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출근’ 하루 만에 연차 낸 박희영 용산구청장···“개인적 사유”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직후 업무에 복귀했다가 하루 만에 연차 휴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용산구 등에 따르면 전날 용산구청에 출근해 그동안 밀린 업무보고 등을 받은 박 구청장은 이날 ‘개인적 사유’를 들어 연차를 냈다. 지난 1월 구속 기소된 이후 5개월 만에 출근했지만 하루 출근한 뒤 다시 휴가를 쓴 것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건강 문제라고 확인되지는 않았다”며 “구속 기간 동안 돌보지 못한 문제 등으로 급하게 챙길 일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 “관련 규정상 ‘개인 사유’ 이상의 설명을 적지 않게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구청장은 전날 구청에 출근하면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을 피해 ‘도둑 출근’했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오전 8시쯤 박 구청장 출근 저지를 위해 모였지만 그는 그 전에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구청장은 구청장실 앞으로 찾아온 유가족들을 만나지 않았고,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용산구 종합행정타운에서 박 구청장 출근에 항의하는 1인시위에 나섰다. 1인시위는 한동안 이어질 예정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박 구청장) 근무는 정상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당분간 용산구에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수사 도중 구속된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여파로 공황장애 등을 앓고 있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법원이 지난 7일 이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박 구청장은 구청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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