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110′ 표준 체중 넘으면 업무 배제…中항공사, 외모 검열 논란

하이난 항공 승무원. /펑파이신문

중국의 한 항공사가 ‘전문적인 이미지’를 이유로 과체중 여성 승무원들에게 살을 빼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펑파이신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하이난 항공은 최근 객실 승무원들에게 ‘전문 이미지 검사와 관리 지침’이라는 공지를 전달했다. 이 공지에는 여성 승무원들의 체형과 체중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담겼다고 한다.

항공사는 현대인의 미적 기준에 부합하는 표준 체중을 ‘키(㎝)-110′로 정하면서, 이 값을 초과하는 경우 과체중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예를 들어 키가 168㎝인 승무원의 기준 체중은 58㎏이 된다.

항공사는 기준 체중의 10%를 초과하는 승무원에 대해선 즉시 비행을 중단하고 체중 감량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기준보다 5% 이상 10% 미만의 체중을 가진 승무원은 한 달간 자체 감량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초과 체중이 5% 미만인 여성 승무원의 경우에는 살이 더 찌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매달 체중을 모니터링 하겠다고 했다.

이런 지침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항공사 측은 “전문화된 이미지가 중요하고, 외부에서 하이난 항공의 매력적인 명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에선 이를 두고 노동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 노동자의 체중을 제한하고 체중 감량이라는 추가적인 노동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적법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순전히 미적인 이유로 과체중 승무원의 일할 권리를 박탈시키는 건 명백한 고용차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운동하는 여성이 많아 근육량 때문에 항공사에서 제시한 표준 체중을 넘길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펑파이는 “기준 체중을 초과한 여성 승무원에 대한 운항 중단을 명시한 것은 중국 항공사 중 처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