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그만두실 분이…" 차관 업무 지시에도 손 놓은 공무원들 [관가 포커스]
“조만간 그만두실 분이 업무지시를 내리면 이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보여주기식 지시일지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분의 의도를 빨리 알아내야죠”
세종시에 있는 한 부처의 A과장은 최근 차관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았다. 이 부처 차관은 조만간 예정된 차관 인사에서 교체가 확실시되고 있다. A과장이 받은 지시는 당장 추진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 준비하는 데만 최소한 몇 개월이 걸리는 중기 과제였다. 다른 부처 및 민간 협회와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A과장은 일단 차관 인사가 날 때까지 해당 업무를 유보한 채 기다려 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부처의 차관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공직사회에서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부처에선 교체가 확실시되는 차관들의 지시가 제대로 업무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중요 업무나 회의 일정을 차관 인사가 발표된 후에 진행하기 위해 일부러 미루는 이른바 ‘공직기강 해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주께 일부 부처 차관들을 대폭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개 정부 부처 중 절반 이상의 차관이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의 차관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회 인사청문 부담 등을 고려해 개각을 미루는 대신 차관들을 대거 교체해 집권 2년 차 국정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각 부처 차관을 교체하겠다는 대통령실의 인사 계획이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한 달 전부터 알려졌다는 점이다. 지난 4월부터 주요 부처의 차관 인사 검증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관가에선 파다했다. 지난달 10일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에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이 임명된 후 다른 부처 인사가 곧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당초 예상보다 차관 인사가 늦어지면서 교체가 유력시되는 부처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B부처 과장급 간부는 “인사를 앞두고 차관님의 현장 방문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거나 연기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실무진이 많다”고 털어놨다.
세종시 각 부처에선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오전만 되면 차관 인사가 발표된다는 이른바 ‘복도통신’도 나돌고 있다. 소속 부처 공무원들은 특정 인사에 대한 하마평이 담긴 복도통신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에선 지난 3월 초부터 1·2차관 및 차관보(1급) 등에 대한 복도통신이 활개를 치고 있다. 유력한 차관 및 예산실장(1급) 후보들에게 벌써부터 다른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고위 관계자들이 ‘눈도장’을 찍고 있다는 후문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열린 간부 회의에서 차관 인사가 발표될 때까지 특정 인물이 거론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문하는 등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기재부 안팎에선 차관 및 1급 인사가 서둘러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재부는 국가재정전략회의(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6월), 세제개편안(7월), 예산안(8월)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도 복도통신이 가장 많이 활개 치는 부처 중 하나다. 국무조정실에선 차장이 교체될 수 있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차관 인사 후 진행될 개각에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특정 부처 장관으로 갈 것이라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복도통신도 활개치고 있다. 방 실장이 어느 부처로 갈지를 놓고 복도통신이 두 파로 갈리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기재부와 국무조정실뿐 아니라 차관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 다른 부처들도 뒤숭숭한 건 마찬가지다. 특히 대통령실 파견 간 소속 공무원들에겐 최근 들어 인사 관련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차관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예정된 상황에서 하루빨리 차관 인사가 발표돼야 공직사회의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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