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설득할 생각 없이 제 할 말만 하는 윤석열 정부, 왜?

김지환·김윤나영 기자 2023. 6. 9. 15: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동개혁’을 내년 총선 의제로 활용하려는 전략
민주당은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 카드 만지작
한국노총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심판투쟁’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윤석열 정부가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중단에도 현행 노동정책 틀을 유지하기로 했다. 노동계와 공식 대화 채널이 막히든 말든 ‘마이 웨이’를 외쳤다. 기존의 노동계 압박 기조를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양대노총과 접촉면을 늘리며 윤석열 정부의 ‘노·정관계 관리 실패’를 부각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기에 정치권과 노동계는 벌써 셈을 하느라 분주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8일 브리핑에서 “경사노위를 유지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의 모든 노동정책 원칙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해) 당연히 엄정하게 법을 집행한 것인데 그로 인해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겠다면 어느 국민이 그런 태도를 이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고용노동부도 지난 7일 입장문에서 “사회적 대화는 경제주체의 주요 책무로 정쟁의 대상이나 특권일 수 없다”며 한국노총을 비판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사실상 예견됐다. 윤석열 정부는 애초부터 사회적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기보다 전문가 중심으로 ‘노동개혁’ 방안을 만들어 밀어붙이는 데 주력했다. 보수진영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속도전 기조는 바뀌지 않았고 ‘주 69시간’ 논란 같은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궤도 수정이 없는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는 정부·여당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회적 대화를 하는 대신 서둘러 ‘노동개혁’ 세부안을 매듭짓고 이를 내년 총선 의제로 활용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본다. ‘정당한 노동개혁을 기득권 세력인 야당과 양대노총이 막고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노조 회계 공시와 조합비 세액공제를 연계하는 방안을 브리핑하면서 “노조 회계 투명성에 대해 반대한다면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당정은 노동개혁특위에서 ‘한국노총을 끌어안자’는 의견을 나누고, 지난 1일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를 열기로 계획했다. 국민의힘으로선 노조 조직표를 무시할 수 없어서 한국노총이 내년 총선에서 최소한 ‘중립’을 유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경찰이 김준영 처장의 농성을 강제 진압하면서 정부와 한국노총의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민주당은 노동계와 연대 강화를 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양대노총 위원장 간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하고 시기를 조율 중이다. 아울러 경사노위를 고립시키고 국회 중심의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만약 경사노위가 끝내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협의 채널을 만들도록 민주당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9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새로운 협의 채널’에 관해 “국회가 주도해 노사와 함께하는 ‘노사국’ 협의체를 만들 수 있다”며 “사회적 대화가 계속 안 된다면 여당에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압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