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전경련의 ‘한경연 통합 계획’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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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은 전임 한국경제연구원장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경련을 '한국경제인협회'로 개명하고, 재계가 지원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을 전경련에 흡수·통합해 조사·연구 기능을 대폭 강화하여 글로벌 정책 개발과 대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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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은 전임 한국경제연구원장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경련을 ‘한국경제인협회’로 개명하고, 재계가 지원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을 전경련에 흡수·통합해 조사·연구 기능을 대폭 강화하여 글로벌 정책 개발과 대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경련의 이런 계획은 30년도 넘은 것이며, 전경련과 한경연의 역사로 보면 정작 싱크탱크의 퇴보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기대보다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한 사회의 흥망성쇠를 가름하는 것은 그 사회를 떠받치는 사상과 철학이다. 한국과 북한만 비교해 봐도 명확히 드러난다. 그러나 한국은 그런 체제를 수호하려는 이념과 이를 전복하려는 이념으로 양분돼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에 재계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된 시장경제와 자유기업 체제를 보존하기 위해 한경연(1981년)과 자유기업센터(1997년)를 설립했으며, 연구·교육·홍보를 통해 지적 평판을 높여 왔다. 그런데 한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 이후 체제 전복 위협의 경종을 듣지 못하는 난청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런 난청이 한경연 같은 싱크탱크를 사실상 해체하겠다는 상황에 이르게 한 것이다.
시장경제와 자유기업 체제에 대한 공격은 어느 사회에나 있는 일이다. 1960년대 자유기업 체제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적 분위기를 우려한 루이스 포웰은 상공회의소와의 토론을 위해 작성한 ‘미국의 자유기업 체제에 대한 공격’ 제하의 메모랜덤에서 그런 공격의 다양한 차원, 원천, 강도, 자유의 위협 등을 설명하고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하는 재계가 재정적 지원을 비롯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헤리티지재단(1973년)과 케이토연구소(1977년) 등이 조지프 쿠어스, 찰스 코크 같은 기업가들의 출연금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이 밖에도 미국에는 미국기업연구소(1943년) 등 자유와 미국의 장래를 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홍보·교육하는 싱크탱크가 많다. 영국의 애덤스미스연구소(1970년대)나 캐나다의 프레이저연구소(1974년) 등도 그런 배경에서 설립돼 활동하는 연구소들이다.
은밀하게 자신을 포위하는 어둠의 그림자를 보지 못하고 경종을 듣지 못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그 존재를 마감한다. 지적·도덕적 황폐화가 빨라지고 있는 지금, 불행히도 전경련이 그런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전경련이 번영의 근간인 시장경제와 자유기업 체제를 전복하려는 반(反)문명적 시류에 저항하지 않고 달래려 하거나 침묵과 퇴행으로 일관한다면, 그동안 대한민국이 쌓아 올린 물질적 부(富)와 도덕적 자산은 바람처럼 사라질 것이다.
모든 개인과 조직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기능도 있지만, 깨어 있는 시민이나 조직이라면 의당 떠맡아야 하는 역할도 있다. 지금 재계는 대·중·소기업을 망라한 모든 기업과 관련된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시장경제와 자유기업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정부 정책을 비판·보완·제안하는 담론을 제공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싱크탱크를 육성·발전시켜야 하는 역할을 외면할 수 없다. 자신들은 물론 한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 정권이 강조하는 자유와 지성의 개혁과도 부합한다. 전경련에 흡수·통합돼서 내는 가장(假裝)된 싱크탱크의 목소리는 좁은 이익단체의 범위를 넘어설 수 없고 사회적 평판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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