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닥터 차정숙' 하남자 김병철, 이토록 귀여울 줄이야!

황소영 기자 2023. 6. 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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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에일리언컴퍼니 제공
배우 김병철(49)이 '대체불가 귀여운 쓰레기', '하남자'란 수식어로 불리며 대중의 열띤 지지를 받고 있다. JTBC 주말극 '닥터 차정숙'의 흥행을 견인, 주연으로서의 몫을 톡톡히 했다. 그가 분한 서인호는 의사로서 품위가 있으면서도 익살스러운 코믹이 살아있는 캐릭터. 김병철은 그 누구보다 맛깔나게 소화했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역할이었지만 되레 귀엽다는 긍정 반응을 불러왔다.


2003년 영화 '황산벌'로 데뷔, 올해로 데뷔 20년을 꽉 채웠다. 김병철은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믿고 보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 보답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 18.54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출연자 화제성도 5주 연속 2위를 나타내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종영 소감은.

"너무 감사드린다. 정확한 숫자로 확인하니 기분이 좋더라.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 제작발표회 때 감독님이 두 자릿수 시청률만 나오면 좋겠다고 그랬는데 나 역시 그랬다. 10%, 11% 정도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것보다 많이 나와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일명 귀여운 쓰레기, 하남자로 불리며 사랑을 받고 있다.

"하남자란 얘길 듣고 이렇게 기분이 좋을지 몰랐다.(웃음) 제작발표회 때 욕을 먹어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촬영할 때 일부 스태프들이 귀엽다는 반응을 해줬지만 시청자분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 응원해 준 스태프분들을 좀 더 신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뭐가 귀여워?' 그랬는데 재밌는 장면들이 있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서인호의 부정적인 면을 중화시킬 수 있는 그런 장면들이 있었다."

-어떤 점에 집중해 연기했나.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모습이 많아서 배우에게 중첩되기 때문에 영향을 미칠 거란 생각이 있었다. 어려움을 좀 예상했는데 대본에 다 계획이 되어 있는 거라서 잘 따라가면 가능하지 않을까 수긍하면서 보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본만 잘 따라가자고 생각하며 연기했던 것 같다."

-'SKY 캐슬' 차민혁과 비슷한 모습이 있었다.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진로에 대한 얘기를 강압적으로 하니까 비슷하게 느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근데 차이는 있다. 'SKY 캐슬' 민혁이는 대놓고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면이 있었다면, '닥터 차정숙' 인호는 약간 가스라이팅 하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호를 보고 민혁을 연상하겠다는 예상은 했다."

-두 여성의 사랑을 받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모두에게 처음 시작할 때 의문이었다. 전부다 내게 당신을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는 눈빛으로 물어보더라. 근데 제가 압니까.(웃음) 마음이 좀 상하긴 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외도를 저지르고 거짓말을 하지만 그때그때 정숙을 대할 때, 승희를 대할 때 진심으로 대했던 것 같다. 우유부단해서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대할 때 진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두 여성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웃기지만 관계만 놓고 보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각자에게 어필했고 관계가 쭉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둘을 배신했다.

"우유부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알았을 텐데 상황에 끌려가고 그걸 딱 끊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처음에 정숙과 결혼한 것도 우발적 충동에 이끌린 결론에 따른 것이지 않나."

-인호에게 정숙과 승희는 각각 어떤 의미였을까.

"승희를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인호 나름의 기준에서 자신과 어떤 사회적인 위치 면에서 맞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정숙은 밝고 주변에 주는 에너지가 긍정적이니까 호감이 있었던 것 같다. 호감이 바탕이 됐지만 의무감이 좀 더 많았던 관계이지 않을까 싶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본의 아니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는데 실제 나 역시 실수도 하고 그런 면도 있는 것 같다. 내게 좋은 일을 선택하지만 그렇다고 도를 넘어서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선택을 하면 내가 불편해서 못 견딜 것 같다."

-평소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인가.

"어떻게 구체화를 시킬지는 배우가 표현을 해야 하니까 뭔가 덧붙이는 경우는 있지만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대본상 대사로만 끝내면 약간 편집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싶은 부분에 포인트 정도 추가했다."

-연기하면서도 도저히 이해가지 않았던 장면이 있다면.

"장애인 주차증을 신청하라고 말할 때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이런 느낌이 있었다. 또 1회에 정숙이가 쓰러져 응급실에서 전화했을 때 '내가 꼭 가야 하는 건가?' 그럴 때 말이 잘 안 나오더라. 진짜 지질하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이 결혼관에 영향을 미쳤나.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이 중점적인 작품이다.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그것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방해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해서 부부란 설정이 이용된 것 같다. 부부 생활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혼 후 생활에 따른) 어려움도 많겠지만 경험해 보고 싶다."
김병철, 에일리언컴퍼니 제공

-이상형이 있다면.

"정숙처럼 긍정적인 면이 있는 사람이 밝고 좋은 것 같다. 내가 밝은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기운을 북돋아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인정도 받고 그런 분이면 좋을 것 같다. 자기 일 열심히 하면서 긍정적인 분? 정숙의 나중 모습에 가까운 것 같다."

-엄정화, 명세빈과의 호흡은.

"처음부터 부부였고, 내연녀였다. 20년 가까이 된 관계들이지 않나. 연구해서 함께 있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걸 위해서 연기자들끼리 호칭부터 신경 썼다. 정화 선배님 같은 경우 '누나'라고 부르고 반말로 하자고 했다. 평소엔 선배님들께 반말을 사용하지 않은 편인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자 그렇게 한 것 같다. 정화 선배님 자체가 원체 긍정적인 정숙의 면을 가지고 있어서 정숙과 겹쳐 보였다. 명세빈 씨 같은 경우 대본에서 가장 어려운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인호와 있는 장면이 보기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여러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했다."

-엄정화는 배우로서 어떤 사람 같나.

"이미 엄정화란 연기자가 어떤 연기자인지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내가 덧붙이는 게 식상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에 대한 공감 능력이 대단히 좋은 사람이다. 이번에도 너무나 정숙으로 내 눈에 비쳤고 그런 지점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연기할 때 어려웠던 점은.

"연기할 때 어려움은 있었다. 그런 정숙의 공감 능력을 연기자로서 보면서 하는데 공감이 되는데 인호 입장은 또 다르기 때문에 그걸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 두 여성과 관계가 있는 인물이 처음이라 연기할 때 아주 어려운 작업 중 하나였다. 그러면서도 여성들에게 부정적인 행동을 많이 하는데 그 점을 공감하며 표현해야 하는 지점이 쉽지 않았다."

-결말에 대한 만족감은.

"결말은 정숙의 성장에 맞춰져 있고 인호의 결말도 정숙의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 지점들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해왔던 나쁜, 비난받을 행동들을 생각하면 받은 대가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자기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책임지려는 모습으로 끝난다고 생각했다."

-요즘 근황은.

"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고 생각했다. 드라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내겐 데이터이지 않나.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봤다."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본격 멜로도 좋을 것 같다. 멜로의 가능성이 보이던가.(웃음) 로맨틱 코미디가 가능하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과연 수요가 있는지 그게 가장 궁금하다. 수요가 있고 제작할 분이 있다면 언제든 참여 가능하다. 수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탐이 나는 수식어가 있다면.

"수식어라는 건 시청자분들이 보고 말해주는 거라 시청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부정적 별명들이 있는데 그것도 관심의 표현이기 때문에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파국'이란 애칭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을지. 간다면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지긴 한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에일리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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