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8번과 10번, 세계에서 통하는 이승원·배준호

한국 축구대표팀 이승원이 9일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4강전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이번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를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4년 전 폴란드 대회 때 이강인(마요르카)처럼 스타 선수 한 명 없는 대표팀을 두고 ‘골짜기 세대’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들은 주위의 시선은 비관적에서 호의적으로 바꿔놓는데 성공했다. 한 명도 없다던 스타도 분명히 있었다. 그것도 두 명이나 있었다.

대표팀의 주장 이승원(강원FC)은 이번 대회를 통해 샛별처럼 떠올랐다. 등번호 8번을 달고 조별리그와 4강전 모두 출전해 주장으로 든든히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냈다. 특히 이날 열린 이탈리아와의 4강전에서는 페널티킥으로 득점에 성공, 이번 대회 공격포인트 숫자를 6개(2골·4도움)로 늘렸다. 이는 한국 축구팬들이 ‘한국 축구의 미래’라고 칭송하는 이강인이 폴란드 대회 때 기록한 공격포인트와 같은 숫자다. 아직 이스라엘과의 3·4위전이 남아있어 이강인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도움 4개 전부가 세트피스 상황서 키커로 나서 올린 것으로, 이 대회를 통해 단숨에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로 떠올랐다.

이승원은 강원 B팀 소속으로 아직 K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않았다. 하지만 단국대 시절부터 김 감독의 눈에 들어 대표팀에 꾸준히 뽑혔고, 이제는 주장으로 선임될 정도로 신임받고 있다.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지는 않지만 묵묵히 동료들의 뒤를 받치는 그의 리더십은 선수들 모두가 인정할 정도다.

배준호(가운데)가 9일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승원의 활약이 기대치 못한 것이었다면, 배준호(대전)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대표팀 내 대부분의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져 있는 가운데 배준호는 K리그1에 속한 대전에서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부상으로 인해 초반에는 주춤했지만, 부상을 털어내자 다시 살아났고, 에콰도르와 16강전에서 1골·1도움을 올리며 이름값을 했다. 4강전을 앞두고 FIFA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4강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로 꼽기도 했다. 실제로 배준호는 이탈리아를 상대로 왼쪽 측면에서 화려한 개인기로 이탈리아 수비수들을 농락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이 배준호를 막지 못해 반칙을 저지른 뒤 분을 참지 못하는 장면도 수차례 나왔다. 이날 이승원이 골로 연결시킨 페널티킥도 배준호가 유도한 것이었다. 카르미네 눈치아타 이탈리아 감독은 경기 후 배준호의 등번호인 10번을 언급하며 “10번 선수가 특히 훌륭했다. 뛰어난 선수였다”고 칭찬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