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에 운다" 중기·스타트업…이번 대책은 다를까[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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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의 기술탈취로 고통 받고 있다.
기술탈취 피해는 대부분 대기업과의 수·위탁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다.
중기·스타트업 입장에선 대기업과의 협력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였지만 대기업이 겁먹을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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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기술은 현장 기술자들과 연구진들의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아픔을 딛고 완성됩니다. 화력발전소 건설처가 중소기업의 성능인증 우수제품의 무덤이 되고 있습니다."(허인순 한진엔지니어링 대표)
"우리와 분쟁을 하고 있는 회사는 홈페이지에 기본 윤리를 명시하고 있어요. 임직원의 윤리, 공정한 경쟁. 과연 이런(기술탈취) 사건에 있어서 어떻게 공정한 경쟁이 이뤄졌는지, 어떻게 임직원의 윤리가 지켜졌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의 기술탈취로 고통 받고 있다. 기술탈취 피해는 대부분 대기업과의 수·위탁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다. 중기·스타트업 입장에선 대기업과의 협력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하지만 기술탈취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협력 과정에서는 도면이나 설계도 같은 서면상의 자료가 아니더라도 '구두'로 대다수의 정보가 전달된다. 해당 정보가 모방될 경우 중기·스타트업은 '말로 전달된 정보'의 내용을 입증해야 한다. 지난한 과정을 통해 기술탈취를 인정하더라도 처벌 규정은 미약하기만 하다.
지난 2018년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을 통해 아이디어 탈취행위를 부정경쟁 행위로 규정했지만 특허청과 지자체의 조사·시정 권고 외에는 별다른 처벌 규정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탈취행위로 인정돼 시정 권고가 내려진 건수는 채 10건도 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을 확대하고 형사처벌 규정에 포함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도 이에 동의해 지난 8일 '기술보호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손해배상 현행 3배에서 5배 확대, 피해기업 회복 지원을 위한 최대 10억원 보증, 원스톱 지원 '게이트웨이' 구축 등의 대책이 담겼다.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 칼을 빼든 중기부의 행보는 긍정적이다. 다만 업계는 실효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였지만 대기업이 겁먹을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업을 진행할 때 비밀유지계약서(NDA) 작성을 의무화하는 방안은 도입되지도 못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도 "대책은 환영한다"면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코스포는 "진정한 징벌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손해배상 규모가 현재보다 대폭 강화돼 대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 자료요구권 신설과 같은 법 제도 역시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꾸준히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2011년 하도급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기술자료 유용행위를 금지했다. 2015년에는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를 설립했다. 2018년에는 중소기업 기술보호 상담신고센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과는 업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치가 말해준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발표한 '2022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중소기업 기술침해 피해 건수는 280여건, 피해액은 2827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대책 마련과 발표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 형식적인 간담회가 아닌 업계 관계자들과의 깊이 있는 소통을 통한 대책 보강, 대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탈취 근절 교육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건을 빼앗는 것은 도둑질인데 왜 기술을 훔치는 건 도둑질로 보지 않냐"고 말한 스타트업 대표의 외침이 더는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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