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노인 이순재, 미치광이가 된 왕 그대로
이순재 200분 동안 열연
딸과 가신 등 조역도 눈길
2년 전 공연과 마찬가지로 단독 캐스팅으로 리어왕 역할을 맡은 배우 이순재(88)는 60년을 훌쩍 넘긴 연기 인생을 담아 그야말로 열연을 펼친다. 극 초반 세상 전부를 발 밑에 두고 있는 절대권력의 소유자로 등장한 리어왕이 시간이 지나자 얇은 옷 하나만 걸친 채 맨발로 무대 위를 걷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관객 또한 인생의 허무함을 곱씹는 시간을 갖게 된다. 옷 색깔 못지 않게 하얗게 바랜 느낌의 머리칼과 수염, 깊게 패인 주름, 특유의 탁성까지가 모두 리어왕의 현신처럼 보이는데 기여한다. 제작사는 공연이 끝난 뒤 이순재를 ‘역대 최고령 리어왕’으로 기네스북에 등재 신청을 할 예정이다.
주역은 물론 예술감독 역할까지 소화한 이순재 본인 역시 “리어왕은 이 세상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수작”이라며 원작을 살린 이유를 설명했고,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함께 시도해 볼 수 있는 최고의 행운이기에 자다가도 대사가 튀어나올 수 있을 정도로 철저히 준비했다”고 자신한 바 있다. 대사 한 번을 틀리지 않는 열연 덕분에 200분, 3시간이 지나고도 20분이 더 필요한 긴 공연 시간은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흘러간다.
공연이 열리는 LG아트센터의 무대 또한 황량하고 축축한 고대 영국 황야의 모습을 구현해내는데 성공한 모습이다. 다만 음향의 경우 각자 톤이 다른 배우들의 육성을 전달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도 존재한다. 공연은 오는 18일까지 단 16회 동안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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