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닌데 입밖에 꺼냈다간”… 푸틴에 쓴소리 못하는 러시아 엘리트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6. 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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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성과 부진 불안 확산
‘보복 우려’에 고위층 입 벙끗 안해
“결국 이겨도 잃는 게 더 많을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 연합뉴스]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 내부에서는 이번 전쟁에서 최종 승리하기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침공 초기에만 해도 이를 지지하면서 승리를 단언했던 러시아 고위층도 전쟁 장기화와 지지부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군사작전 성과 등에 점점 불만을 품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인용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전쟁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러시아 내 많은 정·재계 엘리트들이 빠른 종전을 바라고 있다. 다만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전쟁을 중단시킬 것인지 등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심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처럼 푸틴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종전 추진을 언급하는 등 전쟁에 대해 총대를 메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다. 푸틴 대통령 앞에서 성급하게 종전을 언급했다가 어떤 보복에 휘말리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 내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전망은 ‘올해 말 평화협상 성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관계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현재까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차지하고 러시아의 승리를 공표하는 조건 아래 평화협정에 서명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이 같은 조건 아래 승리한다고 해도 결국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은 ‘피로스의 승리’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피로스의 승리는 고대 그리스 지방 에피로스의 왕 피로스가 로마와의 2차례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장수들을 많이 잃어 결국 패망한 것을 지칭하는 용어로 ‘실속 없는 승리’를 뜻한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 이후 러시아를 떠나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서 싱크탱크 ‘Re:러시아’를 운영하고 있는 키릴 로고프 전 러시아 정부 고문은 “러시아 지도층은 무의미한 전쟁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러시아 내 엘리트층 사이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거란 우려가 확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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