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맛난이

2023. 6. 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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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덕에 우리는 글자로 마술을 부릴 수 있다.

그저 한글로 장난을 친 것일 수도 있고 맛난이의 뜻도 낯설지만 본래의 뜻과 변화 과정, 그리고 그것의 생태적 의미를 생각해 보면 결코 허투루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못난이가 아닌 '맛난이'란 말이 종종 보인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다 자칫 버려질 수도 있는 것을 맛있는 음식으로 바꿔 놓은 말의 주인이자 마술사들에게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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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덕에 우리는 글자로 마술을 부릴 수 있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지우면 ‘님’이 되고 ‘돈’이라는 글자에 받침 하나 바꾸면 ‘돌’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못난이’란 단어에 모음 하나를 돌려 붙이면 ‘맛난이’가 된다. 그저 한글로 장난을 친 것일 수도 있고 맛난이의 뜻도 낯설지만 본래의 뜻과 변화 과정, 그리고 그것의 생태적 의미를 생각해 보면 결코 허투루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음식은 입으로 먹고 혀와 코로 맛을 즐기지만, 눈으로도 먹는다. 그래서 음식을 만드는 이들은 ‘플레이팅’에 힘을 쏟고 채소, 과일, 고기 등을 생산하는 이들도 보기 좋은 식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래서 크기, 모양, 색, 질감 등이 좋은 것들은 비싼 값에 팔리고 그렇지 못한 것은 헐값에 팔리거나 버려지기도 한다. 못난이에 대한 푸대접이 음식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못난이가 아닌 ‘맛난이’란 말이 종종 보인다. 새롭게 만들어진 말로 보이지만 본래 ‘맛을 돋우기 위하여 음식물에 넣는 조미료’란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북녘에서 화학조미료를 ‘맛내기’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뜻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못생긴 과일이나 채소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생산자나 상인들이 이 말을 새로운 뜻으로 쓰고 있다.

‘못’을 ‘맛’으로 바꾼 마술은 여러 가지로 놀랍다. ‘못난’은 잘못 태어난 것, 혹은 없어도 좋은 것이란 뜻인데 ‘맛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다는 뜻이다. 눈으로 보면 격이 떨어지지만, 혀와 코로 느끼는 맛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으니 마음껏 즐기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다 자칫 버려질 수도 있는 것을 맛있는 음식으로 바꿔 놓은 말의 주인이자 마술사들에게 감사할 일이다. 그리고 싼값으로 사서 맛있게 먹어 주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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