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난히 땀 많이 흘리고 피로하다면?...'갑상선기능항진증'의심
더위 참기 힘들어해 여름철이면 병원 찾는 사람 많아 ... 약물, 동위원소, 수술 치료 등으로 해결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한국 여자 골프를 슬럼프에서 구해낼 선수’. 얼마 전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머쥔 괴물 루키 ’방신실 선수(19·KB금융그룹)가 연일 화제다. 그의 우승이 더욱 빛난 이유는 320야드를 날리는 장타도 장타지만 운동선수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극복하고 거둔 것이기 때문이다. 방신실은 이미 2년 전에 이 질병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여름이 더욱 두려운 질환이다.
최근 부쩍 더워진 초여름을 맞아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거나 더위를 타는 등 증상이 심해져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진 이유가 그것이다.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이문규 교수의 도움말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어떤 질환인지 치료 방법은 무엇인지, 또 평상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세 자녀를 둔 가정주부 L씨(51.의정부시 가능동)는 지난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이유 없이 불안한 증세가 있었으나 그저 갱년기 증상이려니 하며 지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부터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며 가족들에게도 괜히 신경질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급기야 체중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하자 병원을 찾았다. 진찰 결과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
지난 해 가을 갑상선 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해온 직장여성 S씨(25.양주시 덕계동)는 지난 3월부터 상태가 좋아지자 스스로 투약을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잦은 피로감과 함께 땀을 많이 흘리고 가슴이 뛰는 증상이 생겼다. 다시 병원을 찾은 그녀는 혈액검사 결과 수치가 나빠졌다는 말을 들었다.
◇ 유난히 더위를 못 참아요
갑상선이란 일명 ‘아담의 사과’라고 불리는, 무게는 20g 내외의 목 앞 중앙 부위 아래에 위치해 있는 기관을 말한다. 방패 또는 나비 모양을 하고 있는 갑상선은 갑상선호르몬을 혈액으로 내보내 심장 운동, 위장관 운동, 그리고 체온 유지 등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조절함으로써 모든 기관이 제 기능을 적절히 유지하도록 해준다. 태아나 소아에서는 두뇌 발달과 성장에도 관여한다.
갑상선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여 갑상선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갑상선 염증 혹은 갑상선호르몬을 만들도록 하는 신호의 감소에 의해 적절한 갑상선호르몬을 생산하지 못하여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다.
이중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갑상선호르몬의 과다분비로 우리 몸의 대사속도가 빨라지는 질환이다. 그 결과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데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게 된다. 이렇게 쓸데없이 만들어진 남는 에너지는 열의 형태로 발산되어 환자는 유난히 더위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50~60대에 가장 유병률이 높고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최소 2배 이상 훨씬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문규 교수는 “갑상선항진증 환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땀을 많이 흘리고 유난히 더위를 못 참는 경향이 있다”면서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사람도 여름이 되면서 너무 더위를 탄다고 병원을 찾아와 병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심혈관계의 운동성이 증가하여 맥박이 빨라지고 손을 떨게 되며 많이 먹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은 감소한다.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하여 우울증 또는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장의 운동은 빨라져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고 여성은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지면서 그 양이 적어지고 심지어 아주 없는 경우도 생긴다. 진찰을 해보면 갑상선의 비대로 목이 불룩하게 나온 것을 볼 수 있고 마치 놀란 듯 환자의 눈은 커 보인다.
◇ 여름에 발병, 악화되기 쉬워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원인 질환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그레이브스병이다. 그레이브스병은 자가면역 질환으로,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용체에 항체가 형성돼 갑상선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해 나타난다.
일부 자가면역 질환들은 날이 덥고 햇빛이 강한 여름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갑상선 기능 항진증도 여름에는 재발 혹은 악화되기 쉬우며 발병 또한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갑상선항진증은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다”며 “전과는 달리 땀이 많이 나거나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등 증상이 의심되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 적극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여름 접어들 때 약 복용량 조절 신중해야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치료는 대표적으로 약물요법, 동위원소(방사성 요오드) 치료, 수술적 치료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약물요법은 항갑상선제를 쓰며 통상 1~ 2년간 투여하고 약제를 끊은 후 재발 여부를 관찰하는 치료법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치료법이다. 대개 2개월 정도만 복용하면 갑상선 기능이 정상화되고 증상도 사라지는데 약 복용량은 바로 끊지 않고 서서히 줄여나간다. <사례 2>의 경우는 약물의 투여 기간이 비교적 짧아 재발의 가능성을 높인 경우로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에 약 복용량의 조절을 신중히 해야 한다.
재발한 경우에는 대게 동위원소 치료를 실시하게 되는데 재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환자들은 아예 처음부터 동위원소 치료를 고려한다. 수술은 과거에 많이 시행되었으나 최근 약물요법이나 동위원소 치료법이 도입되고 그 안전성이나 효과 등이 우수해 갑상선이 매우 큰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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