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앞세워 유럽외교 박차···외교부장 EU·체코 순방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이 다음 주 유럽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4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우자오셰 외교부장은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과 체코 프라하를 방문할 예정이다. 우 외교부장은 14일 프라하에서 열리는 안보 컨퍼런스에 참석한 후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과 행사에 동석해 연설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대만 고위 관료와 유럽 정상이 한 무대에 서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대만은 바티칸을 제외한 어떠한 유럽 국가와도 공식 외교 관계가 없으며, 유럽 국가 정상은 중국을 의식해 대만과의 공개 접촉을 꺼려왔다.
최근 대만과 유럽은 반도체를 매개로 가까워지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총 430억유로(약 62조원)를 들여 EU 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반도체법 시행에 합의하고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이 수입하는 반도체의 80% 이상이 대만산이며,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독일에 새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다.
체코 역시 대만의 기술과 투자를 받으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파벨 대통령은 지난 1월 당선 후 중국의 반발을 감수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다.
우자오셰 외교부장의 이번 유럽 방문 역시 반도체 논의와 관련된 것인지 주목된다. 대만·체코 외교부와 EU는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으로, 외교부장이 없고 중국 지방의 외사 분야 책임자만 있을 뿐”이라며 “유럽이 어떠한 이유로도 대만과 공식 왕래를 진행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우자오셰 외교부장은 과거에도 조용히 유럽을 찾은 적이 있다. 2021년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 열린 싱크탱크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현지 관료들을 만났으며, 브뤼셀도 방문했다. 2019년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연설했다.
중국은 대만과 외교 관계를 공식화하려는 국가를 극도로 견제하고 있다. 2021년 리투아니아가 빌니우스에 사실상 대만 대사관 개설을 허용하자, 중국은 리투아니아와의 외교 관계를 격하하고 다국적 기업들에 리투아니아와의 관계를 끊도록 압력을 가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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