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감형도 사고파는 성범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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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추행, 강간범죄, 기타 성범죄 등에 대한 부당한 처벌을 무죄, 불기소, 집행유예로 이끕니다.'
포털사이트에 성범죄 전담 변호사 등을 검색하면 무수한 광고가 쏟아진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성범죄 감형 받는 법', '성범죄 감형을 목표로 한다면' 등 소위 성공 전략 게시글이 수천 개씩 올라와 있다.
하지만 2021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강간과 추행 혐의 사건은 불과 6274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사건은 5161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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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추행, 강간범죄, 기타 성범죄 등에 대한 부당한 처벌을 무죄, 불기소, 집행유예로 이끕니다.’
몇 년 전 서울 교대역 스크린에 걸린 한 로펌의 광고 문구다. 성범죄 변호 시장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감형 컨설팅 업체들은 가해자들을 위한 이른바 ‘성범죄 감형 패키지’를 잇따라 내놓으며 하나의 산업을 구축했다. 포털사이트에 성범죄 전담 변호사 등을 검색하면 무수한 광고가 쏟아진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성범죄 감형 받는 법’, ‘성범죄 감형을 목표로 한다면’ 등 소위 성공 전략 게시글이 수천 개씩 올라와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건수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38.9% 늘었다. 2021년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3만2898건으로, 인구 10만명당 63.7건이었다. 전년도인 2020년 대비 9.7%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2021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강간과 추행 혐의 사건은 불과 6274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사건은 5161건으로 집계됐다. 범죄 발생 건수에서 법원에 접수된 사건을 제외하면 약 2만건에 달하는 사건이 변호사들의 개입에 따라 불기소 또는 불송치가 되는 것이다. 결국 성범죄는 갈수록 커지는, 변호사들의 능력이 돋보일 가능성이 큰 시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성범죄 가해자를 위한 ‘꼼수 감형’과 반격에 맞서 피해자들도 어쩔 수 없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성범죄 변호 시장은 점차 몸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문화·산업화된 감형 기술과 무고 고소 등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선 피해자 역시 위기 의식 때문에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변호사를 선임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재판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경쟁하는 투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성범죄 시장이 커지는 데는 법원도 일조한 측면이 있다. 피해자와의 합의가 재판에서 중요한 양형인자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에서 피해자의 합의(처벌불원)를 정해진 형벌보다 가벼운 형벌에 처할 수 있는 ‘특별양형인자’로 취급하고 있다. 범죄 가담 적극성, 고의성 등 일반양형인자는 기본 형량 내에서 형량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지만, 특별양형인자는 기본 형량을 초과하거나 기본 형량을 밑돌게 만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가해자들은 적극적으로 피해자와 합의를 보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피해자와 유족일수록 합의를 강요당하기 쉽다. 양형기준에 합의가 중요한 요소로 규정된 이상 피해자,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해자들이 합의금을 받기 위해 원래 뜻과 달리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기 쉬운 탓이다. “피해자가 가난할수록 감형에 유리하다”는 한 변호사의 말이 씁쓸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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