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산불에 美 수도 워싱턴도 비상... 사상 첫 ‘코드 퍼플’ 발령
캐나다 산불 여파로 뉴욕을 휘감았던 미세먼지가 수도 워싱턴DC까지 번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 통신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이 미 국립기상청(NWS)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달부터 캐나다 동부 퀘벡주(州)를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이 수백 곳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미국 동부까지 연기가 밀려온 탓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워싱턴DC 당국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코드 퍼플(Code Purple)’ 경보를 발령했다. AQI는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농도에 따라 대기질을 0에서 500으로 수치화해 녹색→노랑→주황→적색→보라(퍼플)→적갈색 6등급으로 구분한다.
‘코드 퍼플’은 미 환경보호청(EPA)의 대기질 지수(AQI)가 201~300사이일 때 발령되는 경보다. 연령이나 호흡기 질환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의 건강에 매우 해로운 상태를 뜻한다. 코드 퍼플 경보가 발령되면 모든 그룹은 가능한 한 실내에 머물러야 하며, 불가피하게 외부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엔 N95 종류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뉴욕시의 경우 이날 미세먼지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전날 보다 상황이 좀 나아졌지만,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브리핑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발 미세먼지로 일부 뉴욕시민이 지난 1966년 공장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뿜어낸 이산화황과 일산화탄소가 3일간 도시를 감싼 ‘죽음의 연무’(killer smog)를 연상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관련 성명에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로 인한 영향을 경험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을 극명하게 상기시켜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전날 통화를 가진 것을 소개한 뒤 소방당국에 추가 소방관 파견 및 소방용 헬기 등 산불진압 자산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동부 국경과 맞닿은 메인주와 뉴햄프셔주는 소방관들을 이미 캐나다에 파견됐으며 뉴욕주도 지원 계획을 밝힘.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호주 등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에게 악화된 대기질이 항공 교통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관리하도록 하는 한편, 환경보호청에 대기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대응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4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산불로 남한 면적의 3분의 1이 피해를 입었다. 동부 퀘벡주는 주요 인프라가 차단되며 1만2000여명의 주민이 피난길에 올랐다. 해마다 이맘때쯤 캐나다에선 산불이 반복돼 왔지만, 유독 올해 피해가 컸던 건 평년보다 따뜻하고 건조한 봄 날씨 탓이다. 현지 소방 당국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날씨가 건조해지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산불이 더 자주,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시 보건당국 책임자는 “이것이 바로 글로벌 기후변화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수천 마일 떨어진 외국에서 극심한 고온 건조 현상으로 산불의 강도와 빈도가 매년 악화하고, 아무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다른 나라 인구 수천만명이 고통받는 것”이라는 것이다.
7일 WP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산불 피해가 가장 큰 퀘벡주의 경우 최소 154건의 화재가 보고됐다. 지난달부터 캐나다 전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7일 기준 380만 헥타르(3만8000㎢)의 캐나다 국토가 소실됐다. 남한 면적(약 10만㎢)의 3분의 1 이상이다.
또, 곳곳에서 도로·주택·고압 송전선 등이 파괴됐고, 퀘벡주 주민 2만여명 등 캐나다 전역에서 12만명 이상이 긴급 대피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주요 원유 생산지인 앨버타주의 석유·가스 생산도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산불이 쉽게 잡히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캐나다 산림청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캐나다에서 산불의 빈도·강도가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산불 시즌도 길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B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현재 같은 상태가 이번 여름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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