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장 살림꾼’ 신유진 경호원이 밝힌 변준형 에피소드?

최서진 2023. 6. 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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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서진 기자] 농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경기 시작 전 기대감을 높이는 암전, 땀 흘리는 선수들 모습, 작전 지시하는 감독의 상기된 얼굴, 선수 득점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응원가, 팬과 함께 응원하는 마스코트의 모습. 떠올리면 익숙한 것들이지만 ‘응원가는 누가 틀까? 마스코트 안에는 누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순간,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궁금증에 대한 답이자 한 경기를 위해 코트 밖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주차장에 들어갈 때도, 티켓을 검수할 때도, 경기 중에도 경호원은 존재하지만 그들이 입은 검은색 정장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팬과 선수의 안전을 위해 쉬지 않고 걸어 다니며 상황을 살핀다. 퇴근길에서 선수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어린이 팬을 만나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죄송합니다”라며 선수의 발길을 돌리게 해야 하는 경호원의 숙명. 난감할 때도 있지만, 보람차고 즐겁다는 팀프로 소속 신유진(30) 씨를 만나봤다.

농구장 출근 일과를 설명해주세요.
보통 경기 시작 6시간 전에 출근해서 제일 먼저 주차장 통제를 합니다. 선수나 VIP, 관계자들이 편하게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하죠. 이후 외부에서는 입장 게이트를 관리하고, 내부에서는 좌석 세팅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요. 보통 경기 시작 4시간~3시간 30분 전에 진행요원이 출근하면 기본 교육을 진행해요. 안전, 비상, 위치, 티켓, 분실물 등 교육을 하교 경기장 특징이나 지난 경기 이슈를 설명해요. 이후 선수단 버스가 들어오는 것을 체크합니다. 경기 중에는 경기장을 돌면서 문제없는지 확인하고, 하프타임에 관중이 잠시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죠. 경기가 잘 끝나면 관중 퇴장부터 팬을 기다리는 선수 퇴근길이 안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어쩌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10년 전에 친구가 수능 끝나고 농구장에서 진행요원 아르바이트를 뽑는다고 해서 서울 삼성에서 일을 처음 시작했어요. 여러 업체가 있지만 저는 여기서 계속 일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일도 익숙해지고 회사에서 좋게 봐주셔서 제안을 받았어요. 본격적으로 스포츠 경호 업무를 하게 된 건 5년 전쯤이에요.

경호 관련 학과를 나와야지만 할 수 있는 일인가요?
이런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정부 기관에서 일하고자 하면 관련 학과를 졸업하는 게 맞아요. 근데 저희 회사 같은 경우는 신변보호보다 안전관리에 중점이 크다 보니 관련 학과를 필수적으로 나올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신체 조건이 좋으면 유리한 부분이 있죠. 보여지는 직업이기도 하니까요. 또 농구장은 농구선수들이 키가 워낙 크다 보니 키가 큰 사람을 선호하기도 하고요.

여자 경호원은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저도 일을 하다 보며 느낀 건데 현장에 여자가 많이 없더라고요. 여자 경호원의 장점은 섬세함과 친절함이에요. 남자가 통제할 때는 단호하고 멋있는 느낌이 있죠. 관중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할 때 일반적으로 여자가 더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아무래도 여자라는 인식이 존재하긴 하죠. 주변에서 무겁거나 힘든 일을 안 시키려고 하는데, 저도 할 수 있거든요(웃음). 그럴 때는 힘이 강하다는 것을 어필하면서 웃으며 일해요.

이 일을 하며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서울 삼성도 담당하고 있어요. KGC에서 저를 본 분이 삼성에서도 보고는 둘 다 일하냐면서 간식을 주신 날도 있어요. 지난 시즌에 다리를 다쳤었는데, 괜찮아진 후 한 팬분이 “다쳤는데도 열심히 하시던데, 지금은 괜찮냐”고 물어봐 주시더라고요. 일이니까 열심히 한 건데, 그 모습을 누군가 기억해주고 알아봐 주시니 정말 감사했어요. 사실 이 일은 아무 사고 없으면 본전이거든요. 무난한 하루가 우리에게는 최고의 하루죠. 그럼에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기뻤어요.

일하며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나요?
KGC에서 변준형 선수가 인기가 많다 보니 제가 주로 케어를 맡았어요. 퇴근길에 어린이 팬이 있어서 신발을 냉큼 벗어서 주더라고요. 근데 양말에 구멍이 뚫려있었어요(웃음). 변준형 선수도 “아 양말에 구멍 났네”하면서 당황하더라고요. 그래도 벗어주고는 뚜벅뚜벅 들어갔어요. 웃기고 귀여운 일화라 기억에 남아요.

에피소드 또 있나요?
통역분이 따로 이야기해주신 건데 대릴 먼로와 오마리 스펠맨 선수가 저를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외국선수들은 특히나 컨디션 조절에 예민한데, 퇴근길을 제가 맡은 적이 있어요. 다음날 원정 경기가 예정되어 있어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선수들을 이동시켰죠. 아무래도 다른 경호원보다는 팬들에게 부드럽고 정중한 느낌으로 안내하니까 팬들이 더 잘 따라주신 것 같아요. 저는 제 일을 할 뿐인데, 선수들이 “레이디 어딨냐”며 찾아줬다는 사실이 감사하죠. 이후에 마주쳤을 때는 반가워해 주시더라고요.

# 사진_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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