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중국 대학 입시에 1,300만 명…졸업장 따도 문제?

황경주 2023. 6. 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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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진핑 주석의 어록이 문제로 출제됐다는 이 시험, 올해 응시자가 무려 천 3백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인구가 많은 만큼 수험생이 많은건 당연한 얘기일 수 있는데,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그만큼 바늘구멍을 뚫어야 합니다.

어렵게 대입에 성공해도 곧바로 취직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데, 남 일 같지 않은 중국 청년들의 사정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함께 알아봅니다.

중국도 우리 수능처럼 전국 단위에서 시험을 치르는 거죠?

[기자]

중국판 '수능'이죠,

'가오카오'가 현지시각 7일과 8일 중국 전역에서 열렸습니다.

중국에선 대입 시험이 치러지는 6월을 '어둠의 6월'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단 뜻이겠죠.

올해 응시자 수는 무려 1,290만 명이 넘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코로나 봉쇄 동안 재수생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성적은 전국 31개 성(省)별로 매기는데,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대나 칭화대 등의 인기 좋은 학과에 합격하기 위해선 각 성에서 10등 안에는 들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시험을 치르는 학생도 지켜보는 학부모도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데요.

화면을 보면, 중국 전통 의상 치파오를 입은 학부모가 많죠?

치파오의 첫 글자가 '승리'를 뜻하는 한자 성어의 첫 글자와 같아서, 자녀들이 좋은 성적을 내라는 뜻으로 시험날 학부모들이 입는다고 합니다.

[중국 학부모 :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아들을 따라다니며 공부를 도왔습니다. 아들이 집에서 공부하면 늘 아들의 곁에 있었어요."]

[앵커]

우리나라 수능 못지 않은 엄청난 입시 열기네요.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대학을 들어가도 문제라면서요?

[기자]

중국에선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지난 4월 기준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0%를 넘겨,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한 국유 기업 담배 공장에서 생산직 직원을 채용했는데, 30%는 석사 학위를 가진 고학력자였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취업난이 더 심해질 전망이란 겁니다.

[중국 대학생 : "이제 대학생은 물론이고 대학원생도 어디에나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취업의 문턱이 높아지고 있고, 더 좋은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마냥 취업이 되기만을 기다릴 수 없는 청년들은 그나마 사람을 구하는 요식업이나 택배 업체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습니다.

이도 저도 안 돼 아예 노점상을 차리는 청년들도 늘어서, 상하이, 선전 등 일부 시에선 노점상 허용 지역을 늘려줬습니다.

[앵커]

중국에서 유독 청년 실업이 심각해진 이유가 뭔가요?

[기자]

먼저 3년이나 이어진 코로나 봉쇄 영향이 큽니다.

봉쇄로 사업에 차질을 빚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많이 떠났고, 일자리는 그만큼 없어졌기 때문이죠.

중국 경제를 떠받치던 부동산 시장 등 건설업도 코로나19 충격과 글로벌 경기 악화 속에 침체로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공동부유'라는 명목으로 자국 내 빅테크 기업들을 규제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공동부유'는 말 그대로 '다 같이 잘 살자'는 뜻으로, 시진핑 주석이 강력하게 추진해 온 부의 재분배 정책이죠.

이 정책에 따라 강도 높은 규제를 받은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떨어졌고, 이게 청년 실업 문제를 키웠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상황이 이런데, 중국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농촌으로 가라'는 거라면서요?

[기자]

중국은 청년 실업률이 올라갈 때마다 귀향과 농촌 구직활동을 독려하곤 했는데요.

이번에도 비슷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최남단에 있는 광둥성이 2025년까지 대졸자 30만 명을 농촌으로 보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청년들이 농촌에서 지역 공동체 간부 활동을 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며 경험을 쌓으라는 취지입니다.

`다른 지방 정부들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시도는 시진핑 3기가 들어서면서 농촌의 현대화, 도농 격차 감소를 강조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지난 4월/광둥성 방문 : "우리가 모두 번영하는 것을 보는 게 공산당의 행복입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에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앵커]

취지는 알겠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라 대학까지 졸업한 청년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기자]

그래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농촌으로 가는 건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물론 중국 정부도 귀농만 대책으로 내놓은 건 아닌데요.

실업 청년이나 대졸자를 1년 넘게 고용한 기업에 고용 보조금을 준다거나, 고용을 많이 한 기업에는 대출을 쉽게 해주는 등 이런저런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보니 결국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기업의 고용력을 크게 늘리기는 힘들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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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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