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비밀의숲' 전세사기꾼은 보증금을 돌려줬을까
[아이뉴스24 소민호 기자] 지난 2020년 선보인 드라마 '비밀의숲2'에 전세사기꾼이 등장한다. 경찰이 전세사기꾼을 잡느라 출동하는 모습, 결국 도망치던 사기꾼을 쫓다 겨우 체포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드라마엔 피해자가 등장하는데, 그의 애처로운 몸짓과 절절한 목소리가 주거약자의 처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큰 것 바라지 않는다. 그저 그동안 묵묵히 일하며 모은 전 재산, 그리고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까지 합친 보증금만 돌려받았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대사가 와닿는다.
드라마의 주제는 당시 정권에서 주요 이슈였던 검경수사권 조정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구속영장 발부 신청 권한을 검찰만 쥐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는 사례로 전세사기꾼이 다뤄졌다. 드라마에서 검찰이 결국 경찰의 구속영장 발부 신청을 뭉개버려 전세사기꾼이 그냥 풀려나게 됐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피해자가 사기꾼한테서 보증금을 받아냈는지, 또는 법적으로 정해진 최소 금액만큼이라도 변제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그 사례를 더이상 다루지 않은 채 뭉개고 지나가버린 것도 같다.
지금은 전세사기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돼 있다. 3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기세등등하던 시절 평균 시청률 7%대를 기록한 드라마에 전세사기꾼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의 독특한 전세제도의 폐해는 간헐적으로 있어온 사회문제다.
과거와 차이라면 마치 '전세사기 팬데믹'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사건이 많고 광범위해졌다는 점이다.
검·경과 국토교통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지난 10개월간 전세사기 사건을 조사했더니, 986건에 걸쳐 2천895명을 적발했다는 발표가 8일 나왔다. 이중 288명은 구속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이 판을 치고 있는지 간명하게 알 수 있다.
1만300여채를 보유한 10개 '무자본 갭투자' 편취조직, 허위 전세계약서로 전세자금 대출금 약 788억원을 가로챈 21개 사기조직 등 총 31개 조직도 적발했다고 한다. 검찰과 협력을 토대로 6개 조직 41명에 대해서는 범죄집단조직죄를 처음 적용했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발표에서 더 충격적인 부분은, 부동산 거래에서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도와야 할 의무를 가진 공인중개사들이 적극적으로 전세사기에 가담해 불법 중개행위를 한 사례가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전세사기 의심 등 970명 중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이 42.7%인 414명이나 됐다. 임대인(264명)이나 건축주(161명), 분양 및 컨설팅업자(72명) 대비 압도적이다.
직업윤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어느 한 두 집단에 국한돼 나오는 시대는 아니지만, 대출금을 비롯한 자산의 대부분이 전세보증금인 서민을 등쳐먹는데 전문 자격자들이 관여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많은 이들이 개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하게 돌아봐야 할 부분은 피해자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다. 국회와 정부가 적극 협력해 전세사기 피해 지원 법안을 제정해 시행에 들어간 상태이고, 피해자 신청과 결정 세부절차 등을 입법예고하는 등 관련 절차를 최대한 단축해 제정, 시행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사기를 당해 오갈 데 없어진 피해자들은 하루하루가 악몽일 수밖에 없다.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하고 막막했으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이들마저 생겨났을까, 헤아리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안보나 안전보건 분야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챙기는 정치가 필요하듯, 주거약자의 처지를 적극적으로 어루만져 주면서 한편으로는 사기꾼에 의해 서민의 재산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촘촘하게 제도를 보완하는 따뜻한 '주택정치'가 펼쳐지기를 바라본다.
/소민호 기자(smh@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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