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 경품 추첨” 화순군수, 체육대회 이벤트 논란

김명진 기자 입력 2023. 6. 9. 13:10 수정 2023. 6. 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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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벤트는 신정훈 국회의원님하고 저하고 하성동 의장님이 하나씩 뽑은 사람들은 해외 연수 기회를 주겠습니다!”

구복규 화순군수가 지난 2일 직원 체육대회 행사 도중 한 말이다. 화순군이 최근 실시한 2023년 정부합동평가에서 도내 22개 시·군 중 종합 1위를 달성한 것을 자축하는 자리에서 이런 깜짝 이벤트 ‘경품’을 내걸었다. 국민 세금이 지출되는 공무원 해외 연수 대상자를 군수가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논란이 되자 구 군수는 “바람직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해외 연수는 원칙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복규 화순군수가 지난 2일 전남 화순군 사평면 양림원에서 직원 체육의 날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구복규 페이스북

9일 화순군 등에 따르면, 화순군은 지난 2일 사평면 양림원에서 직원 체육의 날 행사로 ‘화순명소 한마음 걷기대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구복규 화순군수와 직원 800여명이 참여했고, 나주시와 화순군을 지역구로 둔 신정훈 국회의원과 하성동 화순군의회 의장 등도 자리했다.

화순군은 행사에서 100명의 직원들에게 추첨을 통해 1인당 3만원권의 ‘화순사랑상품권’을 줬다. 그런데 구 군수는 준비된 경품 추첨이 끝나자 돌연 깜짝 이벤트를 연다면서 “신정훈 국회의원님하고 저하고 하성동 의장님이 하나씩 뽑은 사람들은 해외 연수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구 군수는 “제가 옛날에는 그냥 이쁜 사람들 이름 불러브렀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라고도 했다. 행사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나왔다. 이렇게 공무원 3명이 해외 연수자로 뽑혔는데 곧바로 ‘국내 연수’ 추첨도 이어졌다. 제주도로 국내 연수를 보내주겠다며 화순군의회 의원들이 직원 4명을 추가로 뽑았다.

군수가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즉흥적으로 국내외 연수자를 선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무원 연수는 출장 전 예산 편성과 심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야 하고, 연수가 끝난 뒤에는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고 공개해야 한다. 공무원으로서의 직무 수행 능력을 기르기 위해 마련된 제도를 ‘유흥성 여행’으로 간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화순군 측은 이번 추첨과는 별개로 자격을 갖춘 직원에 대해서 공식 절차대로 연수 대상자를 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순군 관계자는 “구 군수가 뽑은 연수 대상자는 이벤트성이고, 선발 절차는 이 결과와 관계없이 원칙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구복규 페이스북

현재 구 군수는 지난 3일부터 7박 9일 일정으로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를 방문 중이다. 농어촌지역 군수 10명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문위원 등 24명이 농업 선진국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겠다며 참가한 해외 연수다. 구 군수는 벨기에 비숀의 들소 농장, 로봇을 이용한 딸기 재배 현장 등을 방문했다며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고 있다. 구 군수는 “직원들 해외 연수는 나중에 목적에 맞게끔 심사해서 엄격히 보내도록 할 것”이라며 “여러가지로 군민들께 혼선을 드려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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