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폭염' 시베리아가 녹아내리고 있다…캐나다 산불은 '뉴노멀'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북반구 가뭄·산불 위험 높여"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시베리아의 동토를 녹이는 등 이상 기후 현상이 지구 전체적으로 나타나 피해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6월 초에 불과한데도 시베리아가 폭염에 뒤덮이면서 바예보 등 여러 지역은 지난 7일 최고기온이 38.5도까지 오르며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을 기록했다.
캐나다에서는 고온건조한 기후로 하루 400여건에 달하는 산불이 퍼지면서 미국 뉴욕과 워싱턴DC까지 눈을 뜨기가 힘들 만큼의 대기 오염이 발생했다.
기후변화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북극 해빙이 더 빠른 속도로 녹아 그 소멸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약 10년 앞당겨진 2030년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최악의 폭염" 겪은 시베리아
CNN은 극심한 더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위도까지 밀려 올라가면서 시베리아 지역의 고온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시베리아의 연평균 기온은 0.5도다. 1월의 평균 온도는 영하 20도이며, 여름에는 영상 20도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전 세계 이상기온을 추적하는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는 시베리아 내 관측소들의 기록을 종합한 결과 이례적인 수준의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며 "오늘도 섭씨 40도 안팎의 기온으로 계속 올라갔다"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는 특히 고위도 지역에서 극심한 기후변화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텍과 캐나다 환경기후변화청, 독일 함부르크대 공동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면 2030년대에 북극에 있는 해빙이 소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예상한 해빙 소멸 시기(2040년대)보다 10년 앞선 시기다.
해빙이 줄어들면 세계 곳곳에서 한파와 폭염, 폭우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또 시베리아 지역의 영구 동토층이 녹아 지구 온난화를 더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 여름도 안 됐는데 기후는 벌써 극한"
캐나다 전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미국 뉴욕 등 동부 지역이 숨막히는 주황색 연기로 뒤덮였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캐나다 산불로 발생한 연기로 인한 미 북동부와 중부 전역의 대기질 수준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대기질 추적 사이트인 에어나우(AirNow)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대기질 수준은 워싱턴DC(293), 필라델피아(270), 뉴욕(199), 뉴어크(198), 볼티모어(193) 등을 기록하고 있다.
대기질 수치가 가장 좋지 않았던 워싱턴DC 당국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코드 퍼플(Code Purple)' 경보를 발령했다.
유럽연합(EU)의 대기 감시 기관인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서비스에 따르면 5월 캐나다 산불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무려 5480만톤에 달했다. 이는 2003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과거 기록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도 폭염 경보가 벌써 발령됐다고 전했다. 푸에르토리코는 최고 기온이 무려 52도까지 올랐고 습도까지 높아 주민들의 고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일 과학자들은 해수 온도가 40년 만에 가장 뜨거웠다면서 이것이 엘니뇨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수온이 올라가는 해수 온난화 현상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북반구 가뭄·산불 위험 높여"
모든 이상 기후 현상을 기후변화와 직결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가 더위와 가뭄 같은 기상 조건을 만들어 산불 등 자연재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UCLA의 기후 과학자 대니얼 스웨인은 "숲의 초목이 매우 건조하다"며 "이 때문에 번개가 치는 비율이 높아져 산불이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봄부터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알제리 △시베리아 등 북반구의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더위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이 북반구에 가뭄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기후 변화뿐 아니라 토지 이용 등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해 앞으로 산불이 더 자주, 더 크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로버트 셸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삼림학 교수는 "해마다 변동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후 변화가 악화돼 기온이 오르고 건조해지면서 이런 추세는 수십년 간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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