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마저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예고…취약계층 어려움 가중 우려

이희경 2023. 6. 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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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한은 등 대내외 기관 전망치 줄줄이 낮춰
추경호 부총리,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서
“올 성장률 1.6% 제시했지만 소폭 하향 조정 생각”
경제 버팀목 수출 회복세 지연, 민간소비 회복도 불투명

“올해 성장률 전망을 1.6%로 제시했지만 소폭 하향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일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6%에서 1.5%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정부 역시 성장률 하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힌 것이다. 지난달 한국은행(1.4%)은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성장률을 1.5%로 제시하는 등 대내외 기관이 줄줄이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는 것에 동참한 셈이다.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점점 짙어지고 있지만 여전한 물가 불안과 역대급 세수 부족에 정부는 경기 대응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 유가, 이상기후 등 생각지 못한 변수까지 겹칠 경우 취약계층 및 서민층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성장률 하향 조정 공식화

9일 경제계에 따르면 대내외 각 기관이 일제히 한국의 성장률을 낮추고 있는 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회복세가 지연되는 가운데 향후 민간소비 회복세도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반사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던 수출이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연속 작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반도체가 10개월째, 대중 수출은 12개월째 마이너스 흐름이다. 문제는 올해 전망도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으로 중국의 대(對)세계 수입 증감률이 지난 4월 –7.9%를 기록하는 등 중국 수입 수요 회복이 더딘데다 반도체에서는 D램과 낸드 등 우리 주력 제품의 가격이 낮은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하반기로 갈수록 대외여건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 기대”라고 밝혔지만 실제 경기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OECD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고, 2022년 말 중국발 수요 부진으로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근원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점도 불안요소다. 한국은행은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3%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떨어지지 않고 있어 통화정책의 잠재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공공요금 인상이 다른 품목까지 전이되거나 예기치 못한 공급 충격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다시 꿈틀거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은행 등 빌딩이 밀집한 도심 풍경 위에 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연합뉴스
고물가는 고금리와 맞물려 올해 상반기 경기를 이끌었던 민간소비 증가세를 대폭 둔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민간소비가 위축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착륙, 시작되다’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에 예상되는 경기 하강 및 고금리로 가계의 구매력이 약화되면서 소비의 경기 침체 방어 기능이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수출과 투자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어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가계 부문에서도 소득 감소에 따른 구매력 위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불안까지 겹칠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KDI는 지난달 ‘경제전망’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곡물 및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물가 상승세가 다시 확대될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될 수 있고, 주요국의 신용위험 확대로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면서 수출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역대급 세수 감소…취약계층 어려움 가중 우려

문제는 정부의 경기 침체 대응 여력이 점점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역대급 세수 결손이 정부의 손발을 묶고 있다.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13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조9000억원 감소했다. 기업 영업이익 감소로 법인세가 크게 준데다 부동산 거래 침체 등 자산시장마저 부진해 올해 말까지 세수 결손 추세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수 펑크’ 위기에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내수 진작을 위해 시행했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도 종료하기로 했다.

사진=뉴스1
정부는 아울러 물가 안정을 이유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는 거듭 선을 긋고 있다. 추 부총리는 전날 “물가 안정 기조를 경기 위주로 전환하려 거시 정책을 잘못 쓰면 다시 물가 불안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하강 상황에서 추경을 안 하면 서민들이 어려움을 오히려 더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도 “현재는 추경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짙어지는 경기 악화는 고스란히 취약계층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고물가에 공공요금 지출 등이 증가하면서 올해 1분기부터 역대급 적자살림을 꾸렸다. 통계청의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적자 금액은 46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 마련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관광 활성화 방안을 위주로 구성된 내수 활성화 대책 정도로는 민생 어려움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OECD는 “실직자에 대한 훈련 및 적극적인 노동 정책을 강화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노동력의 원활한 재배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류세 인하 조치와 관련) 취약계층을 더 직접적으로 타게팅하는 지원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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