1만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는데, 이는 너무 적은 숫자"라며 "유럽 전체 안보를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 강제화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심지어 영국은 중국산 폐쇄회로(CC)TV 퇴출도 밀어붙이고 있다. 유럽 지역에서 가장 강경한 대중 노선을 택하고 있는 영국은 최근 발표한 '조달 규정 강화안'을 통해 "중국 국영 기업에서 생산된 감시 장비를 순차적으로 제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정 기업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CCTV 수출업체인 중국 국영 하이비크비전과 다후아 제품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화웨이 "백도어 발견 기록 어디 있나" 반발

유럽의 중국산 보안 장비 퇴출 시도가 잇따르는 건 통신망 장비에 화웨이가 '백도어'를 탑재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백도어는 데이터를 빼돌릴 목적으로 통신 장비에 은밀하게 심어 놓는 장치를 뜻한다. 화웨이 통신 장비 수입을 원천 봉쇄한 미국은 화웨이 장비에서 백도어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화웨이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화웨이는 성명에서 "우리가 유럽에 있는 동안, 화웨이 장비에서 백도어가 발견됐음을 보여 주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고 반박했다.

통신 전문 컨설팅 회사인 스탠더드컨설트는 지난해 유럽 31개국의 5G 장비 가운데 중국산 비율이 5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유럽 내 중국의 최대 교역국인 독일은 59%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탈리아,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여전히 많은 유럽 국가가 비용 측면에서 우세한 화웨이 제품을 사들이고 있다"며 "EU 내에서도 '중국산 제품 퇴출 강제화'에 대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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