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 아는 맛이 더 먹고 싶다 [Oh!쎈 초점]

연휘선 2023. 6. 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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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배우 마동석의 타격감 있는 한 방, 잘생긴 빌런 이준혁의 쎈 연기, '나쁜 놈은 잡는다'는 명료한 권선징악의 메시지까지. 이 모든 걸 유쾌하게 버무린 '범죄도시3'가 지독한 아는 맛으로 관객들을 중독시키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가 한국 박스오피스를 싹쓸이 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일주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 누적 관객수 626만 7707명을 기록 중이다. 정식 개봉 전 유료시사회 등이 변칙개봉으로 거론되고 있기는 하나, 이러한 경우가 '범죄도시3' 만의 일이 아닌 점을 고려하면 분명히 괄목할 만한 수치다. 

특히 최근 극장가가 장기 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어온 바. '범죄도시3'의 흥행기록은 여러 면에서 반갑다. '범죄도시3'로 도배된 상영 시간표들에도 스크린 장악이란 말이 쏙 들어갔다. 오히려 흥행작으로 어떻게든 그동안의 적자를 만회하려는 발버둥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 번째 시리즈로 찾아온 '범죄도시3'이지만 작품을 감상한 관객들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도무지 떨칠 수 없는 친근함, 부담스럽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아는 맛'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 "엄마가 3일째 끓여준 카레 같다. 아무리 물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이라는 한 네티즌 관람객의 후기가 큰 공감을 얻으며 퍼지고 있을 정도다. 

그 첫 번째 인기 요인은 단연코 기획하고 제작하며 출연하는 마동석이다. 영화는 주인공 마석도(마동석 분)의 해결사 면모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어떤 위기의 순간도 마석도라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관객들을 든든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잔악무도한 악역들의 유혈이 낭자한 난도질에도 어깨에 긴장감이 얹히기 보다는 설레는 기대감이 팽배해진다. 

전편들에 비해 한층 타격감을 살린 마석도의 액션도 보는 맛을 더한다. 전편에서는 두툼한 근육질 몸에서 나오는 힘을 담아 따귀나 펀치 한방, 엎어치고 던지는 피지컬을 살린 액션이 주를 이뤘다면 '범죄도시3'의 마석도는 '복서'다. 시즌2에서 시즌3 사이 극 중 8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살린 듯 금천경찰서에서 광역수사대로의 이동과 복싱을 전문적으로 배운듯 확연히 달라진 마석도의 폼이 액션이라는 '범죄도시3'의 장르적 매력을 살린다.

첫 시리즈에서 장첸(윤계상 분), '범죄도시2'의 강해상(손석구 분)에 이어 이번 작품의 주성철(이준혁 분)로 이어지는 악역의 캐릭터 변화도 인상적이다. 잔혹함은 물론 지능적인 면모 또한 발전한 주성철은 마석도의 검거 계획에 적극적으로 훼방을 놓는다. 잘생긴 외모를 뚫고 힘을 주는 이준혁의 열연도 적당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처음 보는 듯한 신선함과 박진감이 넘치는 대결 구도를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만큼 '범죄도시3'는 분명히 익숙하고, 마동석의 활약이 든든한 만큼 악역들과의 대치 국면에서 "혹시 주인공이 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친숙함이 시리즈의 공식으로 자리매김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이례적으로 국내 영화가 흥행 참패를 거듭하는 와중에 상반기 흥행을 거둔 작품들은 외화, 애니메이션 장르에 집중됐다. '아바타: 물의 길(약칭 아바타2,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나 농구 붐을 일으킨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약칭 슬램덩크)', '너의 이름은' 기록을 갈아치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약칭 스즈메)' 등이 그 주인공이다. '아바타2'처럼 압도적인 그래픽으로 상영관 자체를 공간감적 체험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거나, '슬램덩크'처럼 대체불가능한 향수를 자극하거나, '스즈메'처럼 감정을 자극하는 이야기와 애니메이션 효과로 눈길을 사로잡아야 관객을 극장으로 붙잡을 수 있던 것이다. 

'범죄도시3'는 '아바타2'처럼 화려하고 체험 성격이 강한 작품은 아니다. 범죄 현장에 있는 듯 긴장감이 넘친다면 '청소년 관람불가' 시청등급을 벗어날 수 없었을 뿐더러 편안하고 유쾌한 감상이 나올 수 없었을 터다. 대신 영화는 마동석을 앞세운 대체불가능한 액션과 친숙함으로 승부한다. 시리즈 1, 2를 떠올리게 하는 나름의 향수도 존재한다. 실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독보적인 감성 코드가 있다는 점에서는 일면 애니메이션인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흥행 공식과 닮아있던 것이다.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의 폭발적인 성장세 속에 현재의 관객들이 극장에서 티켓값을 지불하는 것 자체에 인색해졌던 것을 감안하면 '범죄도시3'의 이 같은 흥행 속도가 더욱 인상적이다. 지갑을 열게 만드는 대체불가능함이 단지 2D에 머물러 있던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이 풍경이 반갑다. 역시 '먹어 봤자 아는 맛'이 아니라 '아는 맛이라 더 먹고 싶다'는 말이 맞는 걸까. 적어도 지금 한국 관객들에게 '범죄도시' 시리즈는 아직 물리는 음식은 아닌 셈이다. 한국 관객들의 티켓 다이어트를 포기하게 만든 영화, '범죄도시3'다. 

/ monamie@osen.co.kr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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