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서로 “상대에 베팅말라”…두 나라 경쟁에 낀 한국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국에 베팅하지 말라는 경고음을 내면서 양국 간 전략 경쟁 상황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중 사이에 낀 나라들의 운신의 폭이 점점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절대 미국 경제에 반해 베팅하지 말라’는 기고문을 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글에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가 등 자신의 취임 후 성과를 열거하면서 “미국 경제의 회복은 어느 주요 경제국보다 강력했다”며 “지난 2년간 이룬 진전은 미국이나 미국인에 반해서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은 베팅이 아니라는 내 확고한 신념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에 반해 베팅하지 말라는 것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에도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강조할 때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그는 미 부통령 시절인 2013년 한국을 방문해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절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한국 정부의 대중 밀착 행보를 견제한 바 있다.
미국에 반해 베팅하지 말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고문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비슷한 발언과 맞물려 더 관심을 끈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싱 대사는 그러면서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의 입장만 바꿔 바이든 대통령의 표현을 따라한 듯한 싱 대사의 발언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한국의 탈중국화 흐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이는 미·중 관계를 경쟁으로 묘사하거나 신냉전 상황으로 비춰지는 것에 반대해 온 기존 중국의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동시에 미·중 양쪽에서 나온 베팅 발언은 양국이 모두 한국을 포함한 동맹과 주변국에 상대편에 서지 말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미·중 관계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이르면 다음 주 베이징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이 몇 주 안에 방중할 것이라는 앞선 외신 보도보다 조금 더 구체화된 보도가 나온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중동 순방을 마치고 곧바로 베이징으로 향할 예정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미 국무장관의 방중은 2018년 10월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방문 이후 4년8개월만에 추진되는 것이며,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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