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쿠바에 스파이 시설 건설 합의” 보도…백악관 “부정확”

박병수 2023. 6. 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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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쿠바가 미국을 겨냥한 도청 시설을 쿠바에 짓기로 비밀 합의를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쿠바는 "근거없는 보도"라고 부인했고, 미국 정부는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 은 8일(현지시각)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이 경제난에 빠진 쿠바에 몇십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지원을 해 주고 쿠바는 그 대가로 중국에 신호정보(시긴트)를 수집할 수 있는 도청시설의 건설을 허용하기로 비밀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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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외교부 차관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가 8일 아바나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이 쿠바에 미국을 겨냥한 도청시설을 짓기로 비밀합의를 했다는 언론 보도는 허위 보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국과 쿠바가 미국을 겨냥한 도청 시설을 쿠바에 짓기로 비밀 합의를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쿠바는 “근거없는 보도”라고 부인했고, 미국 정부는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8일(현지시각)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이 경제난에 빠진 쿠바에 몇십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지원을 해 주고 쿠바는 그 대가로 중국에 신호정보(시긴트)를 수집할 수 있는 도청시설의 건설을 허용하기로 비밀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쿠바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에서 100마일(160㎞) 정도 떨어진 섬나라여서, 만약 도청시설이 들어설 경우 미국 남동부 미군기지의 예민한 군사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선박의 통행도 감시할 수 있다고 신문이 전했다. 미국 플로리다에는 미국의 6개 지역별 통합전투사령부 중에 중동지역을 담당하는 중부사령부와 중·남미를 담당하는 남부사령부 두 곳의 본부가 있다.

이에 대해 쿠바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완전히 허위이고 근거 없는 보도”라고 부인했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외교부 차관은 “우리는 라틴 아메리카에 미국을 포함한 어떠한 외국군대가 주둔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런 종류의 비방은 종종 미국 관리들이 조작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당장 입장을 내지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보도를 봤지만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도 “우리는 중국과 쿠바의 스파이 기지 개발에 대해 아는 바 없다”며 “두 나라 관계는 우리가 끊임없이 모니터하고 있는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인 마크 워너 민주당 의원과 마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성명을 내어 보도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미국과 플로리다에서 100마일밖에 안 떨어진 곳에 정보시설을 짓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쿠바는 과거 미국과 옛 소련이 한창 냉전을 벌이던 1962년 전 인류가 핵전쟁의 문턱까지 갔던 미사일 위기를 겪은 현장이다. 당시 옛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해 미국을 위협하려 하자, 미국이 쿠바에 대한 강력한 해상봉쇄로 맞서면서 두 초강대국이 정면충돌 직전까지 갔었다. 위기는 마지막 순간에 옛 소련이 미사일 철수를 결정하고 그 대신 미국도 튀르키예에 배치된 중거리 미사일을 철수하라는 옛 소련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해소됐다.

또 쿠바에는 옛 소련이 해외에서 운영했던 신호정보 수집 시설 중 가장 큰 시설이 있었다. 수도 아바나 외곽에 있던 이 시설은 2001년 폐쇄됐다. 2014년 이 시설이 다시 운영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오보로 보인다고 신문이 전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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