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라는 저항 또는 반란[책과 책 사이]
‘걷기’ 책 분야는 대략 3가지다. 우선 건강이다. ‘걷기만 해도 낫는다’ 같은 제목을 달고 나온다. 건강 효능과 걷기 방법을 다룬다. 여행책도 많다. 동네부터 제주를 거쳐 산티아고까지 이른다.
다음은 인문학책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 예찬>(현대문학)은 걷기의 의미를 찾으려는 이들이 아직도 찾는 책이다.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반비)은 걷기의 철학적, 문화적, 종교적 의미와 함께 공공성을 들여다본다. 시기적으로 중세 순례에서 시작해 도시 보행에 이른 그는 “보행이 공공장소를 사용하고 공공장소에서 거주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라는 걸 강조한다. “자기 도시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걸어 다니는 데 익숙한 시민들이라야 반란을 도모할 수 있다”고도 했다.
최근 나온 미셸 드 세르토 <일상의 발명>(문학동네)도 걷기의 문화사나, 이론, 방법론을 두고 통찰을 주는 책으로 꼽힌다. 세르토도 ‘도시에서 걷기’라는 장을 썼다. “도시 경험의 기초적인 형태”인 걷기에서 “정상적인 길 혹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길”을 피하거나 “지름길이나 우회로”를 만드는 의미를 짚는다. 세르토는 금지를 깨트리고, 가능성을 찾는 이 걷기 행위를 찰리 채플린이 지팡이 사용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에 비유한다.
책은 걷기, 말하기, 읽기, 요리하기, 소비 같은 “대중의 일상적 행위에서 창조적인 미시저항”을 찾아낸다. “푸코와 부르디외를 보완하는 중요한 사상가”의 “어떻게 ‘약자’가 ‘강자’를 이용하고 자기 자신을 위해 자율적 행동 및 자기 결정의 영역을 만들어내는지를 분석하기 위한 이론 틀”을 제공하는 책이라 긴 호흡과 정독이 필요하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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