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 팬데믹 때 ‘인간 걱정’ 없이 다녔다…장거리 이동 73% ↑

김지숙 입력 2023. 6. 9. 14:35 수정 2023. 6. 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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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마가 칠레의 텅 빈 도심 거리를 활보하고, 일본에선 사슴이 지하철역을 배회했다.

당시 언론은 세계 여러 나라가 국민의 이동을 제한하자 야생동물이 돌아왔다고 보도했는데, 이 같은 사실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또한 인간의 이동이 육상 포유류의 행동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는데, 인간의 이동이 동물의 움직임에 핵심 요인이며 야생동물 보전을 위해 우리가 교통량, 이동 시간, 빈도 등을 조정해 영향력을 낮출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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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불곰·개미핥기·순록 등 43종 2300마리 이동 관찰
코로나 봉쇄 시기 야생동물들의 장거리 이동이 늘어났다는 연구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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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마가 칠레의 텅 빈 도심 거리를 활보하고, 일본에선 사슴이 지하철역을 배회했다. 파나마에선 너구리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야생 칠면조가 거리를 활보했다. 중국 윈난성에서는 코끼리들이 숲에서 잠든 사진이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2020년 초 코로나19 봉쇄 기간 야생동물이 인적 끊긴 도시에 나타나 주목받았던 사례들이다. 당시 언론은 세계 여러 나라가 국민의 이동을 제한하자 야생동물이 돌아왔다고 보도했는데, 이 같은 사실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 생태학자 말리 터커 박사와 국제 연구진은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 조치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를 시기, 야생 포유류의 이동을 분석한 논문을 8일(현지시각)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각 연구 지역의 첫 번째 봉쇄 기간(2020년 2월1일~4월28일)부터 2020년 5월15일까지 약 3~4개월간 육상 포유류 움직임과 2019년 같은 시기, 같은 동물의 움직임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는 미국 알래스카의 불곰, 브라질 큰개미핥기, 노르웨이 순록, 케냐 사자, 미얀마 아시아코끼리 등 총 43종 2300마리에게 부착된 지피에스(GPS) 위치 추적 장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됐다. 개체당 평균 관찰일수는 59일이었다.

연구진이 관찰한 43종 육상 포유류(검은 점)의 위치. 지도는 관찰 지역의 봉쇄 강도가 높을수록 붉은색으로 표시됐다. 말리 터커 제공/라드바우드 대학

연구를 보면, 봉쇄 조치가 가장 엄격한 지역에서 동물들의 장거리 이동(10일 이상)은 73% 늘어났다. 그러나 1시간 단위의 짧은 이동은 12% 감소했고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동물들이 봉쇄 이전보다 도로에 평균 36% 더 가까이 접근했던 것이 확인됐다. 연구자들은 장거리 이동이 늘어난 것은 동물이 서식지를 확장한 것으로, 짧은 이동이 줄어든 것은 사람이나 자동차를 만나 회피하는 경향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했다.

이들은 실제로 봉쇄 기간 야생동물 찻길 사고가 감소했을 뿐 아니라 고슴도치 개체 수가 늘어나고, 불곰도 새로운 생태 통로를 이용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논문에 적었다. 또한 인간의 이동이 육상 포유류의 행동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는데, 인간의 이동이 동물의 움직임에 핵심 요인이며 야생동물 보전을 위해 우리가 교통량, 이동 시간, 빈도 등을 조정해 영향력을 낮출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전했다.

논문 주저자인 터커 박사는 “이러한 데이터는 동물들이 코로나 봉쇄 기간 인간이 어디 있는지 걱정할 필요 없이 제 갈 길을 갔다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많은 야생동물에게 인간은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진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말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국제적 프로젝트인 ‘코로나19 바이오로그 이니셔티브’의 결과물 중 하나다. 2020년 초 전례 없는 팬데믹이 세계를 휩쓸자 야생동물 연구자들은 봉쇄 기간 동안 야생동물의 생태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이미 연구하고 있던 야생동물의 위치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력하기 시작했다.

중국 윈난성 쿤밍시 근처 숲에서 코끼리 무리가 쉬고 있는 모습.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갈무리

프로젝트에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 생태학자 크리스찬 러츠 박사를 비롯한 총 600명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고, 동물 200여종 1만3000마리의 지피에스(GPS) 위치 기록 데이터 10억 개가 공유됐다.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 중이며 추후 조류와 포유류의 움직임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발표될 예정이다.

인용 논문: Science, DOI:10.1126/science.abo6499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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