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석유동맹' 균열? '코로나 치킨게임' 재현되나
사우디, 물량 공세로 러에 보복 나선 코로나 초기 재현되나
지난 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단독 감산 발표 이후 OPEC+ 양대 축인 사우디와 러시아 관계에 균열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전 세계 소비량의 20%에 달하는 만큼 양국 관계는 국제유가에 있어 중요한 변수다.
크렘린궁은 지난 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국제 에너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심도 있는 전화 통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는 OPEC+를 매개로 양국이 원유 수요공급 균형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장관급 회담 당시 양국이 합의한 사항들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알렉산데르 노박 부총리를 리야드로 보내 빈살만 왕세자와 국제유가 안정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통화는 국제유가 약세 속 고조되는 양국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디폴트 위기 해소에 이어 사우디의 단독 감산 발표에도 국제 유가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브렌트유는 8일 종가 기준 전날보다 0.99달러 떨어져 배럴당 75.96달러를 기록했다. 부채한도 합의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한 지난 2일(배럴당 76.13달러)보다도 더 떨어진 것.
사우디는 '네옴시티' 등 저탄소 첨단도시를 건설하는 메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원유 수출로 재정을 충당하기 때문에 국제유가 약세가 지속될 경우 프로젝트가 난항에 빠질 수 있다. 이에 지난 4일 OPEC+ 회의에서 추가 감산을 주장했으나 러시아는 응하지 않았다.
러시아를 향한 사우디의 불신은 이미 깊어진 상황. 사우디는 러시아가 지난 4월 OPEC+에서 약속한 원유 감산을 이행하지 않고 관련 자료도 공개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해왔다. 러시아 연방통계청은 원유 관련 데이터를 당분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2024년까지 원유와 액체 탄화수소 생산량에 대한 통계를 발간하지 않을 예정이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사우디 관료들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러시아에 강력 항의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가 "감산 약속을 이행하고 있음을 재확인한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사우디는 믿지 않는 분위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최근 알 아라비야 TV 인터뷰에서 "정보를 감추면 의심만 살 뿐"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원유를 시장에 대량으로 풀고 있어 국제유가를 부양하려는 사우디의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고 있다"며 양국 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원유 수출 전문가인 미하일 크루트힌은 NYT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OPEC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러시아가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갈등이 2020년 '치킨게임'의 재현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2017년 OPEC+ 출범을 계기로 석유동맹 관계를 다져왔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사우디는 유가 방어를 위해 러시아에 감산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사우디는 물량 공세로 보복에 나섰다.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아시아, 북미, 유럽 판매가를 배럴당 6~8달러씩 할인하자 러시아 원유업체들의 시장 지분이 급격히 떨어졌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35달러까지 폭락했다. 하루 낙폭이 배럴당 11달러에 이른 적도 있었다. 1991년 이후 최대 낙폭이었다. NYT에 따르면 이에 대해 빈살만 왕세자는 "가격이나 이익, 수익이 아니라 누가 이 분야를 장악할 것인가 하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 투자를 거둘 때 사우디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 수억 달러를 쏟아붓고 에너지 원자재를 사들였다"며 양국 관계가 파국에 이를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내다봤다. 특히 NYT는 서방이 원유 수출 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식으로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사우디뿐 아니라 다른 중동국가들에게는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잠재적 위협으로 비춰졌을 것"이라며 "사우디와 러시아는 대미정책에 있어 공통점이 아직 많다"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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